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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동맹의 아킬레스건과 미국의 책임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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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1  1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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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기 3대가 한국항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중·러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은 우발적 실수로 보기 어렵다. 우리 공군의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두 번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도발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처음으로 연합 공중훈련을 전개하면서 왜 하필 우리의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인지 그 배경과 의미를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중·러가 첫 장거리 연합 초계비행 훈련을 동해상에서 실시한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러의 전략적 공동 대응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극동 전선에서 형성된 미국 대 중·러의 대립 구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그 배경과 의미가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 국가로 규정했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호주,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인도·태평양 전선을 형성하려고 애쓰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선의 한 축을 담당할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본 자위대의 성격과 위상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한국의 3각 군사동맹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의 극동 전선을 형성하기 위하여 한국에도 이 전략에 참여할 것을 요청해 왔다.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중·러의 공중훈련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특히나 중·러가 최초의 연합 공중훈련을 독도 상공에서 전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겨냥한 것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극동 전선인 미·일·한 3각 동맹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자극이다. 독도는 미·일·한 3각 동맹의 가장 취약한 고리의 하나다.

중·러의 독도 영공 침범이 벌어지자 한국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사격으로 신속 대응했다. 그런데 일본이 독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대응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반응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제넘은 짓으로 치부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이 부각됨으로써 미·일·한 3각 동맹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중·러가 연합훈련을 통하여 노렸던 인도·태평양 전략의 균열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응은 미·일·한 3각 동맹의 균열에 대한 군사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은 독도 문제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기 위하여 ‘영공’이라고만 언급한 채 어느 나라 영공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고 넘어갔다.

미국은 왜 독도 문제에 대하여 애매한 자세를 취하는 것일까? 자기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패전국 일본과 맺은 강화조약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1951년 9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교전국 48개국과 패전국 일본이 맺은 강화조약이다. 전쟁 중에 일본이 강점했던 점령지를 교전국에게 되돌려주는 영토귀속문제, 전쟁 중에 일본이 교전국에게 입힌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문제를 국제법적으로 정리한 조약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처럼 중대한 조약에 참여하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을 주도한 미국은 일본이 한국의 참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은 한국이 전후처리에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원인 제공자는 미국이었다. 그 결과 한반도 영토귀속문제(독도를 한국 영토로 귀속시키는 문제), 우리가 입은 막대한 전쟁피해 배상문제에서 우리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미국과 일본의 뜻대로 부당하게 처리되고 말았다.

대표적인 예가 독도영유권 문제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영토문제를 다룬 제2장의 첫 번째가 한국 관련 조항이다.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 대한 모든 권리, 자격, 영유권을 포기한다.” 여기에 독도가 명시되지 않음으로써 국제법상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책임 때문에 미국은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하여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명백한 책임회피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한 것 역시 미국의 무책임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의 신성한 독도 주권에 대해 무도하게 간섭하는 ‘일본의 대응’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단 말인가?

미국에 대한 그릇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한·일 간의 긴장에 대하여 묻자, “일본과 한국 사이에 긴장이 있다.”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나에게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냐? 나는 당신을 도와 북한에 관여하고 있고,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낯 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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