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21일 경찰의 눈을 피해 태백산 정상에 올라 본부 출범을 하게 된 것이 시초가 됐다.
왜 굳이 산? 왜 하필 태백산?
삼엄했던 시절 출범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차고 넘쳤다. 어느 지부는 투표를 노래방에서 했고, 어느 본부는 섬에 모여 배가 끊기는 시간에 1박2일 출범식을 치른 곳도 있다. 강원본부는 감시를 피해 산 정상에 올랐다.
18년째 태백산에 오른 그들, 올해는 무엇을 소원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태백산에 올랐다. 4월 18일(토) 남쪽 지방에는 이미 꽃이 떨어졌지만 동토의 땅 태백의 꽃은 이제야 봄을 맞고 있었다. 그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태백산 당골광장에 모였다. 매년 각 지부 운영위원 및 조합원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되던 본부 출범식은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감안하여 본부 운영위원 중심으로 참가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진행됐다.
18년 전 태백산에 뛰어오르던 30, 40대 청년들은 지금 정년을 바라보는 ‘백발의 청춘’이 되었고, 굽이굽이 가뿐 숨 내뱉으며 오른 천제단에서 9배의 예를 올린다. 1배에 1소원씩 구호로 외쳐본다. “공무원노조 강화”, “민주노조 사수”, “해직자 원직복직 쟁취”,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급제 폐지”, “연금개악 저지”, “직무급제 도입반대” 그리고 9배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목소리로 외친다. “노동기본권 쟁취!”
18년 전 그날도, 18년이 지난 오늘도 그들의 요구는 같았다. 세월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노동현실의 반증이 아닐까.
2020년 강원은 새로워지는 중
강원본부 이영복 본부장은 출범식 인사말을 통해 “18년 전 태백산에 올랐던 선배들의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아 2020년 강력한 투쟁으로 강원본부를 이끌겠다.”고 하면서, “10기 강원본부는 2030 청년사업을 활성화하여 젊은 본부, 패기 있는 본부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함께 임기를 시작한 신장근 본부 사무처장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강원본부TV> 유튜브 채널을 열고 본부 행사나 지부 방문 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재밌는 영상을 찍고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물론 아직 구독자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홍보수단을 전환하는 시도는 조합원들에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강원본부 출범을 3-40대의 청년들이 이루어냈듯, 이제 또 다른 3-40대의 청년들이 강원의 힘을 다져나갈 것이다. 본부는 올해 2030 청년위원회를 조직하고 구체적 사업을 구상하는 속에서 “더 젊어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