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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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반바지가 가능한지는 이미 3년 전에 노조에서 반바지 착용을 포함한 여름철 복장 간소화 지침을 문서로 시행해달라고 시에 요구했고, 그 해에 바로 문서로 시행되었습니다. 기사로도 여러 건 나왔고 당시 지부장님과 자치행정과장님이 한동안 반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하셨고, 일부 지자체에선 지자체장님들까지도 반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반바지 출근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과다한 노출, 지나치게 화려한 반바지, 슬리퍼, 민소매 티셔츠착용 등은 자제’라고 자제해야 하는 복장까지 명시되어있죠. 그냥 반바지는 죄가 없습니다.

입어도 된다고 매년 이야기를 해도 아직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분들이 있는데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스스로 먼저 입고 다닙시다.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뒤에서 욕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죠. 그들 눈엔 거슬릴테니까요. ‘뭐야 이 꼰대는’ 이라고 우리도 뒤에서 욕해줍시다. 뒤에서 욕하는 것을 넘어서 왜 반바지 입고 오냐고 뭐라고 하거나, 갈아입고 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장내괴롭힘에 해당되는 행위라고 말씀하시고 반복되면 신고합시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갈등이 생기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선을 조금씩 넘어보면 됩니다.

밖에 나가서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입니다. 기후변화로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죠. 아무리 그래도 시민들이 보기에 불편해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는 분은 본인이 불편한 겁니다. 시민 핑계 대지 마시고요. 시민들도 복장은 정장인데 일은 안 하는 공무원보다 반바지를 입더라도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공무원을 선호할 겁니다. 입으세요.

저도 더위가 가실 때까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겠습니다.

지난 7월 24일 내부망에 위의 글을 올리고 2주가 지났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 2주 동안 매일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아직까지 어색하기도 하고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동참하는 간부와 조합원도 생겨나고 있다. 매년 한두명의 도전으로 끝난다면 내년에도 아마 같은 주제로 논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지구는 더 뜨거워질텐데 언제까지 반바지 논쟁만 하고 있을 것인가. 반바지 입기에 동참하여 다함께 폭염에 맞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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