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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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중인 청원경찰
▲ 부천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중인 청원경찰

“벌써????”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생각만으로도 이미 긴장상태다. 3개월 주기로 다가오는 당직 근무 탓이다. 1년 전쯤이었을까. 불법 주차신고 민원인 한명이 5분 간격으로 전화해서 나를 찾았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욱’하는 마음 눌러 담고 또 담으며, 죄송할 것이 없는데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상황을 종료시키려 했던 그 노력들…. 그랬던 이유로 당직 근무에 대한 부담감은 배로 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당직이라기 보단 민원인 응대에 대한 부담이다.

주차민원은 물론 건축, 복지지원 부서 등 특히 고질적 민원이 많은 부서가 있다. 불현듯 그날 같이 근무했던 발령 2년차 주무관의 내공이 생각났다. 내가 경험한 악성민원보다 더 강도가 센 민원들도 ‘담담하게 넘긴다’고 위로했던 그녀. 나 또한 “배울 게 많다”는 농담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올해 3월, 강동구 공무원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됐다. 투신한 지 두 달만이라고 한다. 떠올려보면 올해 겨울, 유난히도 추웠다. 그 공무원에게는 차디찬 강물보다도 악성민원인의 말말과 폭언이 더 차갑게 느껴졌을 것이다. ‘오늘만 무사히’ ‘나만 아니면 돼’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당직을 맞이했던 나 자신부터 반성한다.

“악성민원 발생 건수가 한 해에 4만여 건에 달할 만큼 수많은 공무원노동자가 악성민원의 늪에 빠져있다. 악성민원인에게 목숨을 잃거나 폭행당한 공무원, 악성민원에 의한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노동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민원은 공무원노조가 앞장 서 해결해야 할 절대과제다.”

공무원U신문에서 연재 중인 민원문화 개선 기획 시리즈 두 번째 글 ‘악성민원 예방, 공무원 노조가 나서 안전한 일터로 바꾼다’의 도입부분을 발췌했다. 격하게 공감한다. 비단 강동구 공무원뿐이겠는가. 이 문제만큼은 여론도 공무원 편이다. 아니,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약자들의 편이다. 그 당시 포털 메인에 올라온 기사에 ‘친절해야 한다는 게 요즘엔 또 다른 폭력이 아닌가 싶다’는 댓글이 달렸고, 이 글에 가장 많은 이들이 반응했다.

민선시대, 대민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의 친절이 지방정부 경쟁력으로 작용하면서 ‘민원인을 화나게 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당연한 듯 자리 잡았다. 친절한 행정은 동의하지만, 그 친절은 쌍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례한 이들에게까지 친절을 강요하는 것, 정말 또 다른 폭력이다.

악성민원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에게 목걸이형 카메라를 지급하거나 청원경찰을 상주시키는 등 지방정부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보호대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역부족이다. 생명까지 앗아간 악성민원을 한 사람,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난 3월5일 전국공무원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공직사회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악성민원도 범죄라는 인식, 이 당연한 명제가 모든 이들에게 각인돼야 한다. 어떤 범죄든 가해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악성민원에 대처하는 조직의 힘도 중요하다. 공무원노조가 악성민원에 지친 공무원들의 든든한 ‘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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