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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많고 마음 여리지만 '진심' 하나로 조합원 만나는 사람![사람과 사람] 김동묵 지부장(광주본부 광산구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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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20  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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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쉰다섯이 된 김동묵 지부장은 내달에 있을 광산구지부 지부장 선거에 다시 나선다.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지부 활동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노동조합을 책임질 젊은 간부를 양성해 놓은 다음, 명예롭게 노동조합 활동을 ‘졸업’한다는 계획을 이루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맸다. 조합원들로부터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서 진심을 다한 지부장’ 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를 지난 달 29일 빛고을 광주에서 만났다. 

   
▲ 광산구지부 김동묵 지부장

그는 1991년 공무원이 되어 만 30년을 넘겼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노조출범과 함께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노조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지부가 출범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근 10년간 지부의 조직부장을 맡아 조합원을 조직했다. 하지만 지부장의 역할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기에 그는 용기가 부족했다. 결코 자신의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2011년 무렵 다시 조합원으로 돌아가 10년동안 공무원으로만 살았다.

광산구지부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 상경투쟁에 버스 8대를 조직한 저력과 1천 조합원의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번듯한 노동조합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초부터 1년 6개월 동안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졌다. 노동조합 내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조합원은 하나둘씩 떠나갔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무너지는 것을 마냥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 활동했던 뜻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부를 정상화하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단체교섭도 비대위 체계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웠고, 비대위로 조합원 앞에 나서니 믿음도 얻지 못했다.

   
▲ 김 지부장은 지난해 10월 14일 지부장에 당선됐다.

김 지부장은 이 상황을 보면서 많은 번민에 빠졌다. 사실 그는 9기 지부장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 고사했다. 그때 지부장이 됐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 자책감이 컸다. 결국, 그의 ‘남다른’ 책임감이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조합원의 뜻과 근본 이익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공직생활 마지막 소명” 이라고 밝히며 임기 5개월 남짓의 지부장에 출마했고, 흩어진 조합원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 세워 반드시 지부를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하지만 지부장을 어렵게 결심하고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부서에 들어가면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아 역할을 부탁하면 이미 탈퇴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나 오랜 고민 끝에 스스로 결심한 것에 후퇴는 없는 법,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그는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명제를 가슴에 담았다. 조합원 수가 500명대까지 떨어져도 단 한 번도 “가입해달라”고 강제하거나 부탁한 적 없었다. 다만 “지켜봐 달라. 신뢰가 생기면 다시 함께하자”고만 했다. 비조합원들에게도 일일이 장문의 편지를 썼다. 그 간절함이 조합원 200여 명을 새로 조직해내는 불씨가 됐다.

   
▲ 지부가 동순회를 통해 조합원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13일과 14일 경선을 통해 지부장에 당선돼 15일부터 바로 임기를 시작, 전국적으로 ‘10.20 12시 멈춤!’이 진행되던 그 시간, ‘동지들’의 격려를 받으며 지부를 출범했다. 출범 후 조합원과의 소통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만나야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부서(동) 순회는 저녁노을이 질 때쯤 마무리되었지만, 갈 곳도, 만나야 할 조합원도 매일매일 넘쳐났다. 그 열정으로 지난 두 달 동안 세 번의 전 부서 및 동 순회를 마쳤다. 조합원을 만나 얻은 성과를 물어보니, “이제야 조합원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웃어준다. 그게 시작”이라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히는 정 많고 마음 약한 김동묵 지부장.

   
▲ 지부가 지난 21일 5.18망월묘역에서 신규조합원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신규 조합원 교육도 진행했다. 작년 비대위 시절에는 구청 대강당에서 실내교육을 간단히 진행했지만, 그는 지부가 다시 선 만큼 22명의 조합원과 함께 5·18망월묘역을 둘러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아주 성공적, 특히 5·18항쟁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한마을에 살았던 인연도 소개했더니 신규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달부터는 본격적인 교섭 체결을 위한 실무교섭에 들어갔다. 그동안 조합원들과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틈새를 좁히기 위해 조합원 의견을 100% 반영해 많은 부분을 교섭에 녹여냈다. 세 번의 순회를 통해 조합원의 마음을 얻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바퀴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 10.20 12시멈춤 공동행동이 있던 날 지부출범식을 가졌다.

김동묵은 지부장이 되고 나서 바라는 세상도 달라졌다. 아침선전을 할 때 인사를 건네며 웃어주는 조합원의 미소에 작은 감동을 받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한다. 그는 예전처럼 송산유원지에 1천명의 조합원과 가족들이 한데 어울리는 대동한마당을 꿈꾼다. 머지않아 광산구지부 조합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진심을 나누며 제2의 부흥기를 열어젖힐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을 그리며 ‘진심’ 하나를 가슴에 품고 오늘도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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