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는 고용률 70% 숫자 채우기에 불과”

시간제 일자리, ‘보건의료노조’는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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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간호서비스의 질 유지를 위해 간호등급 산정 시, 원칙적으로 전일제만을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고 인력확보가 어려운 지방병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력산정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1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라며 시간제 간호인력 채용시, 간호등급 산정상의 인센티브를 신설·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정부가 스스로 정한 정책 기준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렇게 정부는 공공부문의 시간제 일자리를 할당제로 강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도 할당제로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 적십자사 등 공공의료기관에 2014년 신규입사자 중 일정 비율을 시간제일자리로 할당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정책기준 무너뜨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의료산업 분야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시간제 일자리를 확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현장 유입, 일-가정 양립 지원 차원이라고 시간제 일자리를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비율이 높은 보건의료산업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홍보 차원에서도 유리해 보인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만들려고 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과연 좋은 일자리일까? 그리고 이 시간제를 선택하는 노동자들의 자발적 참여는 가능한 일인가.

보건의료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선전하는 ‘시간제 좋은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고 결론지었다.

첫째 시간제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연금이 적용되지 않고 국민연금이 적용되어 차별과 불평등이 발생한다. 즉, 전일제 공무원과 똑같은 신분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처럼 시간선택제공무원이라는 별도직군이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한번 시간제는 영원한 시간제다. 시간제 노동자가 전일제로 전환하려면 공무원시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우선권이 없으므로 실제로는 전일제 전환이 불가능하다.

셋째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자녀출산과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이 다시 취업하려 할 때 주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전일제 일자리를 분할하여 시간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보건의료산업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업무군에 속한다. 따라서 사전사후 준비, 인수인계, 숙련도 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생명 책임지는 일, 반쪽 일자리로 만드나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환자의 상태를 보살피는 업무이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예를 들어본다면 근무자가 바뀔 때 인수인계만도 1~2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한 사람의 일자리를 단순한 산술로 둘로 나눌 수 없는 업무”라고 지적했다.

▲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보건의료산업에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할 경우 각 부서별, 직종별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고, 업무차질의 발생, 풀타임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간의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임신이나 육아기의 여성에게 시간제를 강요하고 승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거나, 적은 노동시간으로 똑같은 업무를 감당하게 함으로써 인력감축 효과를 보려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물론 경력단절 여성 중에는 시간제를 선택하려는 수요도 있다. 나영명 정책실장은 “자격증을 가진 유휴간호사가 전체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간제일자리의 일정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노조는 이 제도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인력 50만명으로 늘려야

보건의료노조가 제시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조건은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권의 보장과 전일제와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전환 청구권의 보장이다.

나영명 정책실장은 “보다 본질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방안은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를 2배로 확충하는 등 보건의료산업의 심각한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 1인당 구매력 지수 기준 GDP 3만 달러 시기의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 고용 분야 비율
▲ 1인당 구매력 지수 기준 GDP 3만 달러 시기의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 고용 분야 비율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2013년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보건의료인력 문제해결을 위한 노사동수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TF를 구성하자는 노사 공동 청원서도 채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수와 병원 수, 고가 의료장비는 과잉상태로 늘어나지만 병원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OECD 기준으로 보더라도 인구 1000명당 독일은 15명, 프랑스는 19.3명, 영국은 23명 등인데 비해 한국은 병원인력 4.3명으로 꼴찌 수준이다.
전체 취업자중 보건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3.7%인데 반해 독일 11.7%, 미국 7.7%, 일본 8.9% 수준이다. OECD 가입국가들은 한국에 비해 보건의료분야의 인력비율이 2∼3배 이상 높은 것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고용유발 효과 및 부가가치가 높은 보건의료산업의 집중육성과 인력확충정책은 국민건강 증진과 함께 사회경제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산업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라며 “환자안전, 의료서비스 질 향상, 일·가정 양립,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보건의료산업에 5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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