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공무원노조)이 한반도 최남단 제주에서 공무원해직자 원직복직 전국대장정의 첫 발을 띄었다. 참가자들은 지난 3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공무원해직자 원직복직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31일에는 해발 1950m의 한라산 정상에 올라 연내 복직법안을 쟁취하고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위원장 라일하, 이하 회복투)를 해체하겠다고 굳게 결의했다.
30일 오전 공무원노조 제주본부 주관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제주본부를 비롯하여 전교조, 공공운수노조, 전국언론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협동조합노조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제주본부 현광남 사무처장은 “공직사회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고 머리띠를 묶었던 30대의 청년이 어느새 60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원직복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단결된 힘으로 원직복직을 쟁취하기 위한 공무원노조 대장정을 선포하는 자리”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은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고 출범한 공무원노조, 그 활동으로 136명이 해직되었다. 18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온 원직복직 투쟁이야말로 공무원노조 역사이고 투쟁이었다”고 회고하면서 “20대 국회에서 당정청 합의로 원직복직특별법을 약속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법안이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공무원해직자 복직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이 곳 제주를 시작으로 원직복직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하고, “한라에서 청와대까지 전국을 돌며 우리의 결연한 의지와 정당성을 알려내고 연내 136명의 해직자들이 전원 복직하는 힘있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본부 임기범 본부장은 “1947년 3월 10일 민관총파업을 최초로 진행했던 이 곳 제주에서 원직복직 특별법제정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한라의 바람을 타고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이 제정되기를 바란다”며 “18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해직자 선배들을 위해 현직자들이 나서야 한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라일하 회복투위원장은 “18년 전 공무원들이 왜 징계와 해고를 당했는지, 거대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왜 탄압을 받았는지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은 권력의 하수인을 거부하고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실천선언이자 양심선언을 했기 때문이었다"며 “무자비한 국가권력의 탄압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이어 라 위원장은 “오늘부터 한달동안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정든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대장정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김덕종 본부장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키는 투쟁은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공무원해직자 원직복직 문제는 어느 것보다 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국가권력 적폐청산 1위”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의 적폐청산 요구를 받아 안고 해고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전교조 제주지부 문희현 지부장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 3년, 아직도 적페청산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태이고 공무원노조 해고자들 또한 거리를 헤매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공무원해직자 복직 약속을 지금 당장 지키라”고 촉구했다.
전국대장정 2일차를 맞은 지난 31일에는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 최현오 원직복직대장정 단장을 비롯하여 10여명의 조합원들이 한라산을 등반했다. 선두에는 공무원노조 깃발과 원직복직대장정 깃발이 섰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가사와 같이 걸음이 늦거나 등반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서로 다리가 되어주며 함께 정상에 올랐다. 그것이 원직복직의 버팀목이자 거름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백록담이 어느 때보다 잘 보이는 청명한 한라산 정상에서 “한라에서 청와대까지 원직복직 쟁취하자”, “원직복직 쟁취하고 올해 안에 회복투 해체하자”를 외치며 원직복직 결의를 굳게 다졌다.
한편 원직복직 대장정은 지난 30일을 시작으로 오는 8월 27일까지 진행된다.
대장정은 부산, 울산, 경남, 전남, 광주, 대구, 경북을 거쳐 세종충남, 충북, 강원, 전북, 경기, 인천지역의 시민들을 만난 후 24일 서울에 입성한다. 26일에는 한라산에 이어 청와대 뒷산인 인왕산에서 원직복직 결의를 다지며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간부결의대회로 대장정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