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일 만에 장례 치른 故 김용균...광화문에서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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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 씨의 운구행렬이 영정과 부활도를 앞세운 채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운구행렬이 영정과 부활도를 앞세운 채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장례가 그가 숨진 지 62일 만에 치러졌다.

고 김용균 씨의 장례는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으로 시작해 그가 근무했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노제로 이어졌다. 고인의 운구 행렬은 태안 화력발전소 안을 순회하다 그가 일하다 사고를 당한 9, 10호기 앞에서 1차 노제를 진행했다.

이어 장례 행렬은 서울로 돌아와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흥국생명 앞에서 2차 노제를 시작했다. 용균 씨의 유족과 동료들, 시민들이 참여한 운구 행렬은 고인의 영정과 추모 만장 등을 앞세운 채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동료, 시민들이 영결식 장으로 향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동료, 시민들이 영결식 장으로 향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 씨의 영결식은 3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12시경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됐다. 영결식 참가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고 김용균 장례위원회 고문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무대에 올라 “용균이는 도살당했다. 짐승을 죽이는 것을 도살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용균이는 참살당했다. 참혹하게 죽었다”면서 “이제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용균이의 뜻을 살리기 위해 썩어 문드러진 독점 자본주의를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사에서 “김용균 동지의 죽음과 투쟁은 우리 사회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음을 처절히 알렸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고인의 죽음을 부른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공공부문 민영화를 제자리로 돌리는 투쟁에 나서겠다. 모든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사회대개혁 투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송경동 시인이 조시를 낭독했고,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과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인 김혜영 씨가 무대에 올라 고인을 추모했다.

김수억 지회장은 조사를 통해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전봇대에서 김용균과 똑같이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스물넷 젊디젊은 목숨을 생각하며 한 맺혀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다”며 “죽음과 위험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지 않고, 불법파견 사용자가 법대로 처벌을 받는 사회, 노조 하기 쉽고, 비정규직을 맘대로 쓰다 버리지 않는 나라. 일하다 죽지 않고, 일한 만큼 대접받고,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세상.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매일매일 김용균을 가슴에 안고 싸우겠다”고 전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혜영 씨는 “사랑하는 아들 용균이와 한빛아. 그리고 죽음의 노동현장에서 먼저 간 아들딸들아. 더 이상 죽음이 없고 이 땅의 청년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을 약속할게”라며 “고단한 삶 다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영결식에서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영결식에서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영결식 말미에는 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무대에 올라 유족 인사를 했다.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냉동고에 너를 놔둘 수밖에 없어서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하지만 엄마는 너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너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길 간절히 바랬다"라며 "정부와 서부발전, 네가 속해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 너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선포했단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꽃다운 아까운 청춘, 가엾어라. 내 아들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찌 보내야 할지 막막하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줄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라고 말한 뒤 영결식에 참가한 이들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현했다.

용균 씨의 동료였던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호상인사에서 “용균이의 죽음 앞에 빚진 이 마음을 언제 털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산 자들은 산 자들의 몫을 다하겠다. 용균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결식이 끝나고 유족과 장례위원,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이후 용균 씨의 시신은 고양시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되었다.

▲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만장 행렬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만장 행렬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깃발과 함께 고 김용균 씨 운구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깃발과 함께 고 김용균 씨 운구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이 고 김용균 씨 운구행렬에 함께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이 고 김용균 씨 운구행렬에 함께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 영결식에서 만장 사이로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 고 김용균 씨 영결식에서 만장 사이로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 김용균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 김용균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고 김용균 씨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고 김용균 씨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동료인 이준석 지회장이 묵념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동료인 이준석 지회장이 묵념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헌화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헌화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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