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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귀, 따뜻한 심장으로 조합원의 ‘대나무 숲’ 될 것!”[사람과 사람] 임상현 지부장 (대경본부 포항시지부)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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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4  11: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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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 만에 지부장에 당선, 올해 1월부터 ‘문턱 낮은’ 노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경본부 포항시지부 임상현 지부장을 만났다.

   
▲ 임상현 포항시지부장

어려서 어머니를 여윈 임상현은 초4 때 아버지, 누나와 함께 고향인 경남 창녕을 떠나 포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육성회비를 감당하지 못해 중2 때 자퇴를 하게 된다. 그는 당장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기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짧은 가방끈’은 언제나 장애물이었다. 검정고시를 준비해 어찌어찌 중졸시험에 합격했는데 고등학교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요량으로 무작정 상경하여 17살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을 거머쥐었다. 

1990년 군대를 제대하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고졸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선배의 제안으로 노동조합에 발을 들이게 된다. 노조활동에 대해 무지했지만 대자본이 노동조합 말살을 위해 자행하는 모든 탄압을 목도하면서 2만 6천여 조합원이 1천여 명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탈퇴하지 않고 노조를 지켰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정보통신직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고, 1992년 11월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 임상현 지부장은 3수 만에 지부장에 당선됐다.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하지만 1995년 1월 정식발령이 나기까지 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포항을 떠날 생각이 없었기에 경북 예천군 입직을 마다한 결과였다. (아이러니하게 현재 둘째 아들은 예천군공무원이 됐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그에게 잘 맞는 옷이었다. 올해로 26년 째 근무하며 돌아보면 아주 어려웠던 상황이 2번 정도밖에 없으니 꽤 즐겁게 살았다. 특히 동사무소에서 근무할 때는 주민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삶이 너무 뿌듯했다. 그래서 그는 지부장 임기가 끝나면 읍면동으로 가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삶을 원한다. ‘어울림’이 있는 삶이 얼마나 값진지를 오랜 경험 속에서 체득했기 때문.

포스코에서의 트라우마로 다시는 노조 근처도 안 갈 생각이었지만, 3수까지 해서 지부장에 당선된 걸 보면 이 또한 ‘팔자’인 것 같다. 포항시지부 3기, 4기 김일우 전 지부장과 친분이 두터워 대외협력차장으로 이름만 올려두고 ‘선배 좀 도와주자’는 순수한 마음에 다시 노조에 발을 디뎠다. 2010년 5기 지부장 선거에 수석부지부장으로 나섰다가 첫 번째 완패, 2년 후인 2012년 선거에는 지부장으로 출마해 두 번째 고배를 마신다. 그 길로 다시는 활동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8년간 일만 했다. 

그러다가 2020년 10기 선거를 앞두고 후배들이 찾아와 갑자기 지부장 출마를 제안했다. 제안을 단숨에 수락한 그를 보고 후배들이 더 놀랐다. 그 길로 선거본부를 꾸리고 32명까지 선거운동원을 조직했다. 포스터의 디자인과 옷 색깔, 선거운동 방식과 정책은 노동조합 경험은 전혀 없지만, 행복한 일터를 위한 고민으로 가득한 2030청년들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왔고, 젊음과 참신함이 선거승리의 요인이 됐다. 
또한, 그를 포함한 32명의 선거운동원들은 밥 한 끼를 먹어도 더치페이를 했다. 모든 것을 분담해야 끈끈함도 커진다는 서로의 책임감에서 비롯한 것. 임상현은 ‘정말 인복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선거기간 감동의 눈물을 3번이나 흘렸다. 3수 끝에 지부장에 당선되면서 그 고마움을 조합원에 대한 진심어린 사업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결심도 함께 했다. 

   
▲ 임상현 지부장은 출범식을 대신해 지역봉사활동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시기에 임기를 시작한 터라 출범식 대신 지역봉사를 통해 출범을 알렸다. 코로나 등 각종 업무로 고생하는 조합원 격려방문을 진행했고, 7월부터는 전 부서에 샌드위치 등 간식을 제공하는 순회를 진행 중이다. 73개 부서, 29개 읍면동까지 돌려면 마음이 분주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의 눈빛과 조언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기에 발걸음을 늦출 수가 없다. 

또한, 악성민원 근절을 위해 5개 동에는 웨어러블 캠을 우선 도입하여 대비하도록 했는데, 이는 임신출산 조합원에 대한 선택형 출산용품 지원 사업과 함께 포항시 일간지에 참신한 노조활동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노동절과 코로나19 관련 특별 휴가도 당당히 받아냈다. 

   
▲ 임 지부장과 간부들이 부서순회를 통해 조합원과 소통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14개월의 임기 동안 공약을 최대한 이행할 계획인데, 모든 일에 있어 결국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조합원과의 소통에서 찾아질 것이라 믿기에, 우선 ‘대의원 3명과 밥 먹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업에 반영해 볼 참이다. 

폐쇄적인 조직이 아니라 문턱이 낮고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노조를 만들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파하는 조합원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쳤다 는 ‘대나무 숲’을 빌려 상담실 명칭도 그렇게 정했다. 조합원들의 고민은 개인적인 것부터 인사고충까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는 작은 소리에도 항상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상대가 있는 인사문제를 내담자의 말에만 의존하면 판단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다각도로 팩트체크를 하고,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도록 조율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열린 귀, 따뜻한 성품, 50대임에도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젊은 감각의 리더, 발로 뛰며 많은 인원을 한 마음으로 모아내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평가받는 임상현. 그는 지부장 선거에 나서며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기가 끝나면 ‘그냥 편안한 사람’으로 조합원에게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그의 따뜻한 심장은 좌고 우면하지 않고 오늘도 오직 조합원을 향해 힘차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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