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로나19 방역업무 중 과로사한 故 천민우 주무관 원인조사위 보고회 개최

“공무원이라고 죽도록 일해서는 안된다. 노동시간 단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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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가 조사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 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가 조사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본부와 부평구청 등이 구성한 ‘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4일 인천 남동구 YWCA회관에서 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어 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고인의 사망 원인은 지속적인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 신규업무의 계속된 부과로 인한 만성적 과로 누적 상황에서 사망 시기에 불거졌던 악성 민원 때문이며 특히 9개월이 넘도록 지속된 장시간 노동을 언제까지 수행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 보고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故 천민우 조합원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보고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故 천민우 조합원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2020년 1월 입직해 청천보건지소에서 재활치료실 관련 사업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해 5월부터 담당 사업은 제대로 수행해보지 못한 채 본격적으로 부평보건소 코로나19 상황실 지원근무를 하였다. 보건소에서는 방역업무, 역학조사업무 보조, 자가격리 업무 보조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고, 2021년 상황실로 정식발령을 받은 후 종교시설, 교육시설, 의료기관 등에서의 확진자 동선 파악 업무와 접촉자 분류 업무를 담당했다.

고인은 2021년 1월부터 순직한 9월까지 평균 8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7월부터는 고인의 사망 직전까지 10주간 거의 모든 근무일을 초과근무했고, 야간근로 기준인 22시 이후의 퇴근도 무려 28일에 달했다. 이 기간동안 절반인 5주는 주 6일 근무를 했고 1주는 전일 출근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 누구보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쉴 수 없었다. 고인은 2021년 연차 2일, 코로나 대응 특별휴가 2일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35세에 공무원이 된 천 조합원은 착실히 돈을 모아 미래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가중되는 업무에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다. 사망 전날까지 민원인의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던 고인은 주변 동료에게 “이 나이 먹고 이런 취급을 받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그 시설관리장의 얼굴을 직접 볼 생각에 너무 힘들다. 가기 싫다”며 평소와 달리 어려움을 호소했고 지난해 9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들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 조사위원은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작은 정부 조직인 보건소가 떠맡으면서 공무원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을 맡아 결국 큰 희생이 발생했다. 민간 기업에서 위험을 외주화 시키고 말단 조직에 위험한 업무를 넘기는데 공무원 조직도 비슷하다"면서 "위험하고 힘들고 협업을 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를 책임진 사람들은 대부분 신입 공무원이었다. 왜 이들이 업무량이 많은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고회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로 인한 공무원의 과로사 재발 방지와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추인호 비대위원장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추인호 비대위원장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공무원 코로나19 과로사 재발방지 및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추인호 비대위원장은 “이번 대책위의 활동 결과를 통해 이사회에서 노동이 존중되고 인간 존엄이 지켜지면 좋겠다. 고 천 조합원이 공무원 시험 합격 후 합격증을 받고서 어머님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맺혀 있다”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인 정책이 언제까지 대책 없이 자행될 것인가. 천 조합원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좋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위험직무 순직을 꼭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는 고인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무한 헌신과 봉사를 하다 과로로 인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 사건에 대해 투쟁하고,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면서 “어려운 과정 속 많은 역할을 해 온 부평구지부 홍준표 지부장과 대책위 여러분께 싶은 감사를 드린다. 코로나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밤낮과 주말, 심지어 명절까지 반납하며 헌신적으로 일했다. 그 결과 코로나 이전보다 공무원의 사직률과 휴직률이 50% 이상 증가했다. 지금도 방역 현장에서 수많은 공무원이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대책은 명확하다. 공공 인력을 확충해 보건소·사회복지·소방인력 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 대통령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이야기하며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는 막말을 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공무원 노조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공무원 노동자들의 안전과 존중받는 일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가 방역을 통해 시간을 벌고 백신 접종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상대적 안전은 고인과 같은 방역 현장의 공무원과 공무직은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의료진의 막대한 희생으로 이룬 결과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일상 회복은 코로나로 큰 희생을 치른 이들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고인은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기계로 살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통계를 보면 공무원의 공무상 순직·자살 비율이 일반 산재 노동자들에 비해서 2배나 된다”면서 “공무원의 죽음에서 과로와 자살의 비중이 이만큼이나 높다는 것은 우리가 공무원의 노동 조건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의미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건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하는 현실은 정말 모순이다. 사람을 더 고용해 일자리를 나누어 노동 강도를 낮추고 노동시간을 줄여야한다”고 밝혔다.

▲ 조사위원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조사위원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보건소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상담 서비스 제공, 트라우마를 겪는 직원들 지원 등) ▲노동시간 관리(보건소 전 직원 최대 주 52시간 이내 노동시간 관리, 퇴근 이후 업무용 SNS 이용 제한, 적정 인력 확보 등) ▲예외 없는 순환근무 관리 ▲감정노동 관리(외부 전화 콜센터 연계, 민원인 상시 접촉자 2인 1조 구성 등) ▲중앙정부와 인천시에 강도 높은 정책 건의(코로나 관련 업무 공무원 인센티브 지급, 인력 채용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제시했다.

▲ 정형섭 인천시건강체육국장이 보고회에서 조사결과에 대한 인천시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정형섭 인천시건강체육국장이 보고회에서 조사결과에 대한 인천시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부평구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 인력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착수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더 이상 공무원 노동자의 희생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대책위 신창균 공동위원장이 보고회에서 대책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대책위 신창균 공동위원장이 보고회에서 대책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책위 신창균 공동위원장은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세상에 죽을 만큼 참으려 일해야 하는 노동자는 없다. 하지만 조사 결과 현장의 여력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지침 앞에 고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참고 또 참으며 버티는 것뿐이었다”면서 “고인의 죽음 이후 지자체의 방역지침이 일부 변화되었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과로노동은 여전하고, 사람이 죽어도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외치고 있다. 지자체는 소속 공무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민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요구안으로 ▲정부는 고인의 순직과 위험직무 순직을 조속히 인정할 것 ▲인천시와 부평구는 결과 보고서의 재발 방지 권고안을 하루빨리 이행할 것 ▲정부와 국회는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시간 상한을 법제화하고 인력과 예산 지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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