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딛고 공무원노조 바로 세워 단체교섭 성과냈다

단체교섭 현장을 가다 - 대경본부 상주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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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 상주시지부가 지난 2월 26일 상주시와 단체협약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번 단체교섭에서 상주시지부는 노동절 특별휴가 실시와 당직 후 대체 휴무 보장,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 확대 등 노동조건 개선과 내부고발자 보호제 마련, 다면평가제 강화, 인사위원회 노동조합 참여 보장 등을 시와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교섭 대상을 겹겹으로 제한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의 한계 속에서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단체교섭안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모바일 투표로 진행한 것도 진일보한 방식으로 돋보이는 점이다.
지난 해 3월 출범한 상주시지부 제8기 집행부는 2년 전 조직 전환을 꾀하며 지부를 흔들던 일부 간부들로부터 공무원노조 깃발을 지켜내며 탄생했다. 상주시지부 박호진 지부장은 지난 한 해 조직 내부를 수습하며 다독이는 한편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를 다시 부각시켰다. 지난 26일 오후, 상주시지부를 찾아 단체교섭 과정과 그에 대한 평가, 현재 지부의 상황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박 지부장으로부터 들었다.

▲ 공무원노조 대경본부 박호진 상주시지부장
▲ 공무원노조 대경본부 박호진 상주시지부장

▷상주시지부의 단체 교섭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작년 7월 16일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하고 9월 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에 돌입했다. 그리고 8차례의 본교섭과 3차례 본교섭을 거쳐 2월 26일 상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총 92개조 172개항에 대한 단체협약 체결식을 거행했다. 원래 지난해 말 교섭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부시장 인사로 좀 늦어지게 됐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냈나?

단체교섭 요구안을 홈페이지와 내부 메일 등 온라인을 통해서 또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은 후 대의원대회를 통해 확정지었다.
또 교섭 잠정 합의서 찬반 투표를 모바일 투표로 진행했다. 투표 전에 지부 운영위원들이 전 실과와 읍면동 전체를 순회했다. 작은 책자로 만든 잠정 합의안에 조합원 한분한분의 이름을 스티커로 붙여서 나눠드리면서 주요 합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 지난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확정됐다.

▷단체교섭안 찬반 투표를 모바일로 진행한 것은 새로운 시도인 것 같다. 굳이 모바일 투표로 진행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엔 직접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바쁘다고 모바일로 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상주시는 최근 직원들이 꽤 늘었는데도 행정 확대로 인해 전체적인 업무량이 늘었다. 또 조합원들이 단체교섭 체결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판단하는 데는 모바일 투표가 가진 장점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그래서 운영위를 통해 모바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상주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모바일 투표를 진행했다. 걱정이 되는 점은 낮은 투표율이었는데 운영위원들이 열심히 발로 뛴 덕분인지 투표율도 기대 이상으로 나왔다. 조합원 74.3%가 투표에 참가해 97.1%의 찬성표를 받았다.

▷이번 단체교섭의 성과는 어떤 것인가?

조합원 후생복지 차원에서 일직 후 대체 휴무보장, 30년 이상 장기재직휴가가 기존 30일에서 50일로 확대 된 것, 복지포인트에서 차감되던 단체보험을 별로 예산으로 편성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대민공무원 보호 대책 마련과 다자녀 공무원 읍면동 희망근무지 배치 등 노동조건에도 개선이 있었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인사 부분은 지부에서 원래 요구한 것이 많았지만 공무원노조법의 제약 때문에 한계가 많았다. 하지만 6급 장기교육자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에 조합 추천 심의위원 2명 배정을 확보하고 각종 위원회에 노조 참여를 보장받았다는 점은 큰 성과라고 본다. 다면평가와 관련해서도 지부가 요구한 것들이 다 반영되고 있다.

