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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예산에 대한 무관심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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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2  10: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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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50조원 넘게 편성했다. 2019년 대비 7.4% 증가한 50조1천527억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6%인 국방비를 2.9%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방비는 문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2017년 7.6%, 2018년 8.2%가 각각 증액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그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정부안대로 국방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국방비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게 되고, 국방예산이 3년 만에 무려 10조원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국방예산은 방위력개선비와 전력운영비로 구성된다. 방위력개선비는 첨단 군사장비 도입 등 무기 개발‧구매에 필요한 예산이다. 2019년 국방비 46조7천억원 중에서 방위력개선비는 15조 3,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늘어났고, 내년 방위력개선비는 올해 대비 8.6% 증가한 16조6천915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방위력개선비 비중은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최고 수준인 33.3%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위력개선비 평균 증가율은 11%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평균 증가율 5.3%의 2배를 뛰어넘는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안보역량 강화라는 미명 아래 국방예산을 최대로 증액하면서 방위력개선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무기 도입 예산 증액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미국의 방위산업체다. 첨단 무기 구입은 미국의 방위산업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지난 13년 동안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미국산 무기를 많이 구매하였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해외 무기 구매액의 약 78%인 35조8345억 원을 미국산 무기 구매에 사용했다. 한국은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스텔스 전투기 F-35A, 노스롭 그루먼사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 보잉사의 대형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 등을 막대한 비용을 주고 구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동안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늘었다며, 향후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까지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무기 구매와 관련, 지난 10년 간 현황과 향후 3년 간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수치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록히드 마틴사의 F-35B 도입을 염두에 두고 경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역시 록히드 마틴사의 MH-60R 시호크 도입을, 해군은 레이시온사의 이지스함 탑재 미사일인 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과도하게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국방비가 국가재정이나 경제에 주는 부담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중(2.6%)은 일본(0.9%), 중국(1.9%), 대만(1.8%)보다 훨씬 높다. 정부 재정 대비 국방비 비중은 2016년 기준 한국이 14.5%로, 일본 2.6%, 중국 6.1%, 대만 10.7%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과도한 국방비 부담은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중은 11.1%다.(2015년 10.2%, 2016년 10.4%, 2017년 10.6%)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수준이다. 가장 높은 공공사회지출 비중을 기록한 나라는 프랑스(31.25%)였고, 벨기에(28.9%)·핀란드(28%) 등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 순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동안 65살 이상 고령층은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이 기간 한국전쟁 직후 출생한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올해 769만명인 노인 인구(65살 이상)는 2020년 813만명, 2024년 995만명 등으로 늘어 2025년이면 1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자 비율이 이렇게 빨리 증가하면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부담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국방예산은 증액이 아니라 감축이 마땅하다. 하지만 거꾸로 가고 있고, 갈수록 태산이다. 국방부가 지난 8월 14일에 발표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총 290조5천억원(방위력 개선비 103조8천억원+전력운용비 186조7천억원)이 필요하다. 연간 58조원이 넘는 국방비가 소요되고, 2024년에 군수시장은 3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에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는 혈세 낭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뜻이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복지 예산 지출에 국방비가 막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이 근거 없고 터무니없이 부당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방위비를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담’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다.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당당히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가 먼저 국방비 증액을 자제하고 군축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이 아니라 삭감을 주장해야 한다.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국회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안에 대한 비준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국방 예산안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다. 국회의 책무가 막중하다. 그런데 국회의 동향은 온통 패스트트랙 관련 뉴스밖에 안 들린다. 어디 정부와 국회뿐이랴? 정작 세금을 납부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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