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퇴진, 단체협약 체결로 노동조합 힘 다져

단체교섭 현장을 가다 - 강원본부 횡성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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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군지부 성기영 지부장(좌)과 이준연 사무국장
▲ 횡성군지부 성기영 지부장(좌)과 이준연 사무국장

강원본부 횡성군지부(지부장 성기영, 이하 횡성군지부)는 지난 2018년 5월에 출범했다. 횡성군은 직장협의회가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노동조합의 불모지였지만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공무원노조 깃발을 세웠다. 이후 군수 퇴진투쟁과 단체교섭 등 신생지부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잘 해결했다.

횡성군지부는 출범 후 같은 해 9월부터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교섭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규호 당시 군수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직위 상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횡성군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군수 퇴진투쟁을 결의하고 군정공백 최소화를 위한 조기사퇴를 요구하며 행동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은 퇴진을 요구하는 리본을 패용하고 노조 조끼를 입고 근무했고, 지부 간부들은 군청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역에 군수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월례조회 참석 거부 등 다양한 준법투쟁을 행사했다. 이러한 투쟁 속에 4개월 후 한 전 군수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 되어 직을 상실했다.

▲ 군청 앞에서 진행한 군수 퇴진 촉구 1인 시위
▲ 군청 앞에서 진행한 군수 퇴진 촉구 1인 시위

한편, 횡성군지부는 군수 퇴진 이후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교섭을 계속하여 지난해 12월 24일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1일 성기영 지부장과 이준연 사무국장을 만나 군수 퇴진투쟁과 단체교섭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성 지부장은 “군수 퇴진투쟁은 지부 역사의 중요한 첫 단추가 되었다. 군수나 고위 간부들의 잘못된 행동에 처음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냈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신생지부라 조합원들의 역량을 가늠할 수 없었는데 조합원들의 뜻을 확인할 수 있어서 지부 활동과 단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도 “투쟁 역량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조합원들이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노조가 조합원의 힘을 모아서 군수에 맞설 수 있었다”면서 “언론도 우리의 투쟁에 관심을 보냈고 지역 주민들도 응원했다. 공직사회가 지역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군수 퇴진투쟁을 평가했다.

군수 퇴진투쟁 이후 군청 내에서 공무원 노조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지난해 9월 도의원과 군의원이 직원들에게 결혼하는 자녀의 청첩장을 돌렸다. 이에 횡성군지부가 나서서 직원들에게 축의금을 요구는 의원들의 ‘갑질’에 항의했고, 도와 군 의회 사무처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상황은 정리되었다. 노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횡성군지부의 단체협약 체결식
▲ 횡성군지부의 단체협약 체결식

횡성군지부는 군수 퇴진투쟁으로 단체교섭이 중단된 후, 기관 측의 교섭 해태로 반년 이상 발이 묶여 있다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무려 1년 4개월이 걸렸다. 지부는 6차례 실무교섭과 2차례 본교섭, 간사협의를 진행해 기관과 이견을 조율했다. 조합의 표준요구안을 기본으로 하여 요구안의 쟁점이었던 다면평가와 부모봉양휴가를 얻어냈다. 단체협약 전문에 노동과 정치적 지위 향상을 명문화했고 노동절 특별휴가도 합의했다. 요구안은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잠정합의안은 98%라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사무국장은 단체교섭에 대해 “그동안 기관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 받아왔는데 단체교섭을 통해 처음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우리의 요구를 얻어냈다. 조합원들도 공무원노조가 생긴 이래 가장 잘한 일이 군수 퇴진 투쟁과 단체협약 체결이라고 했다”며 뿌듯해했다.

성 지부장과 이 사무국장은 지난달에 실시한 지부 2기 임원 선거에 동반 출마해 함께 연임하게 됐다. 이로써 기관이 단체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것과 함께 다음 단체교섭 준비도 두 사람의 몫이 되었다. 이 사무국장은 “청년간부를 찾기 위한 2030사업도 핵심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시·군 지부를 보면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이 계속 임원을 연임하니 신규 조합원들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간부가 되어야 변화가 빠를 텐데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면서 “청년 조합원들이 간부는 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저 간부보다 더 열심히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 노조 간부는 희생만 강요당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하고 싶은 자랑스러운 자리가 되어야한다”고 당부했다.

횡성군지부는 출범 이후 군수 퇴진투쟁과 단체교섭이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왔다. 신생지부이지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조합원들에게서 나왔다. 성 지부장은 “1기 목표가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2기 목표는 조직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청년 조합원들의 참여도 활성ㅎ와시켜 조화로운 조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2기 목표는 튼튼한 조직을 만드는 것과 차기 간부를 찾는 것이다. 지부가 3기 4기까지 쭉 이어갈 수 있게 공고한 틀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지역에 걸렸던 군수 퇴진 촉구 현수막
▲ 지역에 걸렸던 군수 퇴진 촉구 현수막
▲ 조합원들이 패용했던 군수 퇴진 촉구 리본
▲ 조합원들이 패용했던 군수 퇴진 촉구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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