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희망 뚜벅이', 400km 도보 행진 34일 만에 마무리

청와대 도착한 김진숙 "대통령님,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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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의 모습
▲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의 모습

부산에서부터 400여km를 걸어온 김진숙의 발걸음이 마침내 청와대에 닿았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복직을 요구하며 시작한 ‘희망 뚜벅이’가 34일 만인 지난 7일 마무리됐다.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은 정년을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현재 암 투병 중인 그는 항암치료도 포기했다. 김진숙의 ‘희망 뚜벅이’에는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코레일네트웍스, 아사히글라스 등 해고노동자들도 뒤따랐다. 시민들은 물과 간식을 나눠줬고 따뜻한 점심도 제공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호일 위원장과 조합원들도 ‘희망 뚜벅이’에 함께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도보 행진에 참여했고,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도 함께 걸었다.

7일 마지막 행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출발하여 용산 한진중공업 본사와 광화문 일대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청와대 앞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김진숙과 행진단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김진숙의 복직과 해고 금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 단식농성 중인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을 만났다. 단식단은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약식 집회에서 김진숙은 “해고당한 36년 동안 나는 자본과 정권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함께 싸우다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라고 물으며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어 싸워야 하냐”며 절규했다.

김진숙은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후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 등을 폭로하는 홍보물을 배포하여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이후 사측은 김진숙이 이 기간에 무단결근을 했다면서 그를 해고했다.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는 지난 2009년과 2020년 김진숙의 해고를 부당한 공권력 탄압에 따른 해고로 규정하고 회사에 복직을 권고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김진숙의 복직은 “노사관계 문제를 넘어 국가폭력이 야기한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해부터 마지막 교섭이 열린 지난 5일까지 부당해고 사과와 복직,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김진숙의 요구에 대해 재입사 후 명예퇴직, 위로금 8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진숙과 ‘희망 뚜벅이’ 참가자들은 “앞으로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말자.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투쟁하자”고 다짐했다. 김진숙의 ‘희망 뚜벅이’는 끝났지만 복직을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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