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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박영화’, 조합원 마음 어루만지는 ‘따뜻한 바람’ 되겠다!사람과 사람 - 박영화 지부장 (전남본부 곡성군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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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24  1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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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화 곡성군 지부장

가을인가 싶더니 금세 찬 기운이 스치는 10월 중순, 전남 곡성을 찾았다. 드디어 세대교체를 이루고 이리저리 뛰며 조합원과 소통하고 있다는 박영화 지부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 세 아이의 엄마지만, 8개월 차 지부장으로서의 열정과 행복지수는 남들보다 높다는 ‘82년생 박영화’. 무난하게만 살 줄 알았던 그가 지금 곡성군지부의 중심까지 자리하게 되기까지 겪은 ‘세 번의 변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영화가 경험한 첫 번째 변화는 공무원 한 달 만에 찾아왔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운 신규공무원에게 부서 팀장은 아무리 잘 해줘도 어려운 존재인데, 팀장은 일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시보 박영화’를 매일같이 들들 볶았다. 한 달을 버티던 박영화가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 “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존재가 아니다!”면서 팀장의 부당한 언행에 대해 얘기했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태도에 호랑이 같던 팀장이 사과를 했다. 그 일을 계기로 박영화는 ‘표현해야 바뀐다.’는 나름의 신념을 갖게 됐다.

두 번째 변화는 공무원 2년 차, 고통스러울 만큼 업무가 쏟아져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를 우울의 늪으로 잡아끌던 시기에 찾아왔다. 모 연예인의 자살 기사를 접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하며 누구라도 들으란 식으로 큰 소리를 냈는데, 마침 부서 팀장이 박영화의 어려움을 캐치하고 업무를 덜어줘 숨통을 틔게 해 줬다. 출근하기 두려웠던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온기를 확인한 박영화는 자신 또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지난 9.24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박 지부장은 아들 효담이와 함께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세 번째 그에게 불어 닥친 바람은 그야말로 태풍급.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을 만났다. 육아휴직 후 2018년 11월 복직을 했는데, 악성민원이 잦은 부서에 배치됐다. 매일 같이 전화기 너머 들리는 욕설과 폭언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우울감이 깊어졌고, 악성민원을 ‘무조건 참도록’ 배운 그는 감정이 거친 파도같이 넘나들며 위험수위에 있음을 인지했다. 별 기대도 없이 우연한 기회에 같은 층에 있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명화 전 지부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박영화는 행복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한 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게다가 민원인의 폭행으로 공무원이 상해를 입은 사건을 계기로 곡성군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내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악성민원 문제가 당연히 공무원 당사자가 감내해야 할 몫인 줄 알았던 생각이 틀렸음을 확인함과 함께, ‘노동조합’의 힘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것.

2019년 초, 이명화 전 지부장이 공무원노조 전남본부에서 주최한 백두산역사기행에 함께 가자는 제안에 박영화는 기다렸다는 듯 수락했다. 내리 연년생 세 아이를 키우는 일에, 최근 악성민원으로 너무 지쳐있던 터에 공식적인 휴가를 얻은 셈. 심신의 자유를 얻은 박영화는 백두산까지 오가는 여정에 정말 소중한 가치를 만나고 말았다. 바로 좋은 사람과 함께 할 때의 행복함이 그것.

   
▲ 지부가 지난 8월 새내기공무원 특강을 진행했다.

백두산에 다녀온 후 박영화는 달라졌다. 딱 한번 노동조합 행사에 참여했던 것인데 인상이 깊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한다는 것을 언제나 갈망해왔던 박영화에게 ‘싸우기만 하는 곳이 아닌’ 노동조합이 신선했다. 그래서일까. 차기 지부장을 고민하던 이 전 지부장이 그에게 지부장을 제안했을 때, 그는 오래 주저하지 않았다.

박영화는 조합원에게 ‘따뜻한 바람’이 되고 싶었다. 코로나19로 출범식을 못한 비용을 ‘조합원 사진 바꿔주기’ 사업에 반영, 200여명 조합원의 낡은 사진을 바꿔주는 것으로 11기 출범을 알렸다. 조합원 대상 사업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입률도 늘었다.

박영화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아픈’ 조합원들을 만나 그들의 귀가 되어줬다. 전화를 걸어 ‘밥 먹자’, ‘같이 걷고 싶다’며 점심시간을 활용해 데이트신청을 했고, 사는 얘기를 자연스레 나누며 힘이 돼 줬다.

최근 공무원 사회를 떠난 5~6명의 조합원도 직접 만났다. 박영화는 그들의 아픔에 경청하면서도 청년 조합원들이 잘 적응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지난 8월에는 청년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했고, ‘햄버거를 먹으며 버거운 얘기를 하자’는 취지로 만든 ‘버거데이’에도 40여명의 조합원이 함께해 나름 선방했다.

   
▲ 지부는 6월 곡성 군의 한 카페에서 대의원대회를 치렀다.

또한 판에 박힌 노동조합 행사 말고, 숨통 트이는 방식으로 뭔가를 해 보자 고민하던 끝에, 지부 대의원대회를 곡성읍내 카페에서 열고, MBTI 강의와 함께 서로의 성향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더니 대의원들의 얼굴표정이 활짝 펴졌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즐겁게 멀리 가는 것, 그것이 박영화가 꿈꾸는 삶이다.

활동이 침체되고 어려운 시기도 겪어낸 곡성군지부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박영화.

그는 조합원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고 싶다. 힘든 직장이 아니라 출근하고 싶은 일터로 바꾸는데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합원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큰 그늘을 지닌 엄마. “따뜻한 온기가 되어 줄게요. 우리 밥 한 번 먹게요!” 벌써 조합원 바라기가 되어버린 박영화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조합원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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