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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과 석방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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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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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앞 시위로 구속되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좌).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도 1심에서 무죄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6월 21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됐다가 27일 석방됐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 그리고 올해 3월과 4월,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19일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민주노총은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탄력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논의하자 이에 반대하면서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과 최저임금 재개악은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지난 17일 재계 대표로 국회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5당 원내대표를 모두 만나서 국회 개원과 재계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가장 급한 법안은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에 대한 것”이라면서 노동개악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법안들은 사용자들 맘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이고,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를 후퇴시키는 악법이다. 박 회장은 여야 지도부로부터 환대 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들의 처리에 대해 이견이 없다. 국회가 열리면 겉으로는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면에서는 노동개악 입법의 합의 처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서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을 대변해 개악 입법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목에 칼 들어오는데 저항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그게 되레 이상한 일일 터다. 하지만 지극히 정당한 투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었다가 풀려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촛불항쟁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촛불항쟁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대중조직 민주노총의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강력히 반발했다. 2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동탄압 규탄, 구속자 석방, 노동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김 위원장 구속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24일부터 전국 동시다발로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여는 한편,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 구속에 대응하는 투쟁방침을 발표했다.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앞 전국노동자대회,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7월 1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등을 이어가는 등 대대적인 규탄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법원은 부랴부랴 구속적부심을 진행하여 김 위원장을 석방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의 석방으로 검찰과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확인되었다. 자발적으로 경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협조한 김 위원장에게 검경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이런 무리한 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문제였다. 영장에 적시된 구속사유는 ‘도망의 우려’뿐이었다. 김 위원장은 경찰·법원에 자진 출두하였으며, 소환 불응이나 잠적 등 도망의 낌새조차 없었다. 같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가 며칠 새에 다시 석방을 결정한 것은 사법부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관비(官匪)의 준동에 주목해야 한다. 법을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취하는 도적을 법비(法匪)라고 하듯이, 관비란 관직을 그렇게 악용하는 무리를 일컫는다. 이전 정부에서도 익히 보았던 것처럼 단임제 정권 3년차에 의례히 관비들의 준동이 창궐하곤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과 석방을 둘러싼 해프닝은 관비의 준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적폐세력으로서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개혁의 대상들인 검경과 사법부가 그동안 숨겨왔던 마각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들어 경찰과 검찰은 민주노총 임원과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했다. 지난 3월과 4월 국회 앞 시위 혐의로 검찰은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간부 6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5.18 관련 망언 의원들을 규탄하고 역사 왜곡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 모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간부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민주노총 탄압에는 한통속으로 죽이 척척 맞다.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에는 이처럼 신속하고 철저한 검경이 온갖 불법 폭력을 자행하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다. KT 채용 비리로 고발된 김성태 의원에 대해서나, 장자연 사건에서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채용비리를 자백한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팀장은 처벌을 받았으나, 채용 청탁과 압력을 행사한 장본인은 면죄부를 받은 황당한 판결이다. 그런데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란 자는 권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결을 칭찬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서울고법 전체 판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법관들은 다른 판사의 판결을 평가하는 데 극도로 조심스럽다. 게다가 황당한 판결에 대해 칭찬이라니…. 아시다시피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 농단 연루 법관이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철면피한 법비의 행각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힘이 센 세력의 하나가 고위 관료집단이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군부집단이 독재의 권좌에서 내려온 다음에, 재벌 권력을 등에 업고 그에 기생하는 거대한 관료집단이 권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기춘과 우병우, 양승태 등은 해괴한 법 논리와 법망의 허점을 악용하여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도맡았던 관비들이었다. 고위 관직에 똬리를 틀고 앉아 국정 농단을 일삼는 관비의 청산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과 석방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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