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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꿈꾸는 ‘작은 거인’ … “희망 주는 노조 만들고파”[사람과 사람] 계율 지부장 (인천지역본부 미추홀구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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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17  10: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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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언어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갖고 태어났지만, 힘차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사람이 있다.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가졌고, 조금씩 진보하는 세상에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다는 정말 ‘착한 사람’, 인천본부 미추홀구지부장 계율이다.

   
▲ 계율 미추홀구지부장

계율은 학창시절 비장애인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남들과 조금 다르고 불편할 뿐, 어떤 차이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했다. 다만 뭔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었던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하는 시간이 계율은 즐거웠고, 자연스레 나랏밥 먹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법대에 진학은 했지만 사법고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 고배를 마신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2004년 장애인인권운동에 투신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중 최악은 ‘장애인은 스스로 살지 못하기에 시설로 몰아넣어야 한다’는 막돼 먹은 사고다. 때문에 계율은 장애인도 이 사회의 동일한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장애인 스스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하려는 자립생활운동에 전념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지금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알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 계율은 2004년 장애인인권운동에 투신했다. (사진은 2006년 투쟁)

돌아보면 2000년대 장애인인권운동 시절 계율이 가장 빛났다. 장애인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하면서 지하철 역사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토록 하는데도 수년이 걸렸다. 지하 보행로를 만들어 놓고 차량통행을 이유로 횡단보도를 대거 없앤 것에 항의해 지하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횡단보도 보행을 되찾는 데도 수년의 투쟁이 필요했다. 지금 보면 아무렇지 않게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장애인 스스로 펼쳐낸 눈물겨운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투쟁의 선두에 섰던 단체에 대한 지원이 끊기자 그는 실직했다.
2011년부터 나랏밥 먹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돌입, 공시생 3년차였던 2013년 그는 행정직 공무원이 됐다. 올해로 벌써 10년차다. 
공무원이 된 계율은 민원실에 배치됐다. 언어장애가 있는 그에게 민원인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 그가 근무 중인 청사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어 거동이 불편한 민원인이나 공무원은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계율은 공직사회 내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대해 깊이 고뇌한다.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는 장애 정도에 맞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임을 강조한다. 

   
▲ 계율은 지난 1월 드디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가입을 이뤘다.

2022년 1월, 미추홀구노조가 드디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합류하게 됐다.
사실 장애인인권운동 시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매 투쟁 함께 연대해 준 것을 그는 잊지 못한다. 그 마음의 빚을 상급단체 가입으로 털어낼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물론 과정은 힘겨웠다. 2012년 노조가 생길 때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여러 반대에 번번이 실패했고, 10년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투쟁하는 공무원노조와 함께라면 계율은 두려울 게 없다고 믿었다. 

공무원노조 가입 직후 조합원 수가 많이 줄었다. 늘어난 조합비 부담이기도 했지만, 수년간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뿌리가 약해진 탓이 컸다. 이제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할 차례다. 그러나 계율은 본연의 공무원 업무와 지부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벽에 부닥칠 때가 많다. ‘노동조합 전임만 된다면 온 부서를 다니며 조합원 가입을 조직할 수 있을 텐데’, ‘사업계획도 내와서 조합원 대상 교육과 문화행사도 번듯하게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언제나 노조 생각뿐이다.

   
▲ 계율 지부장이 지난 4월 구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하나둘 탈퇴하면서 300명도 채 남지 않은 힘든 과정에 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커져야 직원들이 건강해지고, 구민들이 행복해집니다.” 조합원에게 보낸 그의 담담한 인사말이 안쓰럽다.
올 초 노동조합을 탈퇴한 한 조합원이 구청 앞 1인 시위를 하는 계율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며 가입서를 다시 들고 왔을 때, 그는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진심이 누군가에는 닿았음에 감사했다.

   
▲ 지난 10일 천안에서 열린 전 간부 수련회에 참석한 인천본부 간부들과 함께. 계율은 맨 왼쪽.

미추홀구지부 첫 번째 지부장 계율.
노동조합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 이기는 삶의 과정, 과정에서 ‘함께 사는 세상’이 승리함을 체득했기에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시간인 퇴근 후 시간마저 조합원에게 내어줄 수 있으니, 매일 술 한 잔 하며 함께 울고 웃고 싶다는 그, 조금씩 진보하는 사회를 위해 당당히 걸어온 계율이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조합원에게 과감히 날아갈 수 있기를 온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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