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중행본부 보건복지부지부 국립공주병원지회

“코로나19 버텨낸 ‘슈퍼히어로’ 조합원들을 빛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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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지회는 3년 전인 2019년 6월 10일, 조합원 공모로 채택된 ‘희망의 첫걸음 함께하는 행복노조’를 슬로건으로 번듯하게 내걸고 보건복지부지부 두 번째 지회로 노동조합의 첫발을 내디뎠다. 마침 출범 3주년 행사가 있던 지난 8일, 최성문 지회장, 손동열 부지회장, 김보미 조직차장으로부터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국립공주병원지회 슈퍼히어로들 (왼쪽부터 김보미, 최성문, 손동열)
▲ 국립공주병원지회 슈퍼히어로들 (왼쪽부터 김보미, 최성문, 손동열)

국립공주병원은 전신 국립결핵병원에서 기능을 전환하여 지금은 중부권(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처음 코로나19 상황을 맞았을 때 입원해 있던 정신질환자 전원을 퇴원 조치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게 되면서 의료진과 공무원노동자 모두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졌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때라 공포심은 컸고, 다수의 정신질환 확진자가 이송 과정에 환각, 망상 등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감염병 전문 병원이 아니다 보니 음압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항상 감염의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정신질환자는 화장실도 혼자 보낼 수가 없어 병동 구석에 의자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변기에 대소변을 보게 했다. 당연히 치우는 일은 공무원의 몫. 환자의 인권과 공무원의 자존감이 함께 추락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이들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며 버텼다.

▲ 레벨D를 착용하고 환자이송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레벨D를 착용하고 환자이송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가장 힘들었던 것은 ‘레벨D’ 착용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무장한 채 고글과 답답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나면 금방 현기증이 났다. 레벨D를 착용하고 코로나 환자를 타 지역 병원으로 이송할 때는 심하게 움직이는 차량에서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검은 비닐봉지 하나 쥐어주는 게 전부였다. 비좁은 구급차에 여럿이 앉아 몇 시간을 이동할라치면 생리현상으로 힘든 고비도 여러 차례. 보호복을 벗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하루 종일 굶는 날도 많았고, 안전하게 환자 이송이 끝난 후에야 겨우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었다. 이런 눈물겨운 상황과 수기를 모아 병원과 지회는 <코로나19와 국립공주병원! 그 치열했던 순간들의 기록>을 펴냈다.

▲ 조합원의 지친 어깨가 안쓰럽다.
▲ 조합원의 지친 어깨가 안쓰럽다.

2020년 4월, 대구지역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 마산 결핵병원에 파견을 가야 했다.
출범 10개월차, “이때다!” 간부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 코로나가 창궐한 타 지역 파견이라는 부담이 있었기에 노동조합이 솔선수범해야 했다. 한 달여 파견 동안 열심히 일했고, 다시 공주로 돌아오니 노동조합에 대한 시선이 더 따뜻해진 듯 했단다.

상황도 자주 바뀌었다. 확진자 수가 줄면 본연의 병원 업무를 했다가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면 음압 병실 공사를 해서 코로나 환자를 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병실도 그에 따라 세팅을 새로 하기를 6~7번을 거듭했다. 3교대 근무로 한 달 스케줄이 미리 나오는 간호사도 확진자 상황에 따라 갑자기 업무가 바뀌고 스케줄이 조정되기 일쑤였기에 개인 일정도 아예 포기한 채 2년여를 살았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재난상황을 잘 헤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료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해졌다고 하니 코로나가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지회는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식사와 이동조차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이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서비스 질이 낮은 병원으로 가서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 지회는 작년 2기 최성문 지회장을 선출하고 취임식을 가졌다.
▲ 지회는 작년 2기 최성문 지회장을 선출하고 취임식을 가졌다.

사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병원은 더 활력을 찾았고 서로 더 끈끈해졌다.
병원 측에서는 무슨 일이든 추진하기에 앞서 노조의 의견을 물었고, 지회는 조합원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다. 정신질환자를 살피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곳이라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조합원 마음을 챙겨나간다. 병원 차원에서 트마우 마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조합원들을 위한 힐링센터가 없다. 지회는 곧 조합원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서로의 마음을 안아주고 싶다.

보건복지부지부장을 겸하고 있는 최성문 지회장은 최근 보건복지부에 항의방문을 다녀왔다.
상하반기 960시간을 근무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1시간이라도 부족하면 제외된다는 단서가 붙었다. 터무니없는 지급안이 실정에 맞게 수정되고 합리적으로 추진될 때까지 지회에 결코 포기란 없다.

▲ 국립공주병원지회는 지난 10일 출범 3주년을 맞았다.
▲ 국립공주병원지회는 지난 10일 출범 3주년을 맞았다.

국립공주병원은 5월 23일부터 본연의 병원 기능으로 돌아갔다.
지회는 코로나19 상황을 잘 버텨온 덕에 자신감과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 환자에 대한 믿음과 조합원에 대한 확신 또한 함께 얻었다. 언제 가장 행복한지 묻는 말에, 김보미 차장은 ‘살이 올라 활짝 웃으며 손 흔들며 퇴원하는 환자를 볼 때’라고 말하며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나보다는 다른 이의 행복에 더 크게 웃고 감동하는 진짜 ‘천사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슈퍼히어로들’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조합원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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