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청년 故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5차 범국민 추모제가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용균 씨의 어머니와 동료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모제에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공동대표단 결의문에서 “오는 22일 태안의 분향소를 서울로 옮기고 대표단이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명절 전에 용균 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문재인 정부가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는 고 김용균 씨의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만든 추모 영상이 상영되며 시작됐다. 영상을 보던 고인의 가족과 세월호 유가족, 동료들의 얼굴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어서 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무대에 올라 “지금도 죽지 않아도 될 귀한 생명이 하루에 6~7명이 죽고 있는데 아이를 낳아서 무엇합니까? 있는 사람도 지켜내지 못하는데 그 애들은 나라에서 지켜줄 것 같냐”면서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가 챙기지 않는다면 앞날은 어두컴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있도록 있는 힘껏 투쟁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경기도 의정부 가능역에서 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서재유 씨는 수많은 노동자가 자회사를 거부한다며 “지하철역에서 화재 등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 5명이 필요하다”며 “5명의 안전인원을 원청에 요구했더니 원청은 자회사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 김용균 씨가 원했던 정규직화는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혜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어제 1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 때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오늘은 또 내일은 누군가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 슬펐다”면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8개 요구를 해도 안 들어주고 특별근로감독으로 1,029건이 나와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추모제를 마친 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범국민 추모제에 앞서 조합원 1만여 명과 함께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투쟁 승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와 외주화 금지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제도조차 지키지 않은 경우엔 엄중한 처벌을 내려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살피고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위반행위가 자그마치 1,029건이 나왔다”면서 “작년 3월 산업안전보건 진단 결과 원청과 하청구조 하에서는 발전소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 정부와 청와대에서 책임 있는 자가 나와서 책임 있게 얘기하자”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구의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해온 ‘1000인의 김용균 행진단’의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어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태일 다리로 가서 전태일을 만났는데 5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김용균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싸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머니를 위해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