▲ 단체협약서에 서명한 후 이철우 상주시장(오른쪽)과 박호진 지부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단체협약서에 서명한 후 이철우 상주시장(오른쪽)과 박호진 지부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설립신고 후 처음 이루어진 단체교섭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단체교섭에서 어려웠던 점과 총평을 내린다면?

지부에서는 지난 2008년도에 단체교섭을 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지부 운영위원들은 노조 설립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다. 저도 노조 초창기 교섭위원으로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게 바탕이 돼서 어려웠던 점을 잘 극복하고 집행부와의 교섭 과정을 잘 이끌어낸 것 같다. 공무원노조법상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데 이 부분은 딜레마이고 공무원노조의 과제라고 본다. 공무원노조법이라는 한계 속에서, 또 다른 지부들보다 이른 시기에 교섭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꽤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상주시지부 상황이 순탄하지 않을 때 지부장으로 나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당시 지부장이 사퇴를 하고 권한 대행을 맡았던 분이 조직 전환을 추진했다. 운영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공무원노조가 어떻게 설립됐고 또 어떤 탄압과 어려움을 거치면서 견뎌왔는지를 안다면 조직 이탈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당시 그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던 분들이 모이게 됐다. 조직을 흔드는 행위에 대한 반박하는 글을 써 연대 서명을 하고 공개했다. 그때 마음을 모은 분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제가 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후 비대위 내부 논의를 통해 제가 지부장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 현재 상주시지부 상황은 어떤가? 현재 조직률과 조합원들의 분위기 등에 관해 말씀해 달라.

상주시지부는 이제 정상화돼 안정적 단계로 들어섰다. 지부는 2003년 6월 27일 출범했는데 지부 사무실을 빼앗겨 천막 사무실에서 지내기도 했고 법외 노조 기간일 때 집행부는 노조를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한때는 조합원 수가 50%나 급감한 적도 있다. 지금은 70% 가까이 회복된 상태다. 
조합원들은 오랫동안 법외노조로 있다보니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좀 위축돼 있다고 할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일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 상주시지부는 2월 26일 상주시청 대회의실에서 2018년 단체협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 상주시지부는 2월 26일 상주시청 대회의실에서 2018년 단체협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 상주시지부는 2019년 어떤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나?

올해는 조직 확대 사업을 중점에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지금 조합원 가입률이 70% 정도인데 신규직원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노동조합이 지속가능하려면 젊은층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 지부는 운영위원 대부분이 40대 후반, 50대 후반이다. 젊은 간부를 육성하고 지부의 인적 구성을 튼튼히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또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일상 사업들, 대의원 수련회나 역사 기행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부 사업과  관련해 지부에서 하는 퇴임식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에서 주최하는 퇴임식은 주사니 과장이니 국장이니 하며 직급을 강조하는데 그러다보니 승진을 못한 퇴임자들은 가족도 부르지 않고 퇴임식을 기피한다. 지부에서는 직급 차이 없이 모두 선배님으로 통일해서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번 퇴임식에서는 금으로 노동조합 배지를 제작해 퇴임자의 배우자에게 달아주는 프로그램을 넣었는데 다들 즐거워하고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 노조를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하려고 한다.

▷조합원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신규자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공무원들이 이만한 근로조건과 복지를 갖게 된 것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워온 선배 공무원들의 피와 땀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없었던 시기, 공무원들은 시키는 대로 일해야 했고 부당한 지시에 반발도 못 하고 혼자 울분을 삭여야 했다.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불만도 얘기할 수 있고 요구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또 지부장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족과 지인들이 했던 말이 “하필 왜 당신이 하느냐?”였다. 누군가는 노동조합을 꼭 해야 하지만 그 누군가가 왜 당신이 돼야 하는가,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하지 않을까란 걱정들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도 변했고 집행부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 노조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해서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목소리를 자신있게 낼 수 있게 됐고 권익도 향상 시키지 않았나. 불이익이 아니라 이익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할 때 더 큰 권익을 얻을 수 있고 더욱 당당해 질 수 있다. 조합원들께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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