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평소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크면서 책도 잘 안 읽어서 문학적 깊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에 붙어 있는 시 공모전에 용기 내어 한 번 참여해 본 적도 있지만 보란 듯이 떨어지고는 소질이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대상이라니, 이걸 받아도 되나? 정말 고민이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좋은 평가로 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 준 분들이 너무 감사하다.
‘시작과 끝, 그 중간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교향곡’, 제목부터 그럴싸하다.
2019년 7월 문원동 주민센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첫 발령지인 문원동은 운 좋게도 공무원과 민원인의 거리가 가까워서 서로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곳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는 기억에 남는 민원인과의 일을 메모하고, 가끔 그 메모를 들춰보며 초심을 확인하곤 했다. 그 메모 중 유독 긴 내용이 이번 노동문학상에 담은 것이었다. 글을 쓰면서 출생신고와 사망신고, 시작과 끝의 전혀 다른 감정을 다루는 업무를 하는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막상 글을 써나가긴 했는데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음악회에 가자는 제안을 받고, 검색을 하다가 마치 인생의 곡선을 닮은 ‘교향곡 ’이란 단어를 보는 순 간 ‘이거다!’ 싶었다.
‘감동적인 글’이란 말을 많이 들었지만, 도통 뭐가 ‘감동적’인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의 “멋진 글이 아니라도 진심을 담으면 감동을 주는 것 아닐까”라는 말을 듣고, 해답은 역시 ‘공 감’에 있음을 알았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동료들과 민원인의 아픔을 함께 하고, 기쁜 일을 진심으로 축하는 따뜻한 공무원으로 살 것이다.
이번 문학상 수상을 통해 글을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거창하지 않아도 '공감 한 줄' 나눌 수 있는 '찐 공무원'으로 살면서, 내가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과의 만남을 따뜻한 언어로 표현해 나가면 내 삶도 예전보다 더 빛나지 않을까.
상금은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일단 많은 시간 함께하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부서 동료들에게 작은 간식거리를 선물했다. 올 3월에 결혼하고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소위 ‘짠테크’로 절약하며 살면서 가족들에게 변변한 선물도 못하고, 밥 한 번 제대로 사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었다. 가족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나에게 자신감과 새로운 계기를 준 문학상의 시상금인 만큼 정말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다.
조합원에게 전하는 말
나는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이 혼자 메모하며 꽁꽁 숨겨왔다. 내재된 글쓰기의 욕망을 표출해보니 오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님을 느낀다. 세상 밖에 나의 글을 내놓은 용기가 나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기분이다. 조합원 여러분도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권유한다. 글은 진솔한 마음이 담기면 되는 것 같다.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보시길. 나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진지하게 배우고 실력을 키워 좀더 단단한 '글쟁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