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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사람’, 오월광주의 택시운전사로 인생2막 열다!사람과 사람 - 박윤석 명예조합원 (광주지역본부 동구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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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0  17: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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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동구지부 박윤석 조합원

공직을 떠나는 그 날까지 투쟁의 현장에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과 정치자유를 누구보다 목청 높여 외친 ‘늙은 노동자’가 있다.

10년 전부터 멋진 카메라 하나 목에 걸고 집회 현장을 누비면서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 온 한 사람, 빛나지 않을지라도 ‘존재’ 자체로 동지들에게 든든함을 주고 싶었다는 그를 지난 8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 만났다. 바로 7월 1일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광주본부 동구지부 박윤석 명예조합원 이야기다.

박윤석은 1989년 8월 1일 공직에 입문하여 2022년 6월 30일까지 정확히 32년 10개월을 공무원노동자로 살았다.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땅을 일구는 농민의 삶을 꿈꾸며 광주농고로 유학까지 왔지만, 형 셋 모두 공무원인 영향 탓인지 그는 우연한 기회에 공무원이 됐다. 남들이 꺼리는 일은 먼저 나서 했고, 드러나는 일보다는 언제나 다른 이들을 지원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코로나19 2년6개월 동안은 코로나 확진자를 호송하는 운전업무를 맡았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면 힘들거나 어려워도 솔선수범
하는 것이 그는 편했다.

10년 공무원노조 간부 활동에서 최근 2년 수석부지부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그는 2012년부터 8년이나 광주동구지부 교육선전부장을 장기 집권(?)했다. 사진을 워낙 좋아했던 그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분야이기도 했고, 틈틈이 공부한 포토샵 실력이 더해져 지부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집회가 있는 곳마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부지런히 사진을 남겼다. 사장될 뻔한 수많은 그의 사진은 올해 5월 ‘광주동구지부 20년사’를 펴내면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이 없었다면 지부의 20년을 제대로 기술하기는 어려웠을 터.

   
▲ 박윤석은 어디든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역사를 기록했다.

사실 그의 사진실력은 수준급. 광주본부 소식지 ‘우리함께’의 포토에세이를 맡아 집회 현장이나 일상 속의 사랑과 분노, 아픔과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개인 작품을 출품해 입선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민공노에서 진행한 UCC 공모전에서 광주동구지부가 1등의 영예를 안은 것도 그가 톡톡히 한 몫을 한 결과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 뜨거운 여름을 달궜던 통일선봉대 활동이다. 나름 고령이었지만 노래하고 춤추며 그는 어느새 청춘이 되어 있었고, 폭우와 폭염을 뚫고 24시간 함께 투쟁한 동지들은 오롯이 친구가 됐다. 규율과 동지애로 무장한 1주일 남짓한 그 시간이 10년 세월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집단의 힘은 역시 무서운 것이다.

   
▲ 그는 2018년 통일선봉대 활동에 참여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부심’이란 단어를 자주 쏟아냈다. 한 직장에서 30여 년 무사히 근무할 수 있어서, 공무원노조와 함께 해서, 광주동구지부의 당찬 투쟁으로 조합원의 권리가 한 단계씩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조금씩 진보하는 사회를 위해 작은걸음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그의 자부심에는 오로지 ‘같이의 가치’만 존재하는 듯하다.

그는 쉰이 넘은 나이에 만난 노동조합을 너무나 깊이 사랑했다. 돌아보면 투쟁의 대열에서 조금 더 앞에 서 있지 못했던 것에 미안함은 있지만, 흔하디흔한 들풀이나 민들레 같은 존재로 잘 버텨주는 것 또한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그는 믿었다. 4.20 공무원노조 투쟁선포대회에 “마지막 소풍을 왔다”고 했던 박윤석은 퇴직 후 열린 7.2대회에도 공무원노조 조합원으로서 당당히 함께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그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벌써 60해를 넘긴 나이지만, 마음은 전혀 늙지 않았음의 방증이다. 청년세대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피하지 말고 부딪치며 해결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바람에서다.

퇴직 1주일이 되던 지난 7일, 그는 드디어 택시운전사가 됐다. 택시운행 첫날, 그는 첫 손님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면서 동시에 첫 마음을 기억하기 위한 결심이었다.

   
▲ 박윤석은 퇴직 후에도 집회현장에 함께했다. (두번째 줄 파란색 모자)

언젠가 우리는 공무원노동자의 투쟁이나 항상그리운 그의 고향 해남들녘의 풍경으로 싸인 그의 택시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진보와 노동의 가치를 실고 달리는 택시, 상상만 해도 행복함이 밀려온다. 특별하지 않지만, 빛나지도 드러나지도 않은 삶이지만, 언제나 한 곳에서 다른 이들의 그늘이 되어준 그의 역할은 컸다. 더러 바람을 막았고, 지친 이들의 쉼터가 되었고, 적당하게 추위나 더위도 피하도록 했다. 좋은 사람과 걷는 길은 옳은 길이라는 믿음, 역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선동가가 되어 대오를 이끌지는 못했지만, 선전가가 되어 대오의 흐름을 잘 알려내고 묵묵히 노동조합이라는 대열을 지켜낸 사람, 그가 공무원노조에서 배운 노동과 사람의 가치를 안고 오월광주의 택시노동자로 다시 태어났다. 때로는 언덕길도, 비포장도로를 만나는 날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무한한 긍정에너지로 잘 헤쳐 나가 새로 열어가는 인생길에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15만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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