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공무원 총파업 정신계승, 참행정 실현하자 결의”

세종충남본부 제6회 대동한마당 '4.3평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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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세종충남지역본부(본부장 백영광)는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제6회 대동한마당을 제주도에서 열었다. 이번 대동한마당은 제주 4.3항쟁 71주년을 맞아 4.3항쟁 당시 주요 유적지를 탐방하는 내용으로 조합원 45명이 참가했다.

26일 9시 성산포에서 남원읍 의귀마을로 출발한 버스에서 송기남(해설사 - 제주도 조천읍농민회 회장, 5.18민족학교 4.3항쟁 해설사) 선생은 제주4.3항쟁의 역사를 설명하며 둘러볼 마을과 시설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첫 번째로 도착한 의귀초등학교에서 4.3항쟁 당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토벌대로 파견된 응원경찰과 군, 서북청년단 등이 자행한 제주도의 무고한 민간인 피해와 학살현장 등을 담담하게 해설해나갔다. 송기남 선생은 의귀초등학교에서 평화기행단 일행을 이끌고 4.3 당시 의귀초등학교 전투에서 사망한 무장대의 시신이 묻힌 송령이골로 안내했다.

송령이골로 들어서는 길목에 그 생을 다하고 맥없이 떨어지는 동백꽃 한 송이를 집어든 송 선생은 “한겨울 추위에도 그 생명을 이어 피었다 이맘때 즈음 그저 조용히 떨구는 동백꽃, 그래서 우리는 이 동백꽃을 4.3을 상징하는 저항의 상징이자 무고한 민중의 희생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고 설명하며 연신 잰걸음으로 일행을 송령이골로 인도했다.

버려지다시피 한 작은 두어 개의 무덤 앞에 경건히 머리 숙여 묵념을 올린 평화기행단은 얼마간 짧은 시간 후에 이곳이 온전한 해방과 분단에 저항했던 영령들을 모신 성지로 꾸며지기를 기도하며 다시 발길을 제주도 남쪽으로 재촉했다.

▲ 제주4.3항쟁 평화기행에 참석한 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조합원들이 송기남 4.3항쟁 해설사(오른쪽)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제주4.3항쟁 평화기행에 참석한 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조합원들이 송기남 4.3항쟁 해설사(오른쪽)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정방폭포에 도착한 평화기행단은 아름다운 자연풍경 이면에 제대로 진상이 알려지지 않은 폭포 위쪽 서복전시관 등지 학살 터를 둘러봤다. 송기남 선생은 분노감을 나타냈다.“무고한 제주도민이 무참히 살육당한 이곳에 우리 역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복전시관을 거대하게 짓고서는 어느 한곳에도 4.3항쟁의 역사는 남아있지 않은 채 모조리 지워버렸다”고 개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역사를 올바르게 후대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사명이라는 말씀으로 평화기행단을 다시 제주도 서쪽을 향해 안내했다.

알뜨르비행장에 도착한 평화기행단을 가장먼저 맞이해준 것은 평화의 소녀상 이었다. 이곳 소녀상은 제주도민들이 정성껏 모은 고철을 녹여 만든 철심과 대나무로 엮어서 세웠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7만여 명이 주둔했던 군사거점이던 알뜨르비행장 주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흉물스런 비행기 격납고를 목격하고는 비행장과 군사시설 건설 과정에 강제로 토지를 빼앗긴 농민들과 비행장 건설에 강제로 동원됐을 제주도민들의 피맺힌 한이 빈 격납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서러운 풍경이었다.

모슬포는 제주도사람들에게 못살포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바람이 심하고 기후변화가 심했다. 제주도 동쪽과 남쪽은 맑은 햇볕과 더운 기운이었으나 모슬포지역은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의 바람과 비, 추위가 압도했다.

▲ 알뜨르비행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 촬영
▲ 알뜨르비행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 촬영

제주도 출신 제일동포가 세웠다는 기억의 비석 앞에 끌려가던 양민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벗어놓았다는 검정고무신 속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후대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다.

섯알오름에서 예비검속이라는 미명하에 무참히 희생된 영령들에게 향을 올리고 경건히 위로의 묵념을 올린 평화기행단은 역사 속 밝혀지지 않은 피해현장의 진실을 목도하며 이 역사속의 진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바람 부는 제주 서쪽 모슬포를 등지고 평화기행단은 다시 출발지였던 성산포로 이동해 성산일출봉이 눈앞에 펼쳐진 터진목 4.3 유적지를 방문했다.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뭇 대비되는 추모비 뒤편 비문을 또박또박 읽어 내리는 마른 입술에 묻어나는 가슴시린 역사가 성산일출봉 벼랑 끝 참호에 일렁이는 파도소리에도 뚝뚝 묻어난다.
 
이튿날 평화기행단은 성산일출봉을 등반한 후 4.3평화공원으로 향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4.3 기념관 관람을 통해 4.3항쟁 당시 제주도청 공무원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으로 제주도 민중을 지키고자 했던 결의가 평화기행단의 가슴을 타고 큰 울림으로 다가선다. 빼앗겼던 이름 노동조합을 되찾고자 감행했던 공무원노조 2004년 총파업의 정신을 잇고 그로인해 해직된 136명의 조합원 모두가 원직복직을 맞이할 수 있도록 더 단단하게 투쟁하겠다는 다짐으로 어깨가 뻐근하도록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 제주 모슬포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제주 모슬포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주의 봄, 아픈 역사의 물줄기를 고스란히 제주의 땅과 바다, 하늘에 고스란히 녹여 기나긴 시간의 흐름을 관통해 현재와 공존하며 미래의 후대에게까지 할퀴고 패인 상처 그대로를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대로인 채 이어질 것이다.

백영광 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4.3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특히 제주도청 공무원노동자들의 총파업의 정신을 이어가자”고 주문했다. 또 “5월 1일 비록 특별휴가의 형식을 빌었지만 대부분의 지부가 노동절을 휴무로 쟁취하여 비로소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항쟁의 역사를 잇는 공무원노조, 당면한 해직 조합원의 원직복직의 꿈을 현실로 쟁취하자”고 본부 제6회 대동한마당 ‘제주 4.3항쟁 평화기행’의 마무리 말씀을 전했다.

1박2일 일정을 쉴 틈 없이 강행군한 세종충남본부 제6회 대동한마당 ‘제주 4.3항쟁 평화기행’은 아픈 역사와 처절한 희생, 숭고한 항쟁의 기억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꿈을 다시금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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