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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와 노동자 탄압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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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6  11: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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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열린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을 올해 안에 개정하기로 합의하고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국회가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 때 탄력근로제 확대는 2022년 말까지 검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 당시 재계와 일부 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넓히자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 한다며 반대했다. 노동계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여야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2년 12월까지 결론을 내자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그 합의를 깨고 기한이 4년이나 남았는데도 재계의 요구대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법이 개정됐으나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둬 시행이 유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켰던 것과 똑같은 행태다. 줬다 빼앗아가는 야비한 수법도, 졸속 처리의 일방통행도, 하는 짓이 판박이다.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아예 청와대까지 작심하고 나섰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6일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악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했던 발언을 연상시킨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임 실장의 말인즉, 미조직의 열악한 노동자들에 비하면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더 이상 약자가 아니지 않느냐는 뜻일 터다. 그런데, 비교의 대상이 잘못됐다. 민주노총을 전경련과 비교해야지 왜 미조직 노동자와 비교한단 말인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며,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국노총도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약자가 아니면, 전경련이 약자란 말인가?

탄력근로제 확대의 수혜자는 자본가고 피해자는 노동자다. 최대 피해자는 미조직 노동자다.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려면 노동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한데 노조가 없는 미조직 노동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와 전체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더구나 전교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청와대 당국자가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소리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함으로써 졸지에 ‘법외 노조’가 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대로 정부가 법외 노조 행정 명령을 철회하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청와대는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통보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한 전교조가 약자가 아니라면, 청와대가 약자란 말인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반대 53.8%, 찬성 37.3%로 나타났다.(민주노총이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노동자의 격렬한 반대를 익히 예상하면서도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상황이 위급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8.11월 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부진하다. 9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3% 감소했다. 같은 달 건설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16.6% 줄었다. 실업자는 102만 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제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되었다.

문제는, 정부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다급해지자 정부는 자본 편을 들면서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포기하고 친재벌, 친기업 정책으로 우회전하고 있다. ‘귀족 노조’ 프레임으로 민주노총 때리기에 앞장섰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의 재판이자 ‘노동존중’ 정책의 폐기에 다름 아니다.

“나는 분배는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몰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다. 그러다 언론과 대중적 분위기 같은 거 눈치 살피려고 기업들 세금이나 깎아주고”, “우리가 진짜 무너진 건, 그 핵심은 노동이에요. 핵심적으로 아주 중요한 벽이 무너진 것은 노동의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이에요.”(노무현 지음, 『진보의 미래』)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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