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유철환 지부장 (대경본부 안동시지부)

특유의 열정과 소통으로 2년 만에 되찾은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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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을 찾은 1월의 마지막 주, 유철환 지부장의 사람 좋은 웃음을 닮았는지 날씨마저 겨울을 잊고 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시 봄’, 안동시지부의 현재와 가장 들어맞는 표현이다. 

▲ 안동시지부 유철환 지부장
▲ 안동시지부 유철환 지부장

유철환 지부장은 1977년생. 올 해로 마흔다섯이 됐다. 2008년 공무원에 입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남 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온갖 궂은 일을 다 하면서 삶을 배운 유 지부장은 공무원이 되면서 이곳 안동에 둥지를 틀었다. 
입직 당시 그는 노조에 대해서 1도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저 사람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해서 동료들과 밴드를 하면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런 그가 노조에 가입하고 지부장이 된 이야기를 꼭 들어보고 싶었다. 

2017년 하반기였다. 
공무원노조 초창기부터 자매결연을 통해 수차례 만났던 지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수련회를 앞두고 노조 활동을 하던 선배가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이어야 참석할 수 있다는 말에 ‘얼떨결에’ 가입을 하게 됐다. 경남 통영, 전북 전주, 서울 용산, 대경 안동까지 4개 지부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인 그곳에서 그는 좋은 기운을 느꼈 다. 
그래서 이듬해인 2018년에 열린 자매지부 수련회는 자발적으로 가게 됐다. 이번에는 유 지부장이 현재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지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사무국장도 유 지부장처럼 수련회 참가를 위해 조합원에 가입,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연치곤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돌아보면 그의 활동의 시작과 원동력은 자매지부 간부들의 단결력에서 비롯했는지도 모른다. 

▲ 유 지부장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유 지부장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의 수련회를 다녀온 후, 조재술 비대위원장 등이 그에게 ‘노조 깃발’만이라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여러 번 거절했다. 노조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부장이라니,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거듭되는 설득에 그는 해 보겠다고 했다. 화질 낮은 핸드폰 사진으로 급하게 포스터를 찍고 투표를 진행했다. 2019년 3월 그는 그렇게 지부장이 됐다. 

일단 ‘어쩌다 지부장’이 되었다 해도 스스로 결정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다. 
‘비빌 언덕’이었던 밴드 선후배를 조직했고, 평소 친분을 이용해 몇몇 동료들을 설득해 10명 정도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5월 말 출범식까지 마친 후, 부서를 순회해 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대놓고 노조 욕을 하는 선배들도 허다했다. 그때부터 유 지부장은 전술을 바꾼다. 일단 많이 만나서 조합원 수를 늘리기로 마음먹고, 평소 자기불만부터 노트에 적어 그것을 들고 부서를 찾았다. 지금까지 7번 이상 전 조합원을 만났다. 

2019년 특별휴가 조례개정을 성사해 내면서 지부 조합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노조 가입이 늘었고, 근무환경 관련 민원도 늘어났다. 읍면에는 없던 당직 대체휴무를 따냈고, 직렬별 애로사항도 사석과 공석을 가리지 않고 시 집행 부와 싸워 해결했다. 이뤄낸 일은 반드시 전체 메일을 통해 알려냈다. 6개월이 지나자 조합원은 120명에서 700명까지 늘어났다. 

▲ 유 지부장이 도시락 간담회를 마치고 조합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 지부장이 도시락 간담회를 마치고 조합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년 시작과 함께 노동조합에 관심 있는 조합원으로 새롭게 운영위원을 조직했다. 
25세 청년 간부부터 50대 선배들까지 30여 명이 모였다. 서로를 잘 알아야 사업을 잘 할 수 있었기에 소수인원으로 자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술은 늘었지만 다행히 사람이 남았다.
 
작년 초 사무관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대응했고 배제징계 조치하는 성과를 얻었다. 모 조합원의 부당징계도 지부 차원에서 탄원서 조직 등 적극적 대응으로 취소처분되면서 조합원들의 호응은 높아졌다. 급기야 조합원 수는 1천 명을 돌파했다. 

안동시지부의 ‘잃어버린 10년’을 빠르게 복구하고 공무원노조 타 지부와 걸음을 함께 하기 위해서 유 지부장은 오늘도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대경본부 운영위원회가 있는 날이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공무원노조 역사와 현안을 공유하는가 하면, 지역의 민주노총 사무장과는 수시로 만나 노동에 관해 토론한다. ‘노동조합과 맞닿은 세상’을 몰랐지만 ‘편견’이 없었던 덕에 그는 더 빨리 조직을 복구할 수 있었다. 

안동시지부 4대 지부장 유철환, 
상반기에 있을 5대 지부장 선거 전에 노조 가입대상 직원 1,300명을 모두 조합원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 첫째 목표다. 직렬별로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수많은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이 조직 확대의 근간이 됐고, ‘노조의 1’도 몰랐던 평범한 그를 지부장의 반석에 올려놨다. 

그동안 조합비 원천징수도 이뤄냈고 당당히 노조활동도 보장받았다. 직렬별로 인원을 배분하여 대의원 구성도 거의 마쳤다. 지부 사무실도 쟁취해 회의실에서는 조합원을 위한 무료 악기강습도 진행 중이다. 올해는 장기재직휴가 확대, 조합비 정률제 시행, 구의회 나쁜 관행 없애기 투쟁 등 할 것이 산더미다. 
또 한 가지 꿈이 있다면 2021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조합원과 대의원들로 대강당을 가득 채워보는 것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조합원으로부터 신뢰받고 있음은 그날 확인할 수 있으리라. 

‘갑작스레’ 지부 출범을 하고 갈 피를 못 잡다가 영화 [명량]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는 대사에 ‘그래, 내게는 120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뭐가 어렵겠는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없던 자신감마저 생겼다는 유 지부장. 말보다는 실천을 내세우며 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가 조합원의 권리를 되찾고 있는 안동시지부의 봄날이 저만치에서 성큼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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