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방본부 박해근 준비위원장

“일과표 찢고, 일한 만큼 대우받을 권리 쟁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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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들이 온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곳을 향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뛰어드는 ‛시대의 영웅’ 소방 공무원들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공무원노조와 함께한다. 정년 2년 6개월을 남겨두고 소방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는 소방본부 박해근 준비위원장을 만나 그의 삶을 함께 나눴다. 

▲ 박 위원장이 지난 달 11일 소방본부 준비위 출범을 선언하고 있다.
▲ 박 위원장이 지난 달 11일 소방본부 준비위 출범을 선언하고 있다.

14만 조합원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경남 마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아들을 곁에 두고 싶은 부모님의 권유로 고향 경북 영천으로 돌아와, 1992년 입직해 화재진압 20년, 구조 업무 5년, 구급대 4년을 활동한 29년차 나름 베테랑 소방관이다. 각 분야에서 일하면서 소방공무원으로서 자긍심도 컸지만, 낙후된 장비와 열악한 인력으로 현장은 언제나 어려움이 컸다. 봉급은 적었고, 위험부담은 크고, 순직을 해도 신문에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 열악한 직종이었지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긍지와 사명감으로 버텨올 수 있었다. 

소방발전협의회(소발협) 회장으로 다년간 활동했다. 
오늘의 결실이 있었던 것은 소발협 활동이 근간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그저 소방공무원들이 예뻐서 국가직 시켜주고 노조 출범 허용한 것이 아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투쟁해 온 결실이다. 소발협은 노조도 아니고 강제력도 없는 단체였기 때문에 사실 ‘내돈내활’(내 돈 내고 내가 활동하기)이었지만, 조금이라도 현장이 바뀔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소발협 카페가 생긴 것은 2006년이었고, 나는 2009년부터 활동하다 2012년부터 회장을 맡았다. 소발협 활동을 하면서 ‘이제 우물 밖으로 나왔구나. 소방조직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활동하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가치관이 달라졌다. 

▲ 지난 1월, 소발협 박해근 회장이 막말소방관 파면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지난 1월, 소발협 박해근 회장이 막말소방관 파면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소발협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선택했다. 
소발협의 최종 목표는 국가직 전환과 노동조합 건설이었다. 수없이 국회를 찾아갔지만 한계에 부딪쳤고, 국제무대에 우리의 문제를 알리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같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염치불구하고 손 내밀었던 곳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었다. 소방관들의 초과근무수당 소송을 지원해 준 게 인연이 됐고, 2010년 PSI(국제공공노련)에 가입승인을 받는데도 공무원노조의 보증(?)이 있었다. 또한 2017년 ILO(국제노동기구)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인력충원문제 등 공동제안문을 낼 때 자신의 문제처럼 함께 해준 과정이 있다. 그래서 노조 출범 얘기가 나왔을 때 소발협에서는 당연히 공무원노조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결의가 나올 수 있었다. 

국가직 전환과 노동조합 건설, 둘 다 이뤘다. 
꿈에 그리던 국가직이지만 허울뿐이다. 인사와 예산이 여전히 광역 단체에 위임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5개년 계획에 따라 19,000명 증원계획이 나왔지만, 지방마다 예산이 천차만별이라 인원확충에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노동조합 건설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소방관들이 무슨 노조?’라며 우려하는 직원들을 만날 때면, 공무원노조의 지원으로 진행한 초과근무수당 소송과 그 이후 현장의 변화를 재차 상기시키며 다시는 ‘현대판 공무원 노예’로 살지 말자고 설득한다. 노조가 출범하면 현장은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노조가 올곧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생각이다. 

▲ 소방본부 박해근 준비위원장이 일과표의 폐해를 설명하고 있다.
▲ 소방본부 박해근 준비위원장이 일과표의 폐해를 설명하고 있다.

소방본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1일 소방본부 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전국을 다니며 조직체계를 만들고 간부를 세워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과 전남은 지부준비위를 출범했고, 충북, 전남, 광주, 부산, 대전은 워크숍을 통해 결의를 모아내는가 하면, 강원과 울산, 제주 등은 설명회로 노조 출범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1기 소방본부는 집행위원들의 중지를 모아 임원을 추대 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많은 동지들과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소방본부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받고 있고, 7월 2일부터 5일까지 임원선거를 거쳐 6일 정식으로 본부가 출범하는데, 출범식은 소방청 앞에서 성대하게 개최해 첫 출발을 본때 있게 보여줄 계획이다. 

▲ 박 위원장이 포항남부소방서 연일119안전센터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 위원장이 포항남부소방서 연일119안전센터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6만 소방동지들에게 한마디 
소방본부 출범과 동시에 일과표를 찢겠다. 일과표는 소방공무원을 길들이고 통제하기 위한 기관의 횡포다. 일과표 폐지는 곧 소방공무원의 자존심 회복이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서의 첫 출발이다. 
우리는 목숨을 바쳐 국민 한 사람을 더 살릴 각오로 일했다. 우리의 숭고한 직업의식은 억압과 통제가 아니라, 자율적 현장 활동 보장, 충분한 휴식 지원, 건강회복을 위한 제도 도입과 영예로운 순직 인정 기반 마련 등 ‘인간답게 일하고 아름답게 죽을 권리’가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 소방본부는 ‘부당한 것에 항의하는 용기’로 ‘일한 만큼 대우받을 권리’를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전국의 소방동지들이 공무원노조 소방본부와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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