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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교섭 현장을 가다 - 경기본부 이천시지부10년의 역경 딛고 단체교섭으로 도약 일궈
남현정 기자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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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7  09: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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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체교섭에서 이천시지부가 애초에 요구했던 단체교섭안의 90% 정도는 관철해 냈습니다. 처음 해 보는 거나 다름없는 단체교섭인데 이런 성과를 거둬낸 것에 만족합니다.” 이천시지부 변영구 지부장은 인터뷰에서 밝게 웃으며 이천시지부 단체교섭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17일 지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날 당시 이천시지부는 단체교섭안 조합원 총투표를 앞두고 운영위원들이 순회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22일과 23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는 이천시지부 조합원 748명 중 599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들 중 587명이 찬성해 98%의 찬성률로 단체교섭안을 확정지었다. 지부는 오는 9일 시와 단체교섭 체결식을 치른다.

   
▲ 이천시지부 변영구 지부장

“단체교섭 요구안 전문(前文)에 ‘조합원의 근무조건을 유지 개선하고…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시측에서 ‘정치’라는 말을 빼자는 겁니다. 1차교섭 때 그것 때문에 하루를 다 보냈죠” 지난해 12월 이천시지부 10기 지부장으로 당선된 변 지부장은 당시 사무국장으로 교섭에 참여하고 있었다. 정당 가입은 커녕 지지 정당에 후원금을 낼 수도 없고 SNS에 업무와 상관없는 정치적 의사표현조차 금지당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정치적 지위 향상’은 단순히 선언에 불과할 지라도 포기할 수 없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부는 시와의 끈질긴 논쟁 끝에 결국 ‘정치’를 살려 낼 수 있었다.

“시에서 노조활동 보장에 관련해서 몇몇 조항들을 문제 삼았지만 다른 지부 상황 등 근거 자료를 마련해 우리 요구를 관철해낼 수 있었죠. 사실 협상 자체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다만 단체교섭을 시작할 당시 우리 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할 분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고, 다들 처음 해보는 교섭이라 협상의 기술과 대응 플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변 지부장은 단체교섭안 마련에도 특별히 공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조합과 본부에서 마련한 표준안을 토대로 지부안을 마련할 때 부서별 간담회뿐 아니라 운영위원들이 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 면담도 진행했다고 한다.

“부서별 간담회를 하니까 의견들이 잘 안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운영위원 12명이 각각 30명씩 조합원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불만이나 개선할 점, 요구 사항들을 묻고 의견들을 취합해서 요구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조합원들의 요구 사항이 이번 교섭을 통해 현실화됐습니다. 이제 주말 근무 후 대체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장기재직휴가 확대, 각종 행사 동원금지 등 노동조건이 향상됐죠. 또 인사에서는 다면평가를 비롯해 시와 합의한 인사 원칙 등이 올해 초 인사에 이미 반영된 걸 확인했습니다. ”

   
▲ 이천시지부는 지난해 10월 10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이천시지부는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이번 교섭 과정과 단체교섭의 주요 내용을 담은 홍보물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단체교섭이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알기 쉽고 예쁜 16쪽 짜리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이 책자를 틈틈이 보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고 변 지부장은 말했다.

변 지부장은 교섭안 체결이 끝이 아니라며 이번에 합의한 사항들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시에 요구하고 제대로 실행하는지도 계속 살펴나가겠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이천시지부는 노동조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노조 간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시측과의 오랜 불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공무원노조의 법내 진입과 민선 7기의 출범, 단체교섭 돌입 등으로 지부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이천시지부 운영위원들 대부분이 40대 이하로 구성돼 간부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변 지부장도 40대 초반이다. 출마 때부터 청년 조합원 활성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변 지부장은 얼마 전 20여 명으로 구성된 ‘지부 2030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 이천시 절반 가까이가 20~30대 공무원들입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공직에 들어왔는데 연금은 깎이고 일은 더 늘고 급여는 제자리고... 젊은 세대의 고민과 힘든 상황을 그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지원하고 올바른 간부로 길러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 2030특위를 조직했습니다.”

변 지부장은 젊은 조합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40대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 4월 22~23일 단체협약 조합원 총투표

“초창기 활동을 하셨던 분들을 만나면 ‘뒤에서 도와주겠다’고만 하시지 잘 나서려고 하지는 않아요. 윗세대와 젊은 세대의 중간에서 역할 맡아주시면서 지부를 튼튼히 이끌어갈 분들이 아쉽습니다. 지금 몇몇 분들을 계속 설득 중인데 그 분들이 꼭 손을 잡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변 지부장은 지역 사회에 공무원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에도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직인 그는 조합원들과 함께 매월 노인복지관 급식 봉사, 연탄 배달 등 자원봉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이천여주양평지부와 함께 ‘이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천 평화의 소녀상은 오는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일에 건립될 예정이다.

변 지부장은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오랫동안 이천시지부를 이끌어 온 고광윤 전 지부장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前 지부장님은 여러 피해를 입으면서도 노동조합의 원칙을 묵묵히 지켜내신 분입니다. 그분의 짐을 덜어드릴 때가 됐고 저도 동료들을 위해 일할 기회가 왔을 때 피하면 안 되겠다 싶어 사명으로 생각하고 나섰습니다.”

변 지부장은 지난해 12월 17~18일, 이틀 동안 치러진 지부장 선거에서 총선거권자 745명 중 615명이 투표해 찬성 592표로 96.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지난 2000년 이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로 출발한 이천시지부는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05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소속되면서 제1기 지부가 출범했지만 이천시의 지부 사무실 폐쇄 등 탄압과 회유를 이기지 못하고 2007년 개별 노동조합으로 이탈하게 된다. 노조는 개별노조 7년 만인 2014년 6월 조직전환 투표를 통해 다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품으로 돌아왔다. 조직전환을 추진했던 이천시공무원노동조합 고광윤 위원장은 당시 “탈퇴 후 7년 동안 인사시스템 붕괴와 노조 무시 등 노사관계 비정상화가 계속되면서 조합원들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가입 열망이 높아졌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 능력, 노조의 정책, 단결력 등을 모두 따져볼 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해답”이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직전환 뒤에도 전임 시장의 인사전횡에 맞서 부당인사 저지 투쟁 등을 전개하며 고난의 길을 걸어온 이천시지부는 지난해 민선 7기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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