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영화】유리정원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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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달달한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며, 대한민국 대표적인 여성 영화 감독인 신수원, 그리고 급성 구획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완치하고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데뷔한 문근영이 주연을 맡은 ‘유리정원’

하지만 나의 의도는 철저하게 빗나갔다. 보는 내내 긴장했고 슬펐고 마음이 아팠다.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스스로 믿는 재연(문근영)은 엽록소를 인공혈액으로 만들어 생명보존과 연장을 하는 실험을 해왔다. 신인작가상을 받고 한때 잘나갔던 지훈은 애인에게도 버림받고 이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하류작가인생을 살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만나는 지점이 한참 뒤에야 나타나면서 나는 괜한 긴장감을 느꼈다. 결국엔 만날 것을 알지만......

재연은 본인의 연구성과를 사랑했던 교수와 후배에게 빼앗기고 서울을 떠나 자신이 살던 자연으로 돌아간다. 지훈은 애인의 집에 얹혀살다가 쫓겨나 재연의 옥탑으로 오게 된다. 이 둘이 만나는 지점이 재연의 옥탑방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배신당한 두 사람은 관계 안에서 상대적 약자였다.

12살 때부터 자라지 않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인간세계에서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재연은 유리정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무(자연)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우연히 재연의 옥탑방에서 벽에 그려진 그림과 글을 보게 된 지훈은 ‘유리정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다. 재연의 일기를 훔치고 몰래 촬영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관음증 환자처럼 느껴졌다. 대화와 소통이 아닌 자신이 본 것만을 사실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사회에 퍼트려 오해를 낳고 그것이 마치 진실인 양...... 지훈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그대로 재연에게 되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신수원 감독의 전작들처럼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인의 욕망에 의해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고 파괴되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사회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영상은 아름답지만 아픈 영화이다.

“나무들은 가지를 뻗을 때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지만 사람은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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