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클래식

베토벤 교향곡 3번 일명 ‘영웅’(er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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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4악장, 총 연주시간 약 45분의 대곡이다. 이 곡은 음악사적으로나, 정치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지난 9월 유럽의 클래식 전문매체에서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 1위에 선정되었다. 2위는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며 우리에게 ‘합창’으로 더 잘 알려진 교향곡 9번이 선정되었다.

교향곡 3번이 이처럼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모차르트와 하이든 같은 대가들이 풍미했던 고전주의를 집대성하고, 베토벤이 시간적으로나 연주기법상으로나 기존의 고전주의 시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자기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반영한 최초의 작품을 내놓으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 출생 - 사망 1770년 ~ 1827년 국적 독일
▲ 출생 - 사망 1770년 ~ 1827년 국적 독일

베토벤이 인류 역사상 봉건지배체제를 무너뜨리고 공화정 시대를 열게 한, 역사적 계기가 되었던 18세기 말 프랑스혁명(1789년)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그가 혁명의 수호자로 여겼던 나폴레옹에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베토벤의 정치적, 사상적 지향을 담은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장송곡(funeral march)라는 이름이 빠르기말과 병기돼 있는 2악장은 혁명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노래로 여겨지면서 이 곡의 무게를 더하는데, 4개의 악장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부분이라 할 만하다. 장송곡이라 하지만, 구슬프기보다는 장엄하고 거룩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혁명은 역사적으로 봉건제를 혁파하고 부르주아들이 권력에 전면에 나서게 되는 의미를 갖는다. 이를테면 의회나 사법부의 설치 등 3권분립과 같은 부르주아 정치체제가 이때 등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정치체제는 그 자체가 인민의 권리와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등장했다기보다는 부르주아들이 전횡적인 황제를 척살하고, 그들의 권력을 빼앗고 부르주아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철학적으로는 권력집중을 방지하고 권력을 가진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바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하거나 대단한 정치체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기실 우리 사회 또한 권력체제의 표준으로 생각했던 3권분립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체제가 사법부의 대타락으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지 않는가.

이를 민주주의의 전범으로 절대시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비롯하여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정치체제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다.

나는 베토벤을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에게 프랑스혁명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일이 정치적으로 위험하고 불온한 것이었을까? 요즘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때 드는 의문이다.

4악장의 폭풍 같은 코다(coda)가 음악의 끝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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