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박시현 충북본부 성평등위원장

“행복한 조직문화 정착 위한 ‘성평등 전도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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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본부 박시현 성평등위원장
▲ 충북본부 박시현 성평등위원장

벚꽃이 흐드러지게 바람에 흩날리는 3월 말. 아름답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러 生居진천으로 향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행복한 삶을 택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충북본부 성평등위원장과 진천군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시현. 성격 그대로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고 다만 조용히 조직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은 그녀는 마치 진흙 속에서도 빛을 내는 진주 같았다. 

충북본부에서 손에 꼽는 몇 안 되는 여성 간부인 그녀는 2009년 공무원이 됐지만, 그 전에 경기도 이천시에서 사회복지도우미로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공직사회를 미리 경험했다. 이천시지부 변영구 지부장이 사수였으니 어쩌면 노조와의 인연도 필연이었는지 모르겠다. 

▲ 박 위원장이 작년 7월 충북본부 상근활동가 성평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박 위원장이 작년 7월 충북본부 상근활동가 성평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가 처음 공직사회에 들어와 느낀 감정은 ‘답답함’이었다. 
차분하고 나서기 싫어하지만 해야 하는 것은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 탓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남성위주의 조직문화에 폐쇄적인 분위기는 31세의 여성에게도 벅찼다. 특히 첫 업무였던 위생팀 업무는 스트레스가 높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덕에 ‘깡’이 늘었다. 3년 만에 일 잘하는 진천군 공무원이 되었지만, ‘기분 좋은’ 직장 분위기가 절실함을 내내 느꼈다. 새로운 후배들이 그녀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던 것이다. 

여성 공무원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술자리였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혼자 사색하는 것을 즐겨하는 그녀에게 강요되는 회식은 삶의 회의까지도 불러왔다. 아무렇지 않게 블루스 음악에 맞춰 껴안고,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술시중을 들게 하는 회식문화에 넌덜머리가 났다. 여성은 그저 상품이고 물건처럼 치부하는 남성중심적 사고와 왜곡된 성문화를 바꿔내야 한다는 인식이 그 때부터 자라났던 것 같다. 

그녀도 원래부터 성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노조와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그녀는 2015년 연금투쟁 때 통일된 집단의 힘을 목격하고 마음이 움직였다. 근무하던 부서에 대의원이 없다는 말에 자진해서 대의원으로 나섰던 것이 2년 후 지부 운영위원으로, 곧바로 지부장의 자리로 그녀를 옮겨놓았다. 여성지부장이 선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충북본부에서 성평등위원장을 제의했고 뭔지도 모르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했다. 

친화력이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차분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성평등 분야를 포함한 교육도 배워야 할 것이 천지였다. 그녀는 가리지 않고 무조건 쫓아다녔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지역사회 등 필요한 교육에는 참여하고 듣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사고의 폭은 조금씩 넓어지고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교과서 밖의 세상에 눈뜬 그 날, 그녀는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도 자신이 느낀 새로운 세상을 ‘동지들’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민주노총 성평등 강사단 교육을 이수하는 과정에 여러 이슈와 마주했고, 성과 젠더에 대한 편견에 부딪쳐야 했다. 스스로 편견에 갇혀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 편견을 깨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공무원노조 내 ‘성평등 전도사’를 자처했다.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먼저 인식했기 때문이다. 아직 무지한 것이 많아 혹시라도 오류를 범할까 수없이 검열하며 교육을 준비한다. 

▲ 박 위원장이 지난 2월 전남본부 운영위원회에서 성평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박 위원장이 지난 2월 전남본부 운영위원회에서 성평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공무원노조 사무처와 전남본부 등에서 성평등 교육을 진행했다. 한두 번의 교육이 조직문화를 바꿔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평등을 실현하는 노동조합 안에서 성평등은 곧 인권의 문제임을 공유하고, 우리의 현재 위치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집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평등하게 살고 있는가?”라고…. 

임기 4년차 지부장인 박 위원장은 이번 지부장 임기가 끝나면 성평등 사업을 조직 내에서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다. 여성을 ‘낮게’ 생각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여성을 동료로 보고 서로 존중하는 시각을 공직사회에 확산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을 공무원노조의 현장으로, 운동의 삶으로 이끌어 준 진천군지부 장성유 선배. 나름 평탄했을 공무원을 떠나 진보정치를 선택한 김주업 전 위원장. 50이 넘은 나이에 공무원노조 충북본부를 그만두고 택배노동자의 길을 선택한 이복규 전 조직부장의 신념과 소신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한 길을 가는 그들을 통해 그녀는 감동을 받았다. 그녀 또한 이제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한다. 부족할 지라도 조금씩 채워 나가며 공무원노조와 공직사회에 평등이라는 씨앗이 조금씩 더 뿌리내리도록 노력하는 그런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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