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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노래로 걸어온 투쟁의 한길… “사람에 대한 진심, 그것이 비결”노래패 ‘동해와바다’(강원본부 동해시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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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29  1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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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출범부터 2004년 11월 총파업이 있기까지 공무원노조는 부흥기를 맞았다. 억눌렸던 분노와 열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현장을 바꾸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시작됐던 것. 그러나 총파업의 후과로 조직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문화패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에도 자발적 혁신과 노력으로 그 힘겨운 20년 세월을 ‘살아낸’ 노래패가 있다. 전국 유일한 지부 노래패인 ‘동해와바다’를 지난 14일 만났다.

   
▲ 2003년 5월, 150여명 조합원 앞에서 노래했을 때의 감동은 최고였다.

2002년 7월 8일 동해시지부가 출범하고, 그해 8월 31일 예정된 조합원 체육대회에 공연할 목표로 노래패를 조직했던 것이 ‘동해와바다’의 시작. 첫 무대가 태풍 ‘루사’로 무산되었지만, 연말 조합원 송년회에서 첫선을 보임으로써 조합원 앞에서 당당히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수년간 ‘동해와바다’ 패명을 두고, ‘촌스럽다’, ‘공무원스럽다’ 등 냉혹한 평가도 있었지만, 조합원 공모로 당당히 탄생했기에 패원들은 사명을 다해 노래했다. 

   
▲ 동해와바다가 지난 7월 강원본부 노동문화제에서 지부 운영위원들과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동해와바다’는 지부 활동의 주된 역할을 해냈다.
노래패 안에서 지부장과 주요 간부들이 배출됐다. 매년 창립기념일인 7월 8일이면 지부 노동문화제를 기획했고, 8월 강원본부 노동문화제에도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14년을 이어온 해직자 원직복직 지부 촛불문화제를 매월 1회 치러냈을 뿐 아니라, 조합원 체육행사나 대중사업 곳곳에 ‘동해와바다’는 공연과 각종 실무스텝으로 결합했다.  

   
▲ 작년 6월 마지막 촛불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동해와바다

‘동해와바다’는 20년 동안 최소 1,000회 공연을 해낸 베테랑 문화패다. 
1년에 많게는 80회, 코로나 상황에도 연 40회 정도 공연을 다녔고, 하루 세 번 공연을 한 적도 있다. 이번 달만 벌써 5번의 공연을 마쳤다.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했고, 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했다. 연예인급 일정을 소화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공연할 수 있었던 힘은 가창력이 아니라, ‘함께 살자’는 연대의식에서 비롯했다. 지역 내 투쟁사업장 해고노동자들이 계속 생겨나자, 그들을 묶어 동해삼척지역 노래패인 ‘현장’패를 만들어 지역과 업종을 넘나들며 ‘연대’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그들은 공무원노동자의 투쟁현장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수많은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도, 공무원노조 집회에서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못내 아쉽다. 몇 해 전만 해도 ‘공무원노조현장노래패연합’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각자의 상황에 내몰려 활동을 중단하고, ‘동해와바다’만 또 덩그러니 남았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처럼 공무원노조 소속 문화패가 발굴‧육성되어 조직의 활력이 가득해지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 동해와바다는 지부 20주년 백서발간에 맞춰 창작곡을 담은 첫 음반을 발매했다.

최근 ‘동해와바다’는 ‘그게 열정인거야’라는 첫 음반을 발매했다.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이기도 하고, 2018년부터 시작된 창작활동의 집약이기도 했다. 총 8곡을 수록했는데 5곡은 ‘동해와바다’를 20년간 지켜온 창단 멤버인 금진섭 패원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한 곡은 2018년부터 노래패 강습을 맡아온 박은영 가수가 선물했다. 나머지는 20년 동안 투쟁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렀던 두 곡을 원곡자의 동의를 얻어 실었다. 음반 작업을 하면서 지난 20년의 역사를 반추하며 그들은 함께 웃고, 울었다. 공무원노동운동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부 20년사 백서<선언에서 변혁으로>를 내면서 음반발매 시기도 맞췄고, 백서를 구입하는 지부에 음반도 함께 보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들의 음반을 보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 동해와바다는 故 임복균 조합원의 1주기 추모제에서 '해방까지'를 선보였다.

금진섭 패원의 첫 창작곡 ‘그게 열정인거야’는 심성은 패원이 조합원과 조직, 투쟁사업장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결국 ‘열정’이란 결론에 닿자 금세 가사로 탄생됐다. 토론과 수정을 통해 첫 곡이 나왔을 때, 그들은 마치 첫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친 후 느꼈던 가슴 먹먹함을 다시 경험했다. 처음 박은영 강사가 “좋은 곡 많이 써 주세요” 하며 음악노트를 내밀었을 때만 해도, ‘동해와바다가 창작을?’ 하며 웃어 넘겼는데, 투쟁과 일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니 그것이 곧 우리의 노래로 탄생했다.
한 곡 한 곡이 탄생할 때마다의 기쁨, 음원을 녹음할 때의 긴장감, 녹음을 마친 후 마시는 소주의 행복함, 그리고 이것이 결집된 음반이 나오니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동지에 대한 굳건한 믿음. 이 아름다운 감정들이 ‘동해와바다’를 더 튼튼하게 할 재산이 됐다.
 
그들이 ‘동해와바다’를 지켜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사람에 대한 ‘진심’이었다. 
수많은 ‘투쟁하는 노동자’ 앞에서 노래했고, 투쟁현장에서 먼저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해오는 동지들에게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으며, 내가 아닌 ‘우리’의 가치를 투쟁의 무기인 ‘노래’로 연대하고, 함께 투쟁의 길을 올곧게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그들이 아닌가.
진심을 다해 바라건대, 앞으로도 그들의 목소리가 지친 노동자의 한숨을 걷어내고 어둠 속 작은 불씨가 되기를. 그리하여 지치지 않고 노동자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동해와바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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