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공무원 도입, 전일제 노동조건에 악영향 우려”

시간제 일자리, 공무원노조는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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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1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확정했다.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기관의 시간제 신규채용을 퍼센트로 반드시 채용하도록 하는 ‘강제할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내년부터 7급 이하 신규채용자의 3%를 시간제로 채용한다. 이후 2017년까지 국가공무원은 6%, 지방공무원은 9%까지 높여 총 4,000여명을 시간제 공무원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295개 공공기관은 시간제 채용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채용을 강제한다. 이렇게 내년 3%에서 2017년 10%까지 올려 총 9,000명을 채용하게 된다.

‘시간제’가 아닌 ‘시간 선택제’가 맞다며 시간제 일자리의 자발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입장이 ‘비자발적 채용’으로 바뀐 것이다. 일반 기업의 시간제 활성화에 앞서 가장 먼저 이 제도의 도입을 맞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공무원노조는 20일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한 내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장을 맡은 이희우 정책연구소장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장기적으로 공직사회를 비정규화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공직사회의 근로조건과 공공성 악화, 대국민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우려하는 지점은 공직사회의 사회공공성 약화와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 공무원의 비자발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 공무원노조 서형택 경기지역본부장
▲ 공무원노조 서형택 경기지역본부장

올해 공무원이 업무과다로 인해 숨진 경우는 30여 차례가 넘는다. 공무원의 업무량은 산술적인 인력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OECD 기준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기금, 비영리기관 등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부문 인력은 139만1천명이다. 이 숫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 5.7%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이 경제활동인구 대비 15%인 데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원을 늘리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제 공무원을 늘리게 되면 숫자는 늘어나겠지만,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총액인건비제도를 유지하고 공무원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공직사회의 시간제를 늘리겠다는 것이지만, 시간제와 전일제의 갈등으로 빚어질 조직사기와 업무통합력의 저하를 상쇄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공직사회 현장에서 시간제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업무전가 부담 22.8%, 불편한 분위기 10.2%로 나타나고 있다.

시간제 공무원이 겪어야 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5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 당정에서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자리로 출발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숫자만 채우려는 관료주의적 발상에서 추진돼선 곤란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 공무원노조 이희우 정책연구소장
▲ 공무원노조 이희우 정책연구소장

시간제공무원의 봉급은 1년차 601,750원, 10년차 816,300원, 20년차 995,550원 30년차 1,274,000원에 불과하다. 결국 25년을 일해야 전일제 1년차와 비슷한 기본급을 받을 수 있다. 1년차의 경우 전일제 대비 시간제 임금은 50%이지만 호봉승급이 2배 늦고, 진급도 2배 늦어 시간이 갈수록 시간제와 전일제의 임금격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연금도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시간제 공무원은 전일제 공무원과 차별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무기계약직처럼 ‘시간선택제공무원’ 이라는 사실상의 별도직군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일제 공무원의 노동환경에는 영향이 없을까. 공무원노조 서형택 경기지역본부장은 “공무원연금을 예로 들면, 공무원연금제도가 갖는 특성중의 하나가 세대 간 보장”이라며 “우리 다음세대가 줄어든다는 것은 연금재정이 악화된다는 의미고, 결국 동일한 연금을 받고자 한다면 더 많이 부담해야 하고, 아니면 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간제 공무원이 공무원연금 대상자에 포함되더라도 이들의 임금수준이 낮은 만큼 공무원연금의 재정고갈로 이어질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전일제와 시간제 공무원의 갈등 또한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 전일제와 시간제의 임금격차-민주노총 우문숙 국장
▲ 전일제와 시간제의 임금격차-민주노총 우문숙 국장

결국 문제의 해법은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과 차별 없애기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간제 근로 비중(37.2%, 2012년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에서 시간제 일자리의 안착을 위해 도입한 것은 단기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법, 시간당 임금과 휴가비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 근로자의 개인별 선호도에 따른 근로시간조정법 등이다. 법 제도를 통한 차별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시간제를 선택하는 노동자의 자발성을 위해 전일제와 시간제 간의 전환도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의 장점을 부각하려 네덜란드의 사례를 꼽고 있지만, 정부가 주도해 ‘강제 할당’하는 시간제 일자리와는 다른 형태의 일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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