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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혐오’라는 지옥문을 열다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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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1: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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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 투표 당시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 국민들

“와~ 우리 영국이 드디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어요! …… 그런데 EU가 뭔가요?”

2016년 6월 24일 영국에서 역사적인 사실 하나와 웃지 못할 코미디 하나가 동시에 벌어졌다. 역사적인 사실은 영국 국민들이 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가결했다는 점. 이른바 브렉시트(Brexit)가 그것이다.

웃지 못할 코미디는 당일 영국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 중 하나가 “EU가 뭔가요?(What is the EU?)”였다는 점. 이 문장은 영국인 검색어 2위에 올랐고, 1위는 “EU를 탈퇴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What does it mean to leave the EU?)”였다.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핵심 이유는 난민에 대한 혐오였다. 중동 난민이 유럽 대륙을 통해 영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영국 국민들은 이들을 축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현대사에서 가장 아둔한 선택’이라는 브렉시트가 결정됐다. 영국인들은 난민을 쫓아내고 희희낙락했지만 그들은 정작 EU가 뭔지도, EU를 떠나는 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다.

혐오, 원초적이면서 강렬한 감정

이처럼 혐오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런데 이 비상식적인 혐오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브렉시트가 그랬고,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랬다. 유럽에서 발호하는 각종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도 혐오를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왜 비이성적인 혐오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 의학, 뇌 과학, 인류학, 진화심리학 등 수많은 학문이 혐오에 대해 내린 공통된 의견이 하나 있다. 혐오란 인류의 생존본능에서 시작된 감정이라는 것이다.

영국 런던 브루넬대학교 심리학과 마이클 드 바라(Micheal De Barra) 교수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많은 자극은 전염병의 전파와 관련돼있다”라고 설파한다. 혐오 전문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폴 로진(Paul Rozin) 교수도 “모든 혐오의 밑바닥에는 인간 자신의 오물과 악취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라고 지적한다. 쉽게 말하면 혐오는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 즉 인간의 생존본능이라는 이야기다.

사람이 혐오감을 느끼는 대상은 대부분 전염병을 유발하는 물질과 일치한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콧물이나 고름, 침 등이 그렇다. 사람의 토사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모두 병균이 서식하기 좋거나 부패의 위험이 큰 물질들이다.

냉정하게 말해 음식물 쓰레기는 불과 5분 전에 내가 먹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에게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용솟음친다. 부패와 감염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침이나 콧물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것들은 불과 3초 전 사람의 입과 콧속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그런데 밖으로 튀어나오면 그것들은 엄청난 혐오를 유발한다. 역시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키스가 뜨거운 사랑의 징표인 이유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키스는 타액을 교환하는 행위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타액은 혐오스럽다. 그래서 키스는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당신으로부터 감염이 돼도 능히 견딜 수 있어요. 그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신호가 된다. 사랑이 혐오를 극복한 셈이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인종차별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외국인 노동자 혐오와 극우 포퓰리즘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혐오 선동이 먹혔던 이유는 그것이 민중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이래 영미의 민중들 삶은 그야말로 거덜이 났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민중들은 가진 것 대부분을 빼앗겼다.

생존에 대한 위협감이 극도로 높아졌을 때,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혐오를 자극한다. “이주민을 몰아내고 난민을 죽여라! 그래야 당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이다. 혐오는 생존본능이기에 이 선동은 매우 강력하다. 살고자 하는 욕망에 가득 찬 민중들은 이성을 상실하고 “죽여라!”를 외친다.

6월 19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선동한 대목은 그래서 위험하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황 대표의 발언은 논리적으로도 엉망진창이고, 실효성에서도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그 짓을 하려면 대한민국은 근로기준법부터 위반해야 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도 어겨야 한다. 게다가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면 한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

한마디로 무식이 철철 넘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발언을 “무식한 소리”라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유럽을 휩쓰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이성적으로 올바른 소리를 해서 민중들의 지지를 얻은 게 아니다. 그들은 교묘히 민중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어쩌면 황교안 대표는 대권 가도의 이익을 위해 혐오라는 지옥문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시급히 이 문을 닫아야 한다. 민중들이 가난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탓이 아니라 자본의 착취 탓이다. 더 번지기 전에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게 강력한 철퇴를 가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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