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비상근무, 극도의 피로...120시간 초과해도 70시간만 인정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최전선 공무원노동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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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시지부 조합원이 양돈농가 앞 초소에서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 포천시지부 조합원이 양돈농가 앞 초소에서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확진된 후 지금까지 총 16건이 국내 양돈농가와 멧돼지에서 발생했다. 이후 첫 발병지인 경기도 파주를 비롯해 김포, 연천, 강화 등을 강타해 15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 됐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도 ASF 방역현장에서 근무하며 확산 저지 및 조기근절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장시간의 초과근무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하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받는데 비해 공무원은 기준 호봉 봉급액의 55%만을 지급받고,이 조차도 일한시간 만큼 지급받지 못해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경기본부 포천시지부(지부장 이홍용, 이하 포천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9월 19일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포천시는 양돈농가와 주요 도로, 인접 시·군 경계 등에서 140여 개의 초소를 운영 중이다. 조합원들은 하루에 12시간씩 2인 2교대로 초소 근무를 하고 있다.

▲ 포천시 거점초소에서 가축을 실은 차량이 소독을 기다리고 있다.
▲ 포천시 거점초소에서 가축을 실은 차량이 소독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포천시지부 이홍용 지부장은 “비상근무로 업무가 누적된 조합원들이 낮엔 비상근무,밤에는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이대로 가면 다들 쓰러지게 생겼다”며 “누적된 피로로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공무원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밤샘 근무를 해도 4시간만 인정해준다. 공무원의 수당 단가가 낮다 보니 기관에서 비상근무를 남발한다. 우리가 일한 만큼 제대로 수당을 받는다면 기관도 신중하게 근무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시는 지난 2017년 조류독감 관련 비상근무 때 역팀장이 과로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비상근무를 다녀왔던 포천시지부 명노원 조합원은 “초소 근무할 때 식사와 화장실 등 기본적인 부분들이 힘들고,돼지 분뇨 냄새와 파리와 모기 때문에 고생했지만 주민들이 고생한다고 간식도 주고 격려해줘 힘이 났다”면서 “초과근무수당이 급수마다 다르고 합리적이지 않으며 공무원이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노동3권도 없고 제대로 된 수당지급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농림축산검역본부지회 조합원들이 차폐실험실에서 현장에서 보내온 시료를 진단하고 있다.
▲ 농림축산검역본부지회 조합원들이 차폐실험실에서 현장에서 보내온 시료를 진단하고 있다.

ASF 방역 현장에 있는 국가직공무원들도 12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행정기관본부 농림축산식품부지부(지부장 서두석)의 농림축산검역본부지회 조합원들은 ASF에 대한 진단과 역학조사, 현장 방역 등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ASF 관련 시료를 진단하는 담당자들은 현장에서 보낸 시료가 보통 새벽 1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6시간에 걸쳐 진단한다. 현장 방역에 나선 조합원들도 오랜 시간 근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주와 연천 등으로 현장 방역업무를 다녀온 한 조합원은 “최근 14일 동안 아침 6시 반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했다. 차로 1.2만km를 달렸고 기름 1천 리터를 사용했다. 초과근무가 120시간을 넘었지만 70시간만 인정받았다”며 “외부 출장으로 바쁜 와중에 내 기본업무도 해야 한다. 현장 역학조사를 나갔던 한 직원은 3주 만에 돌아왔다. 공무원은 지시만 내리면 일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기관장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다른 조합원도 “9월 16일 이후 주말에 거의 못 쉬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게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봉사하라는 말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인 만큼 다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120시간을 훌쩍 넘는 초과근무와 주말과 퇴근을 포기하고 근무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농림축산검역본부 관제센터에서 조합원들이 축산차량의 운행을 감시하고 있다.
▲ 농림축산검역본부 관제센터에서 조합원들이 축산차량의 운행을 감시하고 있다.

농식품부지부 서두석 지부장은 “조류독감과 구제역 같은 동물 질병이 20년 가까이 매년 발생하면서 검역본부 조합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 기획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들이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데도 차출되어 현장에 투입된다”면서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많이 휴직하거나 그만둔다. 전국에서 수의사 20여 명이 결원이라 올해만도 두 번째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저임금 장시간노동이라는 인식 때문에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력이나 예산 등 한정된 자원을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 일한 만큼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방역수당 인상 등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해 정부와 합리적인 임금교섭과 처우 개선에 대해 논의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 노동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라는 공무원노조의 요구와 전문가그룹이 제시한 중재안마저 거부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16일 인사혁신처 앞 간부결의대회를 통해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 중단을 선언, 11.9 권리찾기 공무원대회를 개최하는 등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받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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