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제주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동백꽃과 유채꽃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꽃들이 만발해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파란 하늘에 그라데이션 바다가 만나 예술적인 풍경이 만들어져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보통 우리는 이러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그 안의 아픔을 보지 못한 채 여행을 마친다. 하지만 71년 전 4월 3일, 제주도에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바로 제주 4·3 민중항쟁이다. 제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평소 제주 4·3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마침 우리 대학(군산대학교)의 최정범 지부장님의 추천으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2030 제주 4·3평화기행’에 참여했다. ‘동백꽃’ 3행시 또는 ‘제주사삼’ 4행시를 지어 응모하면 참석할 수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었고 지역 주민에게서 역사적 진실을 듣고 싶었다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 동안 진행된 ‘2030 제주 4·3평화기행’은 전국에서 참여한 청년공무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진행되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 4·3 생존자인 홍춘호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당시 ‘무등이왓’이라는 마을(참혹한 비극이 벌어진 곳)에서 살았다.
이곳은 아이들이 뛰어놀던 평화로운 마을이었지만 4·3 당시 무차별한 집단학살과 방화가 일어났다. 할머니는 당시의 상황을 마치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주셨는데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동백꽃에는 제주 4·3항쟁의 혼이 담겨있다. 동백꽃은 희생당한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4·3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이다.
이 꽃을 가슴에 다는 행위만으로도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 71년 전 4월에 벌어진 우리 민족의 참혹한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속해서 기억하고 꺼내야 한다. 그래야 역사는 곪지 않고 치료가 되며 새 살이 돋는다.
오늘은 71년째를 맞는 4·3이다. 우리 모두 가슴에 동백꽃을 달고 제주 4·3 민중항쟁을 기억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