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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역사 에세이 <진짜조선역사>를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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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수 역사 에세이 <진짜조선역사>를 읽고… <2>

서구사관 벗어나 우리민족 역사에 주목해야

기나긴 조선역사에 있어서 권력견제 시스템은 치밀했으며 인본주의에 기초한 성리학의 높은 도덕성은 역사 곳곳에 나타난다

조선시대 문인으로 최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487년 추쇄경차관으로 제주에 갔으나 이듬해 부친상을 당해 돌아오던 중 풍랑으로 중국 저장성 닝보에 표류해 갔다가 반년만에 한양에 돌아와 왕명을 받고 『표해록』을 썼다.

당시 매우 학구적인 왕이었던 성종은 강남땅을 알고 싶어 부친상으로 고향집 방문이 급한 최부에게 표해록을 쓰라는 어명을 내린 것이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입지 않고 탁월한 지도력과 솔선수범으로 무사히 귀국한 최부를 가상히 여겼던 성종은 이듬해 5품 사헌부 지평직을 주고자 했다. 그런데 왕이 주요관리를 임명한 후 사간원의 심사를 받는 서경제도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반대를 했다. 최부의 부친상 당시 태도를 들어 사간원이 끝까지 반대하자 왕은 태도를 바꾸었다

 
 

물론 왕명을 받들어 견문록 작성하는라 어쩔 수 없었다는 비호도 있었지만 반대는 완강했다. 이처럼 아무리 군왕이라 할지라도 법제화된 제도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자신의 뜻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조선시대 왕이 내리는 명령, 즉 ‘어명’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했을까? 물론 대부분 경우가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명에 하자가 있을 때, 다시 말해서 어명에 명분이나 정당성이 부족하거나 결여되었을 때까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의 성범죄 처벌을 살펴보자.

『조선왕조실록』에는 300건에 이르는 성범죄 논의가 기록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이에 상응하는 응징을 가했다. 성희롱에는 장형, 강간 미수범에게는 장형에 유배형이 추가되었고, 강간범에게는 교형, 미성년자 강간에는 참형이 부과되었다.

중종 26년(1531년) 이팽령이 사노 봉원의 딸 순금과 관계했다. 주변 관련자 모두 화간이라고 증언했지만 순금이 “나는 여인이라 거역할 힘이 없어서 이틀 밤을 함께 잤다”고 답하자 가해자는 즉시 강간범으로 처벌받았다.

그리고 15세 여종이 칼로 주인의 이마를 찌른 사건이 있었다. 주인이 겁탈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숙번의 계집종 소비가 나이 15세인데, 본 주인이 간통하려는 것을 꺼리어서 칼날로 본 주인의 이마빼기를 찔러 상하게 했으며… (세종실록, 1433년, 15년 9월 17일)」

왕이 계집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신하에게 묻자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서할 수 있다고 답한다.

조선시대에는 여성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주었으며 피해여성의 성력이나 신분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기녀라도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처리되었으며, 피해여성이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는 정상참작 사항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성범죄 처벌이 여성의 정조를 중시한 세속적인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성범죄가 가지는 가공할 폭력성과 야만성을 먼저 인식하고 문제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이 시대의 성범죄 처벌과 비교했을 때 높은 도덕성을 짐작케 한다.

한국사를 최초로 기록한 사람들은 조선사편수회의 일본인들이었다. 시간의 직선적 흐름속에서 역사는 발전한다는 서구의 진보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일본인들은 식민지 통치를 원활하게 할 목적에 맞추어 역사를 왜곡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특별한 이유없이 우리역사에서 근대성을 찾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근대라는 개념은 서양에서 나온 맑스 철학의 역사발전 5단계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자칫 근대이전 조선의 역사를 소홀히할 우려가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사의 보편적 가치추구에서 벗어나 도덕적인 이상국가를 추구하려고 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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