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 국회토론회 개최, 정부의 선입법 입장 비판…조속한 비준 촉구

"정부는 ILO핵심협약 先비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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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긴급행동과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 위원회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ILO 핵심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 ILO긴급행동과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 위원회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ILO 핵심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국내법 개정에 앞서 비준하라는 요구가 노동계와 학계‧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이러한 ‘선(先)비준 후(後)입법’ 주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ILO 긴급공동행동과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ILO 100년과 한국,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 시급하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정부의 선입법 후비준 입장을 비판하며 ILO 핵심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ILO 긴급행동은 28일 민주노총과 민변, 참여연대 등 30여 개 노동시민사회가 지난달 28일 발족한 단체이며 헌법33조위원회는 여야 국회의원 47명이 노동권 보호를 위해 2017년 창립한 국회 내 연구단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과 절차를 살피며 “선비준 후입법이 아무런 절차상 하자가 없고 노동계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가 모두 요구하고 있는데도 오로지 경총과 고용노동부만 ‘선입법 후비준’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부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현재까지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무회의 심의는 커녕 비준안을 마련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정부가 경사노위에 책임을 미룬다면 이는 헌법상 권한을 방기하는 것이고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
▲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관련 법을 개정한 뒤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이달 초를 시한으로 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ILO 핵심협약 8개 중 한국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 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 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87호, 98호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ILO 191개 회원국 중 20개국에 불과하며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과 미국만 가입하지 않았다. 이 핵심협약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제약받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공무원‧교사, 해직자‧실직자 등이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으나 2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신 변호사는 “23년에 걸친 국제사회와의 약속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ILO핵심 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진전된 성과를 내놓지 않을 경우 분쟁 해결 절차 강도를 높여 전문가패널에 회부하겠다는 경고를 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4일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이에 맞게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 김영훈 전 위원장과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등도 참석해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며 조속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 이날 토론회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영향을 받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조합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주의깊게 들었다.
▲ 이날 토론회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영향을 받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조합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주의깊게 들었다.

특히 김주환 위원장은 대리운전노동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전하며 ILO핵심협약 비준의 긴급성을 호소했다. 그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ILO 권고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한정애 의원이 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고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아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며 “가장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동권 보장은 절박한 생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고 해도 한국이 노동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비준을 추진하는 ILO핵심협약은 이미 70년이 넘은 것이다. 산업 고도화로 국제적 수준에서 이미 다단계 하청 플랫폼이 형성되고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70년 된 협약으로 이를 커버할 수는 없다”며 “올해 ILO 총회에서는 산업안전보장에 관한 권리를 핵심협약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고 해도 간신히 노동후진국을 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토론에 앞서 토론 참가자와 방청객들이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 토론에 앞서 토론 참가자와 방청객들이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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