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촛불 참가자, 가두 행진 중 경찰과 격렬한 대치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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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은 또 다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성난 국민들의 눈물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주관한 이날 촛불 집회는 3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담화문을 통해 밝혔음에도 집회 발언자로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담화가 정작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 지난 주말에 이어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 행동'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3만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날 참가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지난 주말에 이어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 행동'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3만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날 참가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집회의 사회를 맡은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박 대통령의 담화문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위한 말은 없었다”며 팽목항에는 아직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16명의 실종자들이 있음을 상기시켜며 끝까지 그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안산시민, 언론인, 노동자, 청소년, 희생자 가족 등이 무대에 올라 ‘실종자 전원 구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언론 통제와 규제완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안산시민사회단체의 김영호 공동대표는 “이번 참사도 여느 사건처럼 유야무야 묻힌다면 이 사회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슬픔을 딛고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선 유족들을 여러분이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참사의 근본원인인 "규제완화,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안전과 존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이 나설 것"이라고 외쳤다.
▲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참사의 근본원인인 "규제완화,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안전과 존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이 나설 것"이라고 외쳤다.

언론노조 KBS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사고 초기 조금만 제대로 보도했더라면, 권력에 대한 감시 제대로 했더라면 꽃다운 희생 없었을 것인데 저희가 죄인이다. 부끄럽지만, 늦었지만 다시 시작하겠다”고 사죄했다. 권 본부장은 청와대가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 후, 길환영 사장이 직접 보도국을 찾아와 해경 비판 내용을 뉴스에서 빼도록 했음을 설명하면서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23일 조합원 94.3%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KBS새노조는 28일 열리는 KBS이사회에서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구성원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이 진실보도를 하지 않아 희생자들을 냈다"고 참회하는 언론노조 KBS 본부장인 권오현 씨.KBS 새노조는 길환영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다.
▲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이 진실보도를 하지 않아 희생자들을 냈다"고 참회하는 언론노조 KBS 본부장인 권오현 씨.KBS 새노조는 길환영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의 이인상 공공연맹위원장은 “이번 참사는 관피아, 비정규직, 규제 완화,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민영화하려는 자본의 탐욕으로 발생한 것이다. 관피아 척결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참사 와중에도 자신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인사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비난하며 “이제 노동자가 나서겠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나서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석했던 고등학생 양지혜 씨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괜찮은 세상은 아니다. 단원고 친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청소년들도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우리 청소년부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내용을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낭독했다.

유가족대책위 대변인인 유경근 씨는 “아직도 꿈이면 좋겠다.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잘못이 없는데 제 아이는 제 앞에 없다. 지금까지 벌어지는 일을 보면 세월호처럼 대한민국도 침몰하고 있다. 이 나라를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하며 “유족들을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다.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안산시민, 청소년침묵행진 참가자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천만인 서명 운동'의 서명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날까지 집계된 서명인원은 50만 명이며 대책위는 이달 말까지 백만 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안산시민, 청소년침묵행진 참가자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천만인 서명 운동'의 서명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날까지 집계된 서명인원은 50만 명이며 대책위는 이달 말까지 백만 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언을 마친 유 씨는 “팽목항에서 밤 12시에 실종자 가족들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찾았다”며 아직 찾지 못한 아이들의 이름을 함께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유 씨는 남아있는 실종자 16명 중 명단을 확보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을 한 명씩 호명했고 촛불을 든 3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따라 불렀다.

“은화야, 민지야, 다윤아, 지현아, 현철아, 영인아, 중근아, 윤인아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박진 활동가는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1인이 돌아올 때까지 이 이름들을 매일 불러달라고 호소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의 이태호 사무처장은 “99% 국민들의 삶은 악화되고 있는데 이 나라 지배층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입으로는 재발 방지를 말하면서도 규제완화를 계속하겠다고 하고 담화문 발표 즉시 원전 수출 위해 출국한 대통령을 보아도 알 수 있다”며 “더 이상 세월호 이전 같이 살 수는 없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자. 평화롭게 행동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끈질기게 싸우자”고 외쳤다.

▲ 촛불 집회가 끝난 후 가두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
▲ 촛불 집회가 끝난 후 가두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
▲ 종각 사거리로 행진하고 있는 세월호 촛불 참가자들.
▲ 종각 사거리로 행진하고 있는 세월호 촛불 참가자들.

8시 경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보신각, 탑골공원4거리, 퇴계로2가교차로, 한국은행, 을지로입구역을 돌아 세월호 시민합동분양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자율적인 참배를 하고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가두행진 참가자들이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1시간 30여 분 동안 격렬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들을 경찰은 방패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대규모로 투입된 경찰 병력은 시위 참가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한 채 해산하라는 명령을 내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경찰에 포위된 시위 참가자들 중에는 고등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학생들은 채증을 하는 경찰들을 향해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고 외치며 청와대를 향하던 가두행진 참가자들을 경찰들이 방패로 막아서며 격렬한 대치가 벌어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고 외치며 청와대를 향하던 가두행진 참가자들을 경찰들이 방패로 막아서며 격렬한 대치가 벌어졌다.
▲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하며 방패로 밀어붙이자,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방패를 빼앗고 있다. 이날 경찰들은 참가자들에게 방패를 여러 차례 빼앗기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하며 방패로 밀어붙이자,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방패를 빼앗고 있다. 이날 경찰들은 참가자들에게 방패를 여러 차례 빼앗기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경찰은 이 현장에서 민주노총의 유기수 사무총장과 송경동 시인,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등 26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유세 차량 위에서 불편한 몸을 지팡이로 지탱하며 서 있던 송경동 시인을 뒤에서 기습적으로 끌어내려 연행해갔다. 연행된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집회를 주관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언론, 종교, 인권, 문화, 예술 등을 총망라한 620여 개 단체로 이루어진 단체로 22일 공식 발족했다. 대책회의는 실종자 수색 구조를 촉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규제완화, 언론 정상화 등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 유세차량 위에서 발언하는 송경동 시인. 경찰은 몸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 있던 송 시인을 뒤에서 기습적으로 끌어내려 연행에 갔다. 이 날 격렬한 대치 끝에 26명의 시민들이 연행되었다. 연행자 중에는 고등학생들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과잉 대응은 비난을 받고 있다.
▲ 유세차량 위에서 발언하는 송경동 시인. 경찰은 몸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 있던 송 시인을 뒤에서 기습적으로 끌어내려 연행에 갔다. 이 날 격렬한 대치 끝에 26명의 시민들이 연행되었다. 연행자 중에는 고등학생들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과잉 대응은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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