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공무원노조 울산본부

‘한다면 한다’ 간부들의 뚝심으로 다시 뛰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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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전국을 강타하던 지난 달 23일, ‘노동자의 도시’ 울산을 찾았다.
울산본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각 지부와 소통하고 있는 정재홍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 정재홍 비대위원장은 '들을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
▲ 정재홍 비대위원장은 '들을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

2004년 11월 공무원노조 총파업, 울산본부는 노동계급의 성지답게 총파업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참여했다가 대량징계를 받아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4명의 해고자가 있는 남구지부의 경우 전체 직원 800명 중 400여명의 조합원이 견책부터, 감봉, 정직, 해고를 당했다. 수많은 조합원들이 상처를 입고 공무원노조를 떠났다. 그 후 직원들은 나서지 않고 뒤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10여년 세월을 보냈다. 또한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과의 차별적인 승진인사 이후에는 조직 내 갈등이 더욱 커져 그때의 생채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 정재홍 비대위원장이 조합원 면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정재홍 비대위원장이 조합원 면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아픔을 안고 처참하게 무너진 상처투성이 울산, 그 울산이 다시 새살을 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소위 ‘잘 되는 집안’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면서 다른 지부에도 선한 영향을 주며 서로를 견인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가장 조합원 수가 많은 울주군지부를 중심으로 교육사업, 대중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울산본부 활동에 불씨가 되었다. 2016년에는 북구지부가 젊은 간부들을 중심으로 씩씩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해마다 4·3제주기행, 5·18광주역사기행을 비롯하여 분기별 조합원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이 공무원노조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호흡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면대면 사업이 막히자 아이스크림DAY를 만들고, 노동절을 기념하여 선물을 나누며 함께 노동자임을 축하했다. 민원부서 조합원들을 위한 중식시간 보장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협의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댓글릴레이도 진행했다. 정확한 투쟁목표를 세워서 정기인사가 단행되기 전 제도개선안을 갖고 집행부와 소통하여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지난달에는 울산북구 갑질 보건소장 퇴출투쟁을 벌여 승리했다. 교섭을 통해 자기개발휴가 3일을 보장받아 올해 여름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힘은 모두 조합원들과의 소통으로부터 비롯했다. 

▲ 김병태 남구지부장은 낮고 넓게 조합원들과 소통할 줄 안다.
▲ 김병태 남구지부장은 낮고 넓게 조합원들과 소통할 줄 안다.

현재 울산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부는 단연 남구지부다.
2004년 지부가 와해되고 해고자를 포함해 8명의 조합원만 남았다. 16년의 긴 공백동안 ‘노조는 필요하지만 나서기는 싫다’는 말만 무성했다.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왜 남구청에는 공무원노조가 없나?’라고 화두를 던진 게 노조 재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총무과에서 노조를 만들겠다고 당시 우봉석 울산본부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해 왔다. 하지만 총무과에서 노조를 만들게 놔둘 수는 없는 일, 본부는 2018년 3월 설립신고가 완료되자마자 그 해 조직목표를 남구지부 정상화로 잡고 3차례 남구청 순회를 통해 8명이었던 조합원을 80명까지 조직한다. 2019년이 되자 지부장 없는 지부에 조합원이 187명으로 집계됐다.

김병태 남구지부장은 187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2차례 간담회를 진행했다. 첫 간담회 10여명이, 두 번째는 20여명이 모여 지부 재건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사실 첫 간담회에 모인 조합원들을 보며 김 지부장은 마음이 울컥했다. 16년 만에 얼마나 힘들고 용기 있는 첫 걸음이었는지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그 마음으로 지부장으로 출마해 유권자 187명의 100% 찬성을 받아 유례없는 독재권력(?)이 탄생했다. 지부 정상화 1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 가능인원 620명 중 500여명이 가입했다. 1인 시위를 할 때도 투쟁가요 대신 팝송을 로비에 틀었다. 아침 출근길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평화를 주고 싶었단다. 남구지부 정상화에 그 신선한 바람이 통했다. 

▲ 울산본부 비대위가 동구청장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 울산본부 비대위가 동구청장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본부 비대위는 본부 정상화 다음으로 동구지부와 중구지부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구지부는 모진 노조탄압에도 불구하고 지부를 지켜준 250여명의 조합원을 믿고 본부 비대위를 중심으로 4차례 부서순회도 진행했다. 곧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에 함께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지부도 힘 있게 세워나갈 계획이다. 중구지부는 구청장의 노동의식이 열악하고 조합원들의 근무조건이 나빠 우선적으로 지부를 복원해야 하지만 아직 내부의 동력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정재홍 비대위원장은 “될 때까지 조직을 할 것이니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또한 울산의 저력이다.

▲ 북구지부 김재현 사무국장(좌), 남구지부 김병태 지부장(가운데), 울산본부 정재홍 비대위원장(우)
▲ 북구지부 김재현 사무국장(좌), 남구지부 김병태 지부장(가운데), 울산본부 정재홍 비대위원장(우)

지금 울산은 깊은 상처와 갈등을 극복하며 조금씩 일어서고 있다. 
간부들은 젊어졌고 사고도 유연해졌다.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각 지부 간 단결의 기운을 높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집단지성도 높아졌다. 오는 9월 1일에는 본부장 선거를 통해 울산본부는 예전의 명맥을 되찾을 계획이다. 선배들의 경험과 노련함, 후배들의 패기와 자신감을 하나로 모아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10기 울산본부의 앞날에 미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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