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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 공무원노조 한국해양대지부“차별 없고 노동 대가 온전하게 보장받는 일터 만들어야”
남현정 기자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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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1  1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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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앞 푸른 바다 위 새하얀 선체를 빛내며 배 두 척이 나란히 정박해 위용을 뽐내고 있다. 9,196톤의 한나라호와 6,686톤의 한바다호는 한국해양대학교의 실습선이다. 특히 1만 톤급의 한나라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실습선이다. 해양대 학생들은 선박 운항과 해상 활동 등에 관한 전문 지식을 익히기 위해 두 척의 배에 승선해 몇 달 간 현장 실습을 떠난다. 최근엔 아시아 바다를 주로 항해하지만 멀리 남미까지 원양 실습을 나간 적도 있다.

실습 기간 동안 선박 운행과 관련된 첨단 장비들을 조작‧운전하는 법부터 학생들의 각종 교육훈련과 식사준비 등 선상 생활 전반을 지원하고 유지하는 일을 도맡는 사람들이 있다. 실습이 없는 동안에도 이들은 각종 선체 장비들을 보수하고 정비하는 일을 한다. 바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학본부 한국해양대지부의 해양수산직 조합원들이다. 41명의 조합원은 200여 명의 학생, 교수들과 함께 한국의 해양 전문가를 기르기 위한 해양 실습현장의 숨은 주역들이다. 23일 오후,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낸 이들을 한나라호 선상에서 만났다.

   
▲ 공무원노조 한국해양대지부 해양수산직 조합원들이 이빈 지부장과 함께 한나라호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을 빼면 대부분 몸이 성한 데가 없다. 손, 허리, 무릎, 발 장애인들이다. 몸이 멀쩡하면 정신이 장애다” 김민관 조합원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그는 그라인더 작업을 하다 손을 다쳐 장애 진단을 받았다. 떨어진 쇠에 부딪힌 그의 오른손은 주먹이 쥐어지지 않으며 손등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선박의 몸체와 각종 부품들의 녹을 긁어내고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그라인더 작업은 종종 부상자를 발생시킨다.

박순종 부지부장은 “배 전체가 쇠로 돼 있으니까 어딘가 부딪히면 쉽게 다친다. 녹이 슨 것을 그라인딩으로 깎아내고 도장하는 일은 일상 업무인데 안전장비를 갖추고 해도 사고 위험이 있고 또 거기서 나오는 분진도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가 정박한 상태인데도 갑판에서는 선체의 엄청난 소음으로 상대방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배가 운항을 시작하면 그 소음은 몇 배로 커진다고 한다. 김 조합원은 “배를 오래 탄 사람들은 육지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일찍 청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정신이 장애’라고 한 표현은 항해를 할 때의 스트레스를 말한다. 항해 중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긴장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박 부지부장은 “배에서는 언제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사실상 24시간 근무태세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 만톤급의 한나라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실습선이다.

해양수산직 조합원들의 상당수는 김 조합원처럼 몇 십 년째 배에서 근무한 베테랑 선원들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긍정적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때때로 마음 아픈 일도 생긴다.

김 조합원은 “배를 타고 있는 동안 갑자기 가족상을 당하는 동료들이 있다. 부모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어도 배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육지로 돌아가면 장례식도 다 끝나있고…. 임종도 못 지키고 제사도 참석 못하는 일이 많아 자식 된 도리 못한 거 같다. 자식들한테도 애비 노릇 잘 못 한 거 같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삼십대 중반의 배민제 조합원도 항해가 길어지면 가족 생각이 간절하다. 그는 “결혼한 지 5년 됐는데 아직 아이가 어려서 항해 나가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집안 대소사에 참석 못하는 일 못지않게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차별대우다.

   
▲ 이빈 지부장과 박순종 부지부장이 한나라호 갑판을 걷고 있다. 한나라호 선체가 멋진 외관을 유지하는 것은 해양수산직 조합원들의 노동 때문이다.

박 부지부장은 “일이 힘들긴 하지만 바다에서 지내는 생활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런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일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못 받고 또 우리가 하는 일을 하대하는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엘리트 의식에 젖은 교수들의 권위적 태도 등 대학 내에 여전히 ‘갑질 문화’가 존재해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별과 관련해 이들이 한 목소리로 제기하는 불만이 바로 시간외수당이다.

해양대지부 이빈 지부장은 “예를 들어 항만청 소속의 해양수산직 공무원의 경우는 시간외수당을 모두 인정받지만 우리 지부 조합원들은 그들과 똑같은 일을 해도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대학 예산 범위 내에서 시간외수당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해양대나 목포해양대, 해양학 관련 전공으로 해양실습선을 운영하는 대학들끼리도 시간외수당에 차이가 있어 그에 따른 불합리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공무원노조 한국해양대지부 이빈 지부장

이 지부장은 “지부에서 교섭을 통해 해양수산직 시간외수당 문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18행정부교섭’에서 대학총장과 지부장이 교섭할 수 있도록 재위임 교섭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무원법상 대학 총장은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정부 측 교섭 대표에 포함되지 않아 공무원노조 대학본부 소속 지부들은 지부교섭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7월 18일 상견례로 시작된 ‘2018행정부교섭’에서 대학본부는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지부교섭관련 요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지부장은 이날 한나라호 선상에서 조합원들의 고충을 들으며 “지부에서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꼭 읽어보시고 지부에 관심을 가져달라, 또 조합원들의 요구사항들을 취합해 대학에 매달 전하고 있으니 요구나 불만들을 가감 없이 지부에 말해 달라”고 얘기했다.

올해 3월 취임 후, 전 부서 순회와 간담회 등 의욕적인 조합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지부장은 “아주 거창한 사업보다는 조합원들이 실제 피부에 와 닿을 수 있게 변화를 만들고 싶다”며 “노동조합을 통해 조합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 해양대지부에서 5월 1일 노동절날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피자를 전달, 노고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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