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앞두고 공식 트위터서 밝히자 “이유가 뭔가” 등 비난 여론 거세

국립국어원, ‘노동자’ 말고 ‘근로자’라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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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주년을 맞는 5.1 노동절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노동자’와 ‘노동절’ 명칭을 폄훼하는 듯한 공식 트윗을 남겨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9일 공식트위터 계정을 통해 “‘노동절’은 1963년에 ‘근로자의 날’ 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또한 ‘노동자’는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은 30일 오후 5시 38분 기준, 185회 리트윗되며 반발하는 댓글 수십 건이 올라오고 있다. “왜 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지 못하고 근로라는 단어를 써야하는지?”(withoutR), “‘근로자’라는 말이 ‘노동자’보다 바람직한 이유가 무엇인가요?”(강도높은 기다림), “저도 바람직한 언어 생활 좀 누려봅시다. 설득이 되게 해명 좀 해주세요. 예?”(조변) 등 ‘노동자’보다 ‘근로자’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근거를 묻는 댓글이 다수를 차지한다. “노동부가 고용부로 바뀐 것도 다듬어쓰도록 노력해서 결실을 맺었나보군요. 지방노동청도 지방근로청으로 다듬어쓰도록 국립기관인 귀사가 건의하셔아겠네요”(나무) 등 ‘뼈 있는 일침’도 보인다.

▲ 5.1 노동절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29일 공식트위터를 통해 "'노동자'를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트윗을 남겨 비난 여론이 거세다.
▲ 5.1 노동절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29일 공식트위터를 통해 "'노동자'를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트윗을 남겨 비난 여론이 거세다.

노동자를 그냥 노동자로 불러 달라

‘노동’과 ‘근로’라는 용어가 이렇듯 논란이 되는 까닭은 이 두 용어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적 가치가 부여된 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과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며 투쟁한 날을 기념해 지정된 5월 1일 노동절은 124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국제적 기념일이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도 노동절을 기념했다.

하지만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관제어용조직이었던 대한노총의 창립 기념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변경한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이라는 이름마저 아예 ‘근로자의 날’로 바꾸어 버린다. 그 후 노동계의 요구로 1994년 법률을 개정하여 5월 1일이라는 날짜는 찾았지만 ‘노동절’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국가의 통제적 의미가 담긴 근로라는 용어에서 벗어나 노동, 노동자라는 가치중립적 의미를 점진적으로 대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하고 법률의 제명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는 법률안을 2012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홍보실장은 “노동과 근로는 사전적 정의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사회역사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노동자가 능동적 주체라면 근로자는 수동적 대상이다. 기득권 세력이 ‘근로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순종적인 일꾼을 원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역사의 주역이며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존재임을 자임하는 ‘노동자’를 지배세력이 좋아할 리가 없다”며 “‘근로자’는 노동자를 폄훼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담당하고 있는 문 아무개 연구원은 “1992년 ‘노동자’라는 말에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고 판단해 ‘근로자’로 순화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의 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를 근거해 (본인이 직접 판단해) 트윗을 작성했다”고 답변했다.

문연구원은 “‘노동자’를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노동자를 근로자보다 낮게 보거나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실 만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정정 요구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후 결정할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국립연구원의 이 공식 트윗에 대해 노동당은 30일 오후, 공식 성명을 발표해 “국립국어원의 인식수준이 군사정권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아니면 혹시 현정권을 군사정권이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노동당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근로당’으로 다듬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국립국어원에 알린다. 또한 5월 1일 노동절에 이 땅의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노동을 배제하는 자본과 정부를 규탄할 것”임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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