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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매년 태백산에 오르는 이유는?[동행취재] 강원본부의 특별한 출범식 이야기
오경희 기자  |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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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1  09: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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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매년 태백산에 오르는 이유는?
[동행취재] 강원본부의 특별한 출범식 이야기
 
매년 4월이 되면 물과 김밥을 챙겨 태백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원본부 조합원들이다.
2002년 4월 21일 경찰의 눈을 피해 태백산 정상에 올라 본부 출범을 하게 된 것이 시초가 됐다.
 
   
▲ 매년 강원본부는 태백산 당골광장에서 모여 등반을 통해 출범을 기념하고 있다.

 

왜 굳이 산? 왜 하필 태백산?
삼엄했던 시절 출범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차고 넘쳤다. 어느 지부는 투표를 노래방에서 했고, 어느 본부는 섬에 모여 배가 끊기는 시간에 1박2일 출범식을 치른 곳도 있다. 강원본부는 감시를 피해 산 정상에 올랐다.

태백산 정상까지 동행한 김영구 조합원(1기 본부 조직국장, 5기 본부장)은 “민족의 명산 태백산에서 투쟁의 정기를 받아 힘 있게 본부 출범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면서 왜 굳이 산에 올랐는지 묻는 기자의 말에 “경찰이 여기까지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 산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에 많은 산이 있는데 하필 왜 태백산인가”하는 말에는 “아무리 절박해도 강원본부 태동을 아무 산에나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며 영험하고 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태백산을 선택한 이유를 옛날 이야기하듯 들려주었다. 
조규오 조합원(1기 본부장, 태백시지부 해고조합원)은 “3.23 공무원노조 출범 이후 경찰의 감시가 삼엄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태백산에 올랐던 그 날의 선택은 옳았다.”면서 “해고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공무원노조와 함께 해 온 20년 세월은 내게 있어 가장 빛났다.”고 말해 주위를 뭉클하게 했다.
 
태백산이 강원본부에 주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본부를 탄생시킨 산파고, 투쟁의 결의를 잊지 않게 하는 단결의 원천이다. 매년 태백산에 오르면서 ‘잊지 않고자’ 또는 ‘반드시 기억하고자’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출범의 정신을 잊지 말자, 함께 손잡고 투쟁하자고, 우리가 함께여서 참 좋다고...
 
   
▲ 강원본부 조합원들이 태백산 천제단에서 출범 18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18년째 태백산에 오른 그들, 올해는 무엇을 소원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태백산에 올랐다. 4월 18일(토) 남쪽 지방에는 이미 꽃이 떨어졌지만 동토의 땅 태백의 꽃은 이제야 봄을 맞고 있었다. 그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태백산 당골광장에 모였다. 매년 각 지부 운영위원 및 조합원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되던 본부 출범식은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감안하여 본부 운영위원 중심으로 참가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진행됐다.

18년 전 태백산에 뛰어오르던 30, 40대 청년들은 지금 정년을 바라보는 ‘백발의 청춘’이 되었고, 굽이굽이 가뿐 숨 내뱉으며 오른 천제단에서 9배의 예를 올린다. 1배에 1소원씩 구호로 외쳐본다. “공무원노조 강화”, “민주노조 사수”, “해직자 원직복직 쟁취”,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급제 폐지”, “연금개악 저지”, “직무급제 도입반대” 그리고 9배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목소리로 외친다. “노동기본권 쟁취!”
18년 전 그날도, 18년이 지난 오늘도 그들의 요구는 같았다. 세월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노동현실의 반증이 아닐까.

 
   
▲ 2020 강원본부의 포부를 밝히는 이영복 본부장


2020년 강원은 새로워지는 중
강원본부 이영복 본부장은 출범식 인사말을 통해 “18년 전 태백산에 올랐던 선배들의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아 2020년 강력한 투쟁으로 강원본부를 이끌겠다.”고 하면서, “10기 강원본부는 2030 청년사업을 활성화하여 젊은 본부, 패기 있는 본부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함께 임기를 시작한 신장근 본부 사무처장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강원본부TV> 유튜브 채널을 열고 본부 행사나 지부 방문 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재밌는 영상을 찍고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물론 아직 구독자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홍보수단을 전환하는 시도는 조합원들에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강원본부 출범을 3-40대의 청년들이 이루어냈듯, 이제 또 다른 3-40대의 청년들이 강원의 힘을 다져나갈 것이다. 본부는 올해 2030 청년위원회를 조직하고 구체적 사업을 구상하는 속에서 “더 젊어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태백산 천제단에 휘날리는 공무원노조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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