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무원들, 작은 목소리 보태는 심정으로 노조에 다가갔으면"

[2030 청년 조합원을 만나다]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이정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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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者天下之大本也. ‘농업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생각으로 경북 영천시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 공무원이 있다.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농촌지도사로 근무하는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이정역 조합원(32세). 그는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최일선에서 농업과 농촌, 농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을 한다.

  “농업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일반 농업직과 달리 농촌지도직은 농민들에게 선진적인 농업기술을 보급·지도하고 농촌사회 생활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게 고유 업무입니다.”
 
  몇 해 전부터 귀농인을 지원하는 일을 맡게 된 그에게 11월은 매우 바쁜 달이었다. 귀농, 귀촌 정책과 관련된 조례 개정이 있었고 감사와 그 후속조치, 일상적 외근 등으로 거의 매일 저녁 9시, 10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쁜 가운데 그가 잠깐 짬을 낼 수 있었던 29일 오후, 영천시지부 사무실에서 정역 씨를 만났다.
 
  “처음부터 공무원이 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농대를 나와서 전공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다 취업문은 좁고…. 고민하다 공무원에 도전했는데 운이 좋았죠.”
 
  고향이 경남 창원인 정역 씨는 대구에서 농대를 졸업했다. 그 인연으로 그는 경북에서 2013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자리를 잡았다. 

▲ 경북 영천시에서 농촌지도사로 일하는 공무원노조 이정역 조합원.
▲ 경북 영천시에서 농촌지도사로 일하는 공무원노조 이정역 조합원.

인구 10만의 도농복합도시인 영천시도 3~4년 전부터 귀농 열풍(?)이 불어 귀농인 교육과 융자 사업, 기반 시설 조성 지원뿐 아니라 귀농 멘토-맨티 프로그램 등 귀농 관련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3~4년 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2016년까지 귀농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가 지금은 좀 주춤해지긴 했지만 신청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업무상 외근과 야근이 잦은 편이지만 그는 그런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들에게서 “감사하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들으면 또 “뿌듯하고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농업이 많이 힘들죠. 정부에서는 농촌 발전 얘기 늘 하지만 중공업이나 IT 등 다른 산업에 막상 더 신경을 쓰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농업은 그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결코 내버려둘 수 없어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FTA협상 때 농업에서 손을 떼지 않은 이유도 다 그런 것이죠. 한국은 농업 구조가 소면적 영세농가가 대부분인데 이런 특성을 살려서 농업 활성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농촌지도사로서, 한국 농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농업이라는 산업과 그것을 공익적으로 뒷받침하는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자부심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일이 바쁘긴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도 정역 씨의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영천시지부 대의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영천시지부 교섭과 관련 최근 모의교섭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몇 해 전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집회 등 조합과 본부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도 종종 함께 한다.
 
  “발령받자마자 선배 권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노동조합 활동이나 집회가 처음에는 좀 생소하긴 했지만 거부감 같은 건 없었어요. 지금의 20~30대가 그런 문화를 접한 적이 없어서 그렇지 노동자들이 마땅히 자기 권리 찾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다 이해가 돼요.”
 
  하지만 정역 씨도 자신과 같은 젊은 조합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노동조합에 다가갈 수 있는 사업들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정역 조합원은 바쁜 중에도 지부 대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 이정역 조합원은 바쁜 중에도 지부 대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지부에서 올해 항일역사문화 탐방으로 중국을 갔었는데 그런 사업들은 청년 조합원들뿐 아니라 모든 조합원들에게 의미 있고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무척 가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못 갔습니다. 지부에서도 자체적으로 뜻있는 사업들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정역 씨는 또래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동조합에 대해 보도되는 언론의 이미지 때문에 청년 조합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노조가 마냥 머리띠 두르고 파업하고 그런 것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모든 조합원이 다 적극적으로 투쟁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젊은 조합원들이 ‘나도 공무원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공무원의 권리를 찾는 데에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겠다. 작은 목소리가 모이면 큰 목소리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부에서 하는 사업이나 활동에 대해 “제 선에서 힘이 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하긴 합니다만 아직은 거드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당분간은 너무 바빠서 어렵지만 언젠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또래의 조합원들에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공무원 업무는 티가 잘 나지 않은 일이 많아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기 일쑤죠. 그래서 일하면서 억지로 성과를 짜내려고 하거나 또 승진에 목을 매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공무원들은 공공서비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또 민원인의 인사나 동료들의 격려에서도 충분히 보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공무원들이 각자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되, 스트레스는 너무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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