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서구지부 김종필 지부장

악성민원과 갑질 그리고 노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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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김종필 지부장 
악성민원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김종필 지부장 

지난 3월 부산 서구청이 발칵 뒤집혔다. 한 직원이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서구지부 자유게시판에 부서장에게 갑질을 당하고 있다며 호소문을 올렸기 때문이다. ‘결재를 올릴 때 글씨체가 마음에 안 든다며 고함을 쳤다’, ‘아침마다 호통을 치며 차를 끓여오라고 한다’, ‘연차를 쓸 때 대면 승인을 받을 것을 강요했다는 등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내용에 분노와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다.

서구지부 김종필 지부장은 발 빠르게 해당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년간 부서장의 갑질에 시달리며 속이 곪을 대로 곪은 직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옆 사무실에 들릴 정도로 호통을 치는 건 일상다반사. 툭 하면 업무 분장을 되풀이해 부서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학벌로 줄을 세우려는 듯 출신 학교를 조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조의 움직임에 호응하듯 서구청도 노무사와 변호사 등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단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향은 맞고 필요한 대책이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부서장과의 분리조치가 우선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를 위해 김 지부장은 최현오 부산본부장과 함께 서구청장 면담에 나서고 성명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공무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악성민원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14일 서구 동주민센터 공무원이 주취 민원인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면담했다. 실상은 처참했다. 신체적 폭력뿐만이 아니라 폭언과 시비에 시달리는 건 물론 법령에 따라 처리했음에도 불친절 진정민원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직원들은 어차피 경찰 출동이 늦고 2차 보복이 우려된다며 고소도 꺼리고 있었다

현실이 이런데 직원 보호 방안은 더 처참하다. 30만 원 이내의 의료비 지원 외에는 실질적 도움이나 특별한 대책이 없다. 이에 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46일 기자회견을 열어 악성 민원인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지부장도 이날 현장 발언을 통해 동주민센터 면담 결과를 증언하며 악성민원 근절과 대책 마련 요구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15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무너져 가는 노조를 재건할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김 지부장. 갑질과 악성민원 문제의 빠른 해결을 바라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녹록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헤쳐나가야 한다. 당장 갑질 부서장의 인사조치만 해도 위원회 결정이라는 절차를 넘어서야 한다.

김 지부장에게 노조는 항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권리를 쟁취해온 곳이었다. 그는 보고 경험한 대로 마지막 임기, 유종의 미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생각이다. 김 지부장의 고군분투가 직장 내 갑질과 악성민원 근절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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