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중행본부, 코로나 대응인력 강제 파견에 강력 항의

“우리가 노예인가?”…국가직 공무원 3천 명의 황당한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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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품에 안고 외친 절규가 열사 분신 52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노 동자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월 28일, 정부부처 공무원 3천 명이 전국의 보건소로 강제 파견되는 일이 발생한 것. 

▲ 파견공무원이 코로나 확진자 역학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 파견공무원이 코로나 확진자 역학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2월 23일 확진자 급증에 따른 대응인력 추가배치를 요구하는 중대본 회의 이틀 후인 25일 행정안전 부와 인사혁신처는 중앙부처 공무원 파견계획을 공문으로 시달하고 부처별 차출을 통해 딱 나흘 만에 공무원 3천명을 수도권과 부산, 울산 등지로 강제 배치했다. 어떤 협의와 소통도 없이 공문 하나로 공무원의 복무형태를 명령한 셈인데, 이를 두고 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본부(본부장 이상국, 이하 중행본부)는 “이번 강제 조치는 ‘까라면 까’야 한다는 구태 정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정부의 결정에 분노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파견 조치가 졸속이다 보니 황당한 사례도 속출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 파주에 파견되어 일종의 ‘유배’의 경험을 하는가 하면, 새로운 근무지에 첫 출근하던 직원이 파견되는 사례도 있었다. 출근하면서 파견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짐을 싸서 파견지로 가기도 했고, 파견된 보건소에서 확진자 관리를 하다가 확진이 되자, 자가격리 기간 자택으로 가도록 해 가족들까지 감염시키고 파견 기간 내내 마음고생 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 중행본부 최광열 해수부지부장
▲ 중행본부 최광열 해수부지부장

공무원노조 중행본부는 정부의 이번 강제 파견과 관련 즉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 아무 준비 없이 끌려가듯 파견 조치된 공무원들에 대한 사과, 실정을 반영한 파견지 선정과 노동조건 보장 ▲ 1개월 파견을 강제함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에 대해 각 부처가 직원들과 협의하고 출장 조치 등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 보장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본부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를 두 차례 항의 방문하고, 공무원을 ‘일하는 도구’로 치부하 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 항의하고, 파견 공무원에 대한 정당한 처우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본부의 끈질긴 투쟁의 결실로 연고지와 당사자의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진행된 1차 파견(2월 28일~3월 27일)과 다르게 2차 파견(3월 28일~4월 27일)은 당사자의 연고지를 우선 고려해 파견이 이뤄졌고, 코로나 확산세가 감소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조기 파견 종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대응인력으로 강제 파견된 공무원들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일에 지방직, 국가직 나눌 건 없다. 인력이 필요한 곳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파견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과 파견 이후 생활 여건과 수당, 식비 등 지원이 전혀 되지 않아 연고도 없는 곳에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파견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고, 현장의 어려움은 파견된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불합리하다. 사기와 자긍심이 바닥을 치고 있고, 파견이 종료된 이후에는 한 달간 생긴 업무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감으로 스트레스가 높다”고 호소했다.

▲ 최광열 해수부지부장이 파견 공무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최광열 해수부지부장이 파견 공무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청취 하기 위해 파주, 부산, 울산, 서울, 인천, 전남 등 각 지역을 순회하고 있는 중행본부 최광열 해양수산부지부장은 “황당한 파견조치에다가 파견지에서 불합리한 처우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순회간담회 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고통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력보강 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파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파견지 근무 시 안전하게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권리는 보장이 되어야 함에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내리꽂기’로 진행된 부당파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앞으로도 과정과 절차 없는 일방적 파견은 용납하지 않겠다” 고 단언했다.  

‘공무원’은 정부의 ‘노예’가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의 변화와 혁신, 생산의 주체인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외치며 20년 동안 달려왔다. 정부 방침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하는 노동현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을 권리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 
이상국 중행본부장은 “공무원에게 온전한 노동기본권이 있다면 이런 처우는 있을 수 없다. 공무원노동자의 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지금에라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공무원’의 프레임을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번 파견조치와 같은 무책임하고 불합리한 일은 계속될 것이다. 문제해결의 방법은 간단하다. 합리적 절차와 소통, 일한 만큼의 정당한 처우와 존중, 결국 공무원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는 것,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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