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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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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2  11: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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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3월 3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에서 24만 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정부 공식 발표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20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TF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150만 명에서 220만 명에 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현재 확진자 수가 18만6천265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2만 명이상 증가한 것으로 여전히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사망자도 3천810명을 기록해 중국(3천306명)보다 많은 3위를 기록했다.

이날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5만6천955명에 달해 머지않아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도 4만2천32명에 달한다. 미국 다음으로 이탈리아가 확진자 10만5천792명(사망자 1만2천428명), 이어서 스페인이 확진자 9만5천923명(사망자 8천464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뿐 아니다. 독일의 확진자는 7만 명(사망자 775명)이 넘고, 프랑스에서는 5만 명(사망자 3천523명) 넘는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은 보건 책임자인 장관 뿐 아니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초기보다 많이 진정된 시점에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것은 공포증(phobia·포비아)이다. 코로나19 감염이 국내에서 확산되던 초기에 중국공포증의 조장·유포 양상은 매우 심각했었다. ‘짱깨’, ‘중국인은 바이러스’ 등 자극적인 중국인 혐오 표현이 넘쳤고, ‘중국인 출입금지’를 내건 가게가 등장하기도 했다. 수구 언론은 중국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었고, 구태 정치인과 일부 종교인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외치느라 혈안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으로 되고 있지만 미국공포증이나 유럽혐오증은 찾기 어렵다. ‘미국인 출입금지’를 내걸었다는 소문도, ‘유럽인 입국금지’를 외치는 주장도 들리지 않는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정 국가나 특정 인종에 대해 공포증을 조장하고 증오와 혐오의 적대감을 유포하면서 낙인과 배제를 일삼는 것은 증오범죄이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증오와 적대의 감정 표현이 엄연히 존재한다. 반면에 미국(유럽)과 미국인(유럽인)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여론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과 미국(유럽)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사뭇 다르고 매우 상반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돌아보면 단지 코로나19 사태에서만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폄하하고 무시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서양인에 대해서는 동경하고 호감을 표시하는 현상이 흔하다. 유자격 유능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적이 아니고 아시아 출신이라서 학부모들이 영어강습을 피한다는 뉴스, 반대로 미국 국적의 백인이라서 강사라고 썼더니 무자격자에 미국에서 아동 성폭행을 저질러 인터폴 수배를 받던 파렴치한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서 충격에 빠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직도 박근혜를 추종하는 무리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흔드는 데서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안에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원래 서양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동양 문화를 묘사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년~2003년)가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였다. 사이드는, 19세기에 유럽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으로 형성된 ‘동양에 대한 적대적이고 편향적인 시각의 서양 예술 및 학술 전통’을 지칭하는 용어로 오리엔탈리즘을 재정의했다.

사이드는 서양이 만든 동양에 관한 담론은 서양의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는 권력 장치로 기능한다고 해석한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며 자신들보다 두뇌나 신체 면에서 열등하다고 단정한다. 쇠퇴하고 비참한 동양을 식민지화함으로써 자기들이 동양을 구원했다고, 자신들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한다. 요컨대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제국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화적 헤게모니의 일환이라는 것이 사이드의 주장이다.

문제는 우리 의식에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이다. 서구에 대한 사대주의와 자기 비하의 콤플렉스가 다름 아닌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이다. 예컨대 뉴스의 출처가 미국과 유럽이라고 하면 사실에 대한 확인도, 맥락에 대한 파악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우선 믿고 보자는 식이다. 반면에 중국 당국이나 언론의 발표라고 하면 일단 덮어놓고 의심부터 하고 대하는 습성이 다반사다.

코로나19 방역에서 한국이 훌륭한 모범 사례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감염병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일부 서구사대주의자들이 오매불망 추종해 마지않는 미국과 유럽의 정부당국은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와 언론의 평가 또한 다르지 않다. 미국과 유럽 나라들이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방역 정책을 따라 배우고,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비롯하여 관련 장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자기 비하와 자기 부정의 사대주의 노예로 얽매인 채 누워서 침 뱉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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