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사회 파격적인 성과주의 도입 추진...공공성 파괴 우려

“연봉 10억 뜬구름 잡지말고 공무원 실질임금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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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게까지 성과연봉제와 비슷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과 또 파격적인 성과주의도 도입해서 활력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밝혔다. 이어 같은 날 젊은 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공직자들이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는 부분은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주항공청에는 민간전문가들이 공무원 신분으로 상당 부분 참여하게 되는데 기존 공무원 연봉과는 다른 성과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특급 인재를 영입할 경우 기존 공무원 연봉체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10억 원 수준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업무 성과가 탁월한 공무원에게 그에 합당한 승진과 금전적 보상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성과 창출 동기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3년 이상 최상위 성과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 50% 추가 성과급을 부여하는 장기성과 가산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업무실적 우수 공무원에게 1호봉 승급하는 특별승급 요건을 완화해 고성과자에 대한 승급 우대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공무원이 기업마인드를 가지고 국민 상대로 이윤을 내라는 것인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공 부문의 직무와 성과는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일반 기업에서 성과급 평가 도구는 대부분 이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공직 사회는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가 목적이다.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와 같은 비교적 측정이 쉬운 지표는 임금 체계와 연결하기 쉽지만 공익적 가치 성격의 업무는 직무와 성과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

또한 공직 사회 는 순환근무가 이루어지는데 업무에 따라 임금 차이가 벌어지면 공공성이 높더라도 성과 내기 어려운 업무는 다들 기피하게 될 것이다. 임금 총액이 크게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성과급을 많이 받게 되면 결국 임금이 삭감되는 직원이 다수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민간기업 중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 간 서열을 매기고, 경쟁을 부추기는 고과제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금속노조가 지난 달 발표한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SDI 노동자들은 산재를 신청하거나 병가, 유급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증언했다. 익명의 실태조사 답변자는 이유 없이 최하 등급을 받고, 정신적, 금전적 피해로 인해 일상생활이 매우 힘들다. 업무 목표 달성에서 문제도 없었다. 인사팀에서는 평가자 고유의 권한이라는 두루뭉술한 말만 반복할 뿐이라며 도대체 평가자 권한이 무엇인지 알려 줘야 개선도 하지, 답답한 마음뿐이고 자살충동까지 느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매사추체츠공대 벵트 홈스트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성과연봉제가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 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과 측정이 쉬운 곳에서만 성과연봉제의 효과가 있다. 반면 성과 측정이 복잡한 곳에서는 성과연봉제의 역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철도, 가스, 의료, 금융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 노동자들에게 성과주의를 강요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협동, 고객의 안전, 공공성의 확대 같은 평가가 어려운 기준을 등한시하고 반면 매출과 이익 증대라는 평가하기 쉬운 영역에만 몰입하게 될 것이다. 상급자의 전횡과 권력형 줄서기도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한국 공무원 임금 수준은 민간 부문의 70~80% 수준이며 특히 8~9급 공무원은 실수령액이 200만원도 안 되기에 임금현실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 지급 단가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보다 현저히 낮고, 14시간, 1개월 67시간 한도 내에서만 지급받는 등 일반 노동자에 비해 차별받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최근 공무원은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인해 시험 응시 인원이 매년 줄어들고, 입직 후 퇴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면 공직 내 임금 차별은 더욱 커져 청년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올해처럼 1.7%가 아닌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하고 각종 수당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해 실질임금을 인상시키면 된다. 그러면 행정의 공공성도 지키고 활력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정권이 성과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등을 도입해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때마다 투쟁으로 맞섰다. 공무원노조는 행정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부정책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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