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건소장 갑질이다.
끊이지 않는 보건소장 갑질, 이제 고질적인 공직사회 청산1호가 됐다.
지난 1월 1일자로 경남 합천군 보건소장으로 부임한 이 모 소장은 수차례에 걸쳐 친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견적서를 주면서 조달가격보다 고가의 약품을 구매하도록 부당 지시했고, 일부 직원에게는 업무가 미흡하다며 코로나19로 경황이 없는데도 특정감사를 받게 하고 수사기관 고발 운운하며 괴롭혔다. 또한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 직원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고 지위를 이용해 인사이동을 거론하며 협박하는 등 기관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 게다가 민간인 신분인 이 소장의 배우자는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로 직원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반말과 욕설로 협박해 다수의 여직원들을 공포에 떨게 했으며, 보건소장이 자리를 비우면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 업무 담당자를 불러 모욕을 주고 심지어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게 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보건소장 부부의 혀를 내두르는 갑질에 대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합천군지부(지부장 최영신, 이하 합천군지부))는 1일 합천군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에게 부당 지시와 폭언 등 갑질을 자행한 보건소장의 직위해제와 중징계 처분, 직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대책 마련, 보건소장의 공문서 유출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합천군지부는 지난 달 18일부터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건소장 갑질 관련 글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보건소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여건의 피해사례를 확보했다. 이후 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일 1인 시위와 군청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보건소장 직위해제와 중징계를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했다. 또한 8일부터는 보건소장 갑질 사태 해결을 미룰 경우 더 강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군청 로비 점거농성에 돌입하며 투쟁을 전면화했다.
합천군지부의 보건소장 퇴출투쟁에 대해 보건소장 부부의 갑질을 인지하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문준희 합천군수는 점거농성 3일째인 10일 ‘보건소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다음 주에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영신 지부장은 “늦었지만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분리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후 감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투쟁방향과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지부장은 “만약 보건소장이 퇴출되지 않고 자리보전하거나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다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자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고질적인 공직사회 갑질 문제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굳은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