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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와 남북합의의 법제화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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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2  10: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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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논란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탈북자 단체는 한국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에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극도의 증오·혐오를 유포하는 탈북자 단체의 전단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쓸데없이 긴장을 조성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남북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불순한 목적의 대북전단 살포는 규제가 마땅하다. 게다가 6‧15선언 20주년을 앞두고 이런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먼저 ‘구조맹’(構造盲)의 ‘피해자 탓하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하여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상태를 색맹(色盲)이라고 하듯이, 구조맹이란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구조를 보지 않고 모든 원인과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를 일컫는 속어다. 정치사회 구조의 맥락을 떠나 현상으로 나타난 것만을 문제 삼으면 인과관계가 뒤바뀌어 원인을 은폐하고 책임을 잘못 떠넘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명확히 적시돼 있다. 4·27 판문점선언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기로 명시했다.(2조 1항).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9·19 군사합의)도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1조 서문)고 밝혔다.

그러므로 대북전단 살포는 명백한 남북합의 위반이다. 그런데 지난해에 10차례, 올해 들어 3차례나 대북전단이 뿌려졌다. 변명의 여지없는 합의 위반이다. 역사적인 선언과 합의를 어기는 것은 남북 사이에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하고 긴장만을 격화시킬 따름이다. 북측의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이 거칠고 과격하다고 하여 그 발언의 표현만을 꼬투리 잡아 비난하는 것은 구조맹의 피해자 탓하기에 다름 아니다. 불신과 적대의 원인을 제공한 남측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북측의 발언만 탓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부당한 사회적 혐오의 조장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2017년에 낸 책 <혐오 사회>에서 사회적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고 취재하면서 혐오와 증오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협하는지 분석하였다.

<혐오 사회>에서 몇 대목을 인용하면 이렇다. “증오하는 자에게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 의심하는 자는 증오할 수 없다.” 태극기 부대는 증오가 확증편향과 단단히 연결돼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도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혐오의 대상은 “위험한 힘을 지녔거나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힌다. 그 결과 혐오의 대상을 향한 온갖 공격과 폭력은 마땅한 것으로 정당화된다.

유색인에 대한 인종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은 그들을 위험한 존재 또는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북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2018년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한동안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대북전단 논란의 와중에 북은 또 다시 ‘악의 축’이라고 낙인찍힌 비정상적 국가로서 “위험한 힘을 지녔거나 열등한 존재”의 혐오 이미지로 되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러지 않아도 힘겹고 예민한 상황인데 ‘북은 왜 또 저러느냐?’는 분노의 감정이 부추겨지고 있다.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개인 또는 세력은 그것을 통하여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혐오 현상으로부터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증오와 공포를 부추기면서 이것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노린다. 일부 악성 유튜버들이 구독자 늘리기와 클릭 수를 통한 돈벌이에 환장하여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엠케는 제안한다. “혐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혐오의 선동가와 가해자 개인이나 집단 자체보다는 그들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그 결과를 유심히 관찰하고 구별하여 비판하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 혐오 ‘행위’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논란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북합의의 법제화다. 남북합의의 법제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남북 간 약속이 쉽게 번복되는 악순환을 깨겠다’고 공언했었다. 2017년 6월 15일 6‧15공동선언 기념식에서는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돼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면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는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막겠다’는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도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한 안보 위해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공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법제화의 실행이 필요하다. 입법에 걸림돌도 없다. 주지하듯이 4‧15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단독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결지해지(結者解之)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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