한 시대를 사랑으로 지켜낸

【이 달의 영화】오래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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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영화'1987'을 봤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다들 잘알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오래된 정원”

2007년 개봉된 이 영화는 광주민중항쟁과 건대항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다. 8-90년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은 이 영화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영화는 오 꿈의 나라, 꽃잎, 박하사탕 등 다큐멘터리나 사실에 입각해서 각색한 영화들 뿐이었다. 특히나 80년 광주를 사랑이야기로 다루기에는 너무 무거운 배경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느낌의 이 영화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현우와 윤희가 6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집, 언덕, 버스정류장 등 장면 하나하나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다.

연애는 혁명의 적이라 했던 선배들, 머리에 띠를 두르고 항상 주먹질을 해야 했던 그 시절에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을텐데, 노동운동한다는 이유로, 학생운동한다는 이유로,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사랑을 배척하고 거부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인양....

사랑보다 신념이 앞서고 신나게 사는 게 미안했던 그런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지금은 믿기지 않지만 그땐 그랬다. 그래서 이 영화가 늘 가슴에 남아있나 보다.

17년동안 감옥에 있다가 눈내리는 겨울 밤 현우는 출소한다. 그리고 17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지갑 속 고이간직한 17년 전의 윤희를 만나러 간다. 갈뫼로.... 그리고 윤희가 남겨놓은 그림과 글을 보면서 둘이 함께 했던 시간과 홀로 남겨진 그녀의 삶을 돌아본다.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현우는 도피생활을 하면서 윤희를 만난다. 자신은 운동권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윤희에게 현우는 사회주의자라고 한다. 갈뫼에서 두사람의 삶은 평화롭고 안정적이었고 서로에게는 또 다른 일탈이었다. 6개월이 지난후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이 모두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현우는 떠날 결심을 한다. 윤희는 현우를 머리를 잘라주고 저녁밥을 차려준다. 비오는 여름날 저녁 현우는 그렇게 떠나갔다.

“재워줘, 먹여줘, 몸줘 왜 가니 니가? 잘가라 바보야”

윤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한순간도 현우를 잊은 적이 없었다. 눈은 감기전까지. 현우를 만나러 가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를 거절당한다. 그리고 그가 출소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 현우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와 그림으로 남기고....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시대, 그런 시대였기에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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