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무원노조 전북본부 순창군지부 정재호 지부장

"공무원이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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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 제가 원해서 출마한 것이다. 공무원 생활하면서 겪었던 공직 사회의 여러 부조리함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난 2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순창지부 신임지부장으로 당선된 정재호(42) 지부장.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공단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지부장단 토론회 참석차 상경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요청도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정 지부장에게 신임지부장으로서의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정 지부장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의욕이 가득 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순창지부 정재호 지부장. 사진 = 정재수 기자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순창지부 정재호 지부장. 사진 = 정재수 기자

노조 간부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제가 공무원 입직이 좀 늦었다. 서른이 넘어서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보니까 밖에서 생각한 것보다 공직사회가 상당히 퇴보돼 있더라.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상명하복, 군대식 문화가 강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도 많고. 정말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조금씩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건 아버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농민회 활동을 열심히 하셨는데 제가 고등학생일 때, 선봉에 서서 싸우다 경찰에 잡혀가신 적도 있을 만큼 적극적이셨다. 저도 잘못된 것을 보면 못 참는 성격이고.

정 지부장은 2003년 녹지직으로 입직한 후 이듬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순창지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노조 가입 후 그는 지부의 후생복지부장, 사무국장, 부지부장, 수석부지부장, 본부 사무국장 등을 두루 거치며 적극적으로 간부 활동에 임했다.

‘지부장’은 특별한 각오 없이는 선뜻 나서기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지부장은 제가 원해서 한 것이다. 공직사회의 내부적 부조리 바꿔 보고 싶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 생각들이 갇혀 있고 변화를 싫어한다. 사회가 어려운데 그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지 않다. 아직도 일방적이고 부당한 지시에 순응하는 공무원들이 많고.  저는 공무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변하면 나라가 변한다. 그런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다.

정 지부장이 출마를 결심했을 때, 그의 아내는 애들이 좀더 크면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에겐 아홉 살, 다섯 살짜리 두 딸이 있다. 그러나 정 지부장은 결심이 굳은 걸 말했고 “집사람도 제 고집이 센 걸 알아서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부장으로 출마했을 때 조합원들에게 무슨 말을 했나?

지부장 선거 때 긴 말 하지 않고 ‘잘 보겠다, 잘 듣겠다, 잘 보고 잘 들은 것을 소리내어 알리겠다’고 했다. ‘잘 보겠다’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다, ‘잘 듣겠다’는 것은 조합원들 얘기 잘 듣겠다는 것이고 ‘소리내어 알리겠다’는 말은 투쟁하겠다는 의미였다.
순창지부는 이번 8기에 간부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거의 바뀌었다.(순창지부 제8기 집행부는 지난 4월 19일 출범했다) 그동안 투쟁하셨던 선배님들은 고문위원이나 정책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있다.

▲ 정 지부장은 "공직 사회의 부조리와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어서" 지부장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 정재수 기자
▲ 정 지부장은 "공직 사회의 부조리와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어서" 지부장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 정재수 기자

순창이 고향인 정 지부장은 원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우연히 산불감시원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무에 관심을 갖게 돼 녹지직을 선택하게 됐다. ‘나무도 사람 키우듯 키운다’고 말하는 그는 나무와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나무 전문가’가 됐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틈만 나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웃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지부장으로서 구체적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지부장 맡은 후 올 상반기 동안 구청 내 모순점, 제도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데 치중했다. 조합원들과 소통을 통해 조합원들이 힘든 게 뭔지, 어떻게 하면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순창은 시골이라 혈연, 학연, 지연이 강한 곳이다. 선후배 문화도 있고. 의식이 있어서 노조 활동을 하면 좋은데 지금 간부들은 평소에 저와 인간관계로 맺어진 사이가 대부분이다. ‘형이 지부장을 하니까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신규 간부 양성에 나서려고 한다. 우수한 강사는 못 되더라도 현재 공무원노조 전북 교육위원이고 경력으로도 중견 간부 정도는 되니까…지금 준비 중이다.

▲ 순창군지부에서는 조합원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행사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진 = 순창군지부
▲ 순창군지부에서는 조합원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행사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진 = 순창군지부

또, 순창지부의 특색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지부별 연대 사업’, ‘선진지부 견학 사업’인데 이것을 더 활성화하고 확대하려고 한다. 공무원노조 모범지부를 탐방하는 것인데 간부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지금까지 충북 제천과 진천, 강원도 동해, 전남 순천, 부산 기장 등을 방문했는데 이렇게 하니 지부끼리 교류하면서 유대감도 느끼고 공무원노조 내부 결속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염두하고 있는 사업은 직원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다. 최근 지방 이양사업이 많아져서 일은 많아졌지만 총액인건비제 때문에 직원을 뽑지 않는다. 때문에 일에 찌들어사는 직원들 많다. 우울증 앓거나 병가를 내는 사람들도 많고. 이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성과급제 폐지 투쟁, 순창지부 상황은 어떤가?

순창지부는 그동안 균등분배를 해오고 있었다. 성과급 폐지 투쟁은 중앙 지침에 따라 활동했다. 이번에 지부 설문을 했는데 조합원 85%가 균등분배에 찬성했다. 공무원들은 공문 한 장에 움츠려드는 게 현실인데 85%가 찬성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성과급제는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 제도다.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연가나 교육을 가게 되면 남은 동료들이 대신 일을 맡아 해 주는데 성과급제는 그런 협업 문화를 파괴한다.

정 지부장은 대화 도중 군대를 다녀 온 후, 제대로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를 한번도 나무란 적 없이 그를 믿어준 어머니가 인생의 진짜 스승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 성과급제 폐지 1인 시위 중인 정 지부장. 사진 = 순창군지부
▲ 성과급제 폐지 1인 시위 중인 정 지부장. 사진 = 순창군지부
▲ 순창군지부 8기 간부들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간부들로 바뀌었다. 사진 = 순창군지부
▲ 순창군지부 8기 간부들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간부들로 바뀌었다. 사진 = 순창군지부

노조활동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되는 일 등, 특별한 기억이 있을 것 같다

노조 가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총파업 있었고 징계 국면에 들어갔을 때 조합원 탈퇴서를 낸 적이 있다. 탄압이 엄청 심했던 시기라 당시 부서장이 사퇴서를 쓰지 않으면 결제를 해 주지 않았다. 초임 때였고 결제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어 한 일이지만 인생사에서 가장 창피한 기억이다. 그때 노조를 지켰던 선배들이 50여 분 계셨는데 그분들한테 두 배로 미안하다. 노동조합 일을 하는 게 저를 힘들 게 한 적은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것은 없다. 일이 많으면 잠을 덜 자면 되고. 보람 되는 것은 조합원들이 날 편하게 생각해 자주 지부 사무실을 찾아올 때이다.

정 지부장에게 본인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물으니 ‘성질이 급한 게 탈이지만 그것만 고치면 좋은 사람’, ‘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상급자와 부딪힌 적도 있지만 그런 일을 겪은 후 힘든 일도 더 잘 참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부장이 백 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조합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행동은 두 배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합에 바라는 점은?

중앙에 바라는 것은 간부 양성, 교육밖에 없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간부가 없으면 노동조합은 존립 이유가 없다. 조직이 살아남으려면 교육에 힘써야 한다. 그 다음은 연대 사업에 힘쓰는 것이다. 민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조건이 열악한 데도 노조가 없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노동조합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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