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전교조 관련 노사정 합의 사실상 포기

전교조 설립취소, 노사정위·법무부·노동부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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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대한 노조설립 취소 통보 시한이 오는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1998년 당시 전교조 합법화와 관련된 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이행된 것으로 노사정 문건에 표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매년 발간한 이행현황 및 이행점검 결과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심상정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노사정위 이행평가 결과를 종합해 보면, 앞서 1기 노사정 합의의안의 제71항과 제73항 이행은 실제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행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2006년 3월에는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문제는 ‘추진 중’이라고 하다가, 결국 12월에는 ‘종결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위의 ‘이행평가위원회 운영규정’ 제7조에는 ‘점검대상의 소멸 등으로 점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기존합의와 유사한 후속합의가 있는 경우’에 종결처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문제는 소리 소문 없이 합의안에서 빠져버렸다. 노사정위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포기한 셈이다.

 

▲ 17일 국감에서 정의당 심상정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17일 국감에서 정의당 심상정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1998년 2기 노사정위 제10차 상무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이목희 위원(현 민주당 국회의원)이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인정 입법 시, 해직교사도 당연히 가입이 허용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김소영 책임전문위원(현 충남대학교 법대 교수)은 “당연히 해직교사도 교원노조가입이 허용되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전교조 합법화는 교원노조법과 동시에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날 상무위원회에서는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자격 인정’도 재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위를 볼 때, 1기 노사정위의 제71항과 제73항의 합의는 이행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법무부 반대로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법제화 부결

1998년 6월 출범한 2기 노사정위에서는 △교원노조법 제정 △단체협약 일방해지 통보기간 6개월 연장건과 관련된 노조법 개정을 통해 1기 노사정위 합의안을 이행했다.

그러나 당시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자격 인정 재확인’과 관련된 합의는 정부부처 간 이견이 커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2기 노사정위가 활동했던 같은 해 9월 28일,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자격 인정 재확인’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에서 재차 합의했고, 고용노동부도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18일 차관회의에서 법무부 등이 ‘법체계상의 문제와 사회불안 조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노조법 개정안이 부결돼 현재까지 진전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는 차관회의에서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의 법제화’에 대해“실업자가 주된 세력으로 활동하는 노조 설립이 가능해져 산업평화와 사회 안정을 해치게 된다.”는 점과 “실업자는 단체교섭 대상이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정부가 투쟁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은 “법무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으며, 법무부의 의견은 오히려 상호간의 불신만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법무부의 의견에 합리적 근거가 없으며, 현행 법체계 아래서도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자격 인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6월 법무부는 노사정위원회에 '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 관련 자료 제출'이라는 공문을 보내 “이들과 해고 근로자 등이 초기업 단위노조를 장악하여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를 부추겨 개별사업장의 파업을 전국적인 일제파업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결국 법무부의 몽니에 노사정 합의에 따른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은 물 건너갔다. 그리나 4년 뒤인 2004년 대법원은 실업자·구직자도 초기업단위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도 2010년 10월 20일“노동조합설립권의 온전한 보장 위해 현행 법제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관련 법령 및 관행 개선 권고에서 “노조법상‘근로자’개념을 둘러싼 조합원 자격 논란 해소를 위해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 해고된 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하고, △해고된 자와 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단서부분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나 고용노동부는 아직까지 관계법령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 의원은 “ 법무부가‘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반대하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교조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막아왔다”며 “결국 법무부가 전교조 설립취소 사태를 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사정위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종결처리’ 하면서 전교조 설립취소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심의원은  “전교조 설립 취소는 고용노동부와 노사정위, 그리고 법무부가 만든 합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사실상 위반한 정부가 책임을 질 생각은커녕 그 책임을 도리어 전교조에 덮어씌우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